(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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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을 되찾는 다섯 가지 프로그램
나의 문화 다양성 < I. CAN. DO >

바야흐로 컬래버레이션의 시대다. 모든 산업을 막론하고 최근 몇 년 사이 이보다 자주 등장한 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컬래버레이션이란 둘 이상의 개인 혹은 브랜드가 각자일 때보다 더 큰 영향력을 도출하기 위해 협력하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세상이 다양성과 협력의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이 시선을 그대로 ‘김해’로 옮겨 생각해 봤다. 율하·장유 신도시는 신혼부부가 많이 거주하고, 동상동은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지내고 있다. 또 회현동은 역사 자원과 현대의 문화가 어우러져 있으며, 삼방동은 두 개의 대학교와 주택 즉, 청년과 선주민이 공존한다. 지역별로 다양하고 뚜렷한 특징이 드러나는 김해는 그야말로 협력을 위한 ‘기회의 땅’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현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융화와 시너지다. 다름의 가치를 알고 인정하는 것이 미덕인 셈. 이 과정의 걸림돌은 바로 ‘고정관념’이다. 오늘날 “남자는 울면 안 돼”, “여자는 집안일만 해야 해”와 같은 생각은 구태다. 고정관념이란 뚜렷한 근거 없는 고집과도 같아서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외면하는 생각이다. 또한 나이, 성, 인종, 직업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어 늘 경계해야 한다.

한편, (재)김해문화재단에서는 (사)생활자치커뮤니티 우리동네사람들의 강미경 선생님과 함께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2020 무지개다리 사업으로 ‘나의 문화 다양성 <I. CAN. DO>’를 시행했다. 김해 시민들에게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한 고정관념 혹은 역할의 한계를 뛰어넘고,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1회차 - ‘힘’들지 않아

“공알못(공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뭐가 뭔지, 상황에 따른 공구, 나라와 브랜드별 차이점도 알 수 있어서 정말 유익했어요! :)”

1인 가구의 급증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해당하는 현상이다. 더불어 DIY 형태의 가구가 유행하면서 벽에 못질하거나 선반, 붙박이 등 손수 조립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져 여성의 공구 사용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 망치, 드릴, 펜치, 드라이버 등의 공구 사용은 위험하고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줄곧 남성의 몫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4일, 이런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콘크리트에 타공할 때 쾌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나의 문화 다양성 <I. CAN. DO>의 1회차 프로그램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힘’들지 않아>가 펼쳐졌다. 김해다어울림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여성 공구 사용법 워크숍은 2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여성이 만든 주택 수리 서비스 라이커스(LIKE-US)의 안형선 대표가 해당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주택 수리 혼자서도 도전해봅니다!

첫 시간은 안전 교육, 공구 사용법 이론을 통해 참여자들이 다치지 않고 실습에 임할 수 있도록 공구의 종류와 기능, 브랜드별 특성과 사용법을 익혔다. 이후 전동 드릴로 목재와 철재, 벽돌 등에 구멍을 뚫고, 가구용 경첩을 설치하는 등 실습이 진행됐다. 이후 실습 정리 및 소감을 공유했다.

2회차 - 나도 하고 싶어

“소수자에 대해 생각해봤고, 남자도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요가!’하면 여자만 하는 운동 같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남성 요가도 많아지고 있어요!”

“오늘 나의 문화 다양성 <나도 하고 싶어>를 통해 남성의 문화 다양성 감수성을 깨우치고, 이 프로그램 이후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성이라는 이유로 망설이지 않게 됐습니다!”

요가는 원래 인도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성들이 주로 하던 수행 방법이었다. 유사한 운동으로 알려진 필라테스는 독일의 스포츠 연구가 요제프 필라테스가 제1차 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에서 수감된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고안한 운동이다. 이렇듯 요가는 여성만의 운동일 이유가 없다. 남성도 얼마든지 요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I. CAN. DO> 사업의 두 번째 프로그램 <나도 하고 싶어>.

