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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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개의 선택과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 N개의 삶 >
비건과 동물권, 무자녀 기혼자, 생활 공동체

세상에는 저마다의 삶이 존재한다. N개의 선택과 가치관으로 N개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4가지 주제를 통해 문화 다양성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다양한 삶이 존중될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다. 지난 11월 14일토)과 11월 21일(토) 김해 다어울림생활문화센터에서 [N개의 삶] 토크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김해무지개다리 사업’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도 함께 진행되었다.

1 비건 & 동물권: 어서 오세요, 비거니즘의 세계로

『나의 비거니즘 만화』의 저자 보선 작가

‘비건’은 아직 생소하거나 나와는 다른 세상의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채식보다는 육식을 좋아하고, 고기 없는 반찬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다 비건이 더는 식습관의 선호가 아닌 환경 문제와 관련된 것을 알면서 먼저 ‘관심’만 가졌다. 이후 관심에서 필요성으로 생각이 바뀔 때쯤 보선 작가가 쓴 『나의 비거니즘 만화』와 토크 콘서트를 만났다.

작가에게 비거니즘은 그저 채식을 선호하는 식습관이 아닌 ‘가치관’이고, 그중 핵심은 동물권이다. 비건은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행동 중의 하나인 것이다. 종종 ‘비건=완전 채식’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이 둘은 동의어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비거니즘을 3가지로 정의했다.

1.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
2. 종 차별주의에 대한 저항이자 행동
3. 지구 공동체의 연결, 나와 다른 존재와의 공존에 관한 사유

모든 종이 평등하도록 비판 의식을 가지면서 지구 위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의 질을 공유함을 인지하는 것. 이를 통해 나와 다른 존재와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나간다. 이처럼 비거니즘은 누군가가 정한 행동 양식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대로 정의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가치관의 확장된 개념이다. 그렇다면 비거니즘을 어떻게 실천 할 수 있을까? 작가는 4가지(식품, 제품, 서비스, 환경)로 구분하여 제안한다

1. 동물에서 얻어진 우유, 달걀 등을 먹지 않는다.
2. 동물 털, 가죽, 동물 실험이 이루어진 화장품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3. 동물을 착취하거나 대상화할 여지가 있는 서비스를 받지 않는다.
4. 인간과 동물의 생존이 위험하지 않도록 환경 보호를 실천한다.

이외에도 사람을 비하할 때 동물에 비유해서 인간을 비하하는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행위도 비거니즘의 실천 방식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작가는 비거니즘에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전했다. 비거니즘은 단지 머물러 있는 개념이 아니라 행동이 따르기 때문에 스스로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려고 이끄는 힘이 필요하다. 물론, 변화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변화의 주도권을 나에게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변화 속에서 무력감으로 무너지지 않고 이상을 향해 도전하는 용기도 중요하다. 현실은 이상보다 늘 높기 때문에 괴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용기를 가지고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비건을 완벽하게 해내기는 어렵지만 불완전한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결국 힘이 생기고 변화한다. 그 실천의 가치를 느끼면서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비거니즘을 지향하기를 바란다.

※ 추천 도서 : 『나의 비거니즘 만화』 저자 보선 I 『동물의 권리』 저자 피터 싱어 외 3명

2 무자녀 기혼자: 아이 없는 결혼 생활은 어떨까?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지은 작가

결혼은 생애 주기에서 필수 단계이며, 결혼한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시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최근 4B 운동(비혼, 비연애, 비출산, 비섹스)에 대한 담론이 최근 형성되면서 20, 30대 여성들이 환호하고 있다. 최지은 작가는 ‘아이 없는 결혼’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고, 적어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에 떠밀리듯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없길 바랐다. 강연은 아이 없이 산다고 말하면 들었던 다양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유쾌하게 풀어냈지만, 결코 유쾌하지 않은 무례한 말들이었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무자녀 기혼자는 극성맞을 것이라는 편견까지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간섭과 무례함에 대해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까?”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1. ‘현명하게’부터 집어치워라.
2. 명확하게 선 긋기, 자기의 부모는 스스로 막기
3. 힘 빼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그러게요 효과)
4. 2초간 바라만 보기

최지은 작가도 불안과 혼란이 있었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고 대신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여성을 만나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이 탄생했다. 이 책은 크게 엄마 됨에 대한 고민, 배우자를 비롯한 수많은 관계, 한국에서 엄마가 되기 어려움에 대해 전하고 있다.

청중들은 엄마가 되지 않기로 한 여성을 사회가 악하거나 이기적이며 정상에서 벗어난 존재로 취급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낳음에 대해 계속 두리번거렸다.”라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이 인상 깊게 남는다. 그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그 고민을 지속했다고 한다. 그만큼 임신과 출산에 대해 여성이 느끼는 압박감은 대단하다. 어떤 길을 걷더라도 그 길에 행복이 있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배우자가 원할 때 또는 결혼 전에 합의하지 않았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을 때 등과 같은 상황에서 아이 갖지 않음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대부분 여성에게 향해 있다. 작가는 이에 대해 여성 스스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고 양육자로서 나와 배우자를 바라보는 것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더불어 배우자 와 결혼 후 삶에 대해 치열하게 대화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 추천 도서: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자 최지은

3 생활 공동체: 나를 바꾸고, 곁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비혼

<비혼 지향 생활 공동체 ‘공덕동 하우스’> 홍혜은 대표

한 통계에 따르면 ‘비혼’, ‘혼자 잘 살기’ 등 과 관련한 ‘여성 에세이’ 판매량이 10년 전보다 134% 증가했다. 이처럼 비혼자,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생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다. 김해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양한 삶을 통해 ‘비혼’에 대해 알고, 존중 하고 존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비혼 지향 생활 공동체 ‘공덕동 하우스’ 홍혜은 대표를 만났다. 우선 그는 결혼으로 파생된 정상 가족의 기능에 대해 고민했고 정리했다.