지난해 10월 23일(금)과 27일(화) 양일에 걸쳐 김해시민스포츠센터 에어로빅장(지하 1층)에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요가 수업이 진행됐다. 총 24명이 참여한 요가 수업에는 김해시민 스포츠센터의 박미순 요가 강사가 나서 지도했다.

프로그램의 첫 시간은 문화 다양성 감수성 살리기를 통해 남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참가자들 간의 공감대 형성 및 감수성을 확대하는 게임을 했다. 이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요가’를 통해 본격적인 요가 교육이 진행됐다. 두 번째 시간은 첫 시간에 응용한 요가 동작으로 시작해 참여 소감을 공유하고 참여 만족도를 조사하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3회차 - 내가 좀 한다~

영화관, 음식점, 카페, 버스 터미널 등 생활 전반에서 사람을 대면할 일이 줄어들고 있다. 무인 주문 시스템 즉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편의와 사업주의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반가운 일이지만, 대다수의 고령층에게 작게는 불편, 크게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뭐든지 디지털화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령층은 ‘디지털 소외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고령자들을 위한 세 번째 프로그램 <내가 좀 한다~>는 지난 11월 11일(수) 진행됐다. 프로그램의 진행은 인제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김민서 학생이 맡았다. 30명의 참여자는 ‘노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편견과 고정관념 등으로 인해 느끼는 차별에 관해 공유하며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11월 18일(수) 진행된 2회차는 카페와 식당에서 직접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 실습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각자의 음료를 주문해 마신 고령의 참가자들은 키오스크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계기가 됐다

“행복할 때도 많지만 노인이어서 받는 편견, 그리고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낍니다.”

“도태되는 느낌과 배우려고 해도 받게 되는 편견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젊은 사람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에 화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4회차 - 내가 먼저 소통할게!

“도와드릴까요?” 비장애인의 시각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말이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여지가 있는 말이다. 장애인이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하게 되는 일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소통의 부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4회차 프로그램은 김해서부장애인인권센터와 연계해 약 20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11월 23일(월) 1회차는 장애인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수성이 풍부해지도록 유도하는 게임으로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이후 ‘나만의 브이로그 만들기’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에게 개인 휴대폰 카메라 삼각대를 지급하여 영상 촬영과 편집을 교육했고 실습까지 이어졌다. 12월 7일(월)의 2회차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져 참가자들에게는 매뉴얼을 넘겨 프로그램 진행자들만 화상 회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자 이아라, 신정욱 강사는 “이번 교육 및 실습이 참여자분들에게 좋은 계기나 동기가 돼서 취미 활동으로서 브이로그를 제작하고, 비장애인과의 소통을 위해 먼저 손 내미는 기회로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라며 <내가 먼저 소통할게>를 진행한 소회를 밝혔다.

5회차 - 내 마음을 들여다봐

“오늘은 기본 이론과 실기를 했다면 다음에는 또 다른 기법으로 ‘나’를 찾는 연습을 해볼게요!”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김해 동상동에는 많은 이주민이 거주하며 다문화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결혼 이주 여성도 많다. 이들은 새로운 터전에서 지역 사회에 적응하고, 마을 주민들과 융화되어 살아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한, 한 남성의 아내이자 어머니, 며느리로 살며 자신을 잊은 경우가 많다.

5회차엔 이런 마음을 치유하고 보듬기 위한 프로그램 <내 마음을 들여다봐>가 김해다어울림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8일(일)과 15일(일) 먼저 결혼 이주 여성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황지영 강사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결혼 이주 여성들의 자녀들도 함께 참여해 총 24명의 참가자가 현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완성된 그림은 액자로 보관하여 참가자들과 각자의 그림을 설명하고, 참여 소감 및 설문지 작성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글 권혁제 에디터 사진 제공 김상호 (재)김해문화재단 문화진흥팀 작성일. 2020.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