1. 행정, 법률 기본 관리 단위
2. 경제 활동을 위한 노동력 재생산
3. 친밀감 및 정서적 안정감 추구, 성적 욕구 해소(?)

그중에서 공동체가 정상 가족의 친밀감 및 정서적 안정감의 기능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그리고 가장, 가구주가 아닌 각 영역에서 어떤 것을 요구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제도적으로 무엇이 공동체에 보장되어야 하는지 보려고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의 시도를 했는데 공동체 내에서 사회 보장 기금을 만들었고, 돌봄 일지를 기록하는 등 ‘평등한 관계 속 자유로운 공동체’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또 하나 고민거리는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하게 될 시기에 가족이 없음으로 느껴지는 불안과 위기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궁리한 결과로 ‘잘 살고 잘 죽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혼자라 느껴지는 위기의식뿐만 아니라 주거지가 다양한 구성원에게 친화적인 건축물인지, 마을인지 등에 따라 고독사 이외의 삶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정책적으로 의견을 내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려서 정책과 제도로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주거권, 기본권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거지의 경우에도 단순히 거주하는 집 자체에서 벗어나 마을에 누가 존재하는지, 무엇이 있고, 또는 무엇이 필요한지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치안, 소수자 편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법 기관, 공적 자본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높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 돈이 많지 않더라도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고 생태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비건 식당이 존재하는 등 내 방을 덜 소유하더라도 밖의 공간을 통해 공간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마침내 비혼은 ‘살고 싶은 사회’로 확장된다.

끝으로 가족주의와 가족 중심주의 함정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많은 참여자가 채팅창 너머로 공감했다. 가족 중심주의가 소위 말하는 혈연, 생계와 주거를 같이 하는 정상으로 상정되는 가족이라면, 가족주의는 모든 사회의 기관과 공동체와 국가가 가족과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즉, 평등하지 않거나 혈연 가족에서 벗어난다고 벗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 동반자 법이나 대안 가족으로 모든 걸 해결하자고 할 때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공동체나 가족에서 벗어나더라도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복지 제도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행정에서 관리하기 편한 가구 단위로서 여전히 유사 가족, 대안 가족이 논의될 때 그 안에서 한 사람은 여전히 위험에 빠지기 쉽다. 공동체의 실천을 받치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생활 동반자 법이나 가족 구성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공동체를 강제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친밀감을 수행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끊임없이 고민한다. 당신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 추천 공동체: 은평구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I 프랑스 바바야가의 집 I 뉴그라운드

4 제로 웨이스트: 우리가 지켜야 할 자원 순환을 위한 예의 _ 쓰레기 德(덕)질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굉장히 증가했다. 나의 삶에도 일회용품 사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지구 온도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지구 온도가 0.4℃ 상승했는데 2℃가 더 상승하면 김해는 없어진다고 했다. 사랑스런 내 고향 김해가 없어진다니. 이제는 “지구를 지켜야 해!”라는 막연한 생각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 일상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조금씩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완벽히 ‘제로’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다회용품으로 교체하거나, 분리수거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원 순환을 위해 지켜야 할 예의는 무엇일까?

성남환경운동연합 김현정 사무국장의 답은 ‘쓰레기 德(덕)질’이었다. ‘쓰레기 덕질이라니?’ 황당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우리가 지켜야 할 자원 순환을 위한 이번 강연은 ‘김해무지개다리 사업’ 유튜브 계정에서 만날 수 있다. 분리수거를 잘하더라도 ‘분리’만이 답이 아님을 강조하며 깨끗하게 비우고, 헹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비우지 않고 헹구지 않은 것은 폐기물에 불과하다. 그는 폐기물 관리 시대에서 이제는 자원 순환 시대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성남시의 경우 시청 행정 조직 개편으로 ‘청소행정과’에서 ‘자원순환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 효과는 꽤 크다고 한다. 공무원들도 쓰레기를 처리와 관리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원 순환에 대한 인식이 생긴 것이다.

김해시의 경우 아직 ‘청소행정과’이다. 하지만 연지공원에 등장한 재활용품 회수 로봇처럼 곳곳에서 점차 자원 순환을 위한 노력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아직도 썩은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당연하면서도 놀랍다. 여전히 수많은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빨리 분해하는 기술도 생겼지만 우리는 플라스틱의 편리성보다는 플라스틱이 주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내 삶에 점점 일회용품이 많아졌다면, 지구에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면 강연 영상을 꼭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작성일. 2020.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