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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에서 한 달 살기=‘예술 + 여행 레지던시’
2020 김해 LIVE & LIFE

이 사업에 대하여 처음 이야기가 나온 때는 2019년 초여름 즈음이었다. 경상남도에서는 지자체마다 관광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역에서 한 달 살아보기라는 공모 사업을 추진하였고 김해시 관광과는 농촌, 시골 체험을 비롯해 예술 체험이라는 콘셉트로 위 사업에 신청, 선정되었다. 이후 김해시 관광과와 몇 차례 협의를 거쳐 세라믹창작센터에서 예술가의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참여 조건은 김해시에 거주하지 않은 예술가이며 SNS 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할 수 있는 작가였다. 주최측에서 참여 작가들에게 요구한 것은 김해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것을 SNS로 홍보하는 것과 여행을 통해 받은 영감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마지막 날 성과 발표 및 전시를 하는 것이었다.

지난 9월 12일(토) 세라믹창작센터는 ‘예술+여행 레지던시’ 사업에 대한 한 달 동안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성과 발표 전날 참여 작가들과 함께 스튜디오 청소와 작품 설치, 행사 준비 등을 하며 지난 한 달 동안의 시간이 필자의 뇌리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8월 15일(토) 서울, 경기, 울산에서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4명(박지원, 이예진, 김영현, 손진희)의 작가가 세라믹창작센터에 도착했다. 도착한 순서로 숙소를 배정하고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이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여행사 직원도 참석하여 사업의 취지와 전체 일정을 설명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센터에서의 생활 규칙을 설명한 후 스튜디오 공간과 세라믹창작센터 시설을 둘러보며 주의할 점 등을 안내하는 것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가볍게 마쳤다. 무더운 날씨에 먼 길 오느라 지친 작가들과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저녁에는 내동에서 열리는 전시 오프닝에 참석했다. 전시는 김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부 작가(김수, 정찬호)의 개인전으로 그중 한 명이 세라믹창작센터의 입주 작가였기에 입주 작가들과 한 달 살기 작가들이 함께 방문하여 자연스럽게 작가들 간의 교류로 이어졌다.

돌아오는 첫 번째 주에는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 고분박물관을 방문해 가야와 김해 역사를 알아보았다. 점심은 낙동강 근처에 있는 불암동 장어 마을을 방문하여 김해 9미1) 중의 하나인 불암동 장어를 맛보았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김해 9미는 김해를 대표하는 9가지 음식을 말하는데 필자도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처음 알게 되었다. 필자뿐 아니라 참가자 모두 향후 김해를 방문하는 지인이나 손님들에게 적극으로 추천하겠다고 하니 코로나19로 힘든 지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오후에는 인제대학교 김학수기념박물관을 방문하여 김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통 도예가들의 도예 작품을 감상하였다. 이날 오프닝은 일양차문화 연구원과 김해도예협회 간의 협약식을 체결하는 자리이기도 했는데 차와 찻그릇의 상호 발전을 위해 많은 관계자가 참석하였다.

저녁에는 입주 작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 달 살기 작가들의 작품 발표를 진행하며 활발한 교류 활동을 이어 나갔다. 이후 한 달 살기에 참여 중인 김영현 작가는 석고 캐스팅에 관심 있는 입주 작가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였고 박지원 한 달 살기 작가는 오제성 입주 작가의 작품 제작 및 전시 지원을 도와주는 등 서로 간의 활발한 교류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도착한 첫 주부터 활발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나 8월 말경 코로나 19의 지역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외부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고 방문이 예정됐던 창작 공간 투어와 레일 바이크, 와인동굴, 김해천문대, 가야테마파크 등을 둘러보는 일정은 전부 취소되었다. 이렇게 김해의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지만 반대로 창작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창작 활동에 주력하며 미술관의 주변을 답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진례 전통시장을 방문해서 옷을 구입하거나 장을 보고 철물점이나 도자 재료상에서 작업에 필요한 재료 등을 구입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김해 9미를 시식했는데 불암 장어(1미) 외에도 진영갈비(3미)와 진례 평지 닭백숙(9미), 내동 먹자골목(6미), 김해 뒷고기(4미) 등을 맛보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성과 발표회가 다가왔다. 이 사업의 당초 취지는 김해를 여행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방문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발표 하루 전날 아침, 긴급회의를 소집해 의논한 결과 미술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예술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기로 했다. 생림에 있는 변대용 작가의 스튜디오와 한림에 있는 정찬호 작가의 스튜디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대안 공간 사랑농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세라믹창작센터로 돌아와 스튜디오와 복도, 숙소 공간을 활용하여 한 달 동안의 결과물을 설치하였다. 성과 발표는 사업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영현 작가가 대표로 한 달 동안의 활동을 영상으로 만들어 발표하였으며 이어서 참여 작가들의 소감을 들어 보았다. 경기 북부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한 작가는 김해가 창작 활동하기 좋은 곳으로 여겨진다며 향후 김해 또는 남쪽으로 작업실을 이사할 의향이 생겼고 또 다른 작가는 내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본 사업의 좋았던 점과 부족한 점 등을 이야기하고 공공 기관의 예술가 지원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갔다. 입주 작가들과 한 달 살기 작가들의 경험과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좋은 기회였다. 마지막으로 설치 작품을 투어하며 ‘김해에서 한 달 살기’의 공식 일정을 모두 종료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해외여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작년 이 사업을 준비할 때 오늘날의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한 달 살기 사업은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시기에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진솔한 후기는 코로나19로 국내외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지자체는 새로운 여행지의 개발과 기존 관광 자원의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마다 다양한 테마로 진행하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코로나19로 힘든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참여 작가 한 줄 소감
김해에서의 한 달은 김해를 온전히 경험하기에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에 비해 배운 것이 너무 많다. 밀도 높은 한 달간의 알찬 여행 덕분에 김해를 떠나는 게 아쉽고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박지원

한여름 밤에 꿈같은 나날을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현

작가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여행이었다. 손진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입주 작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김해의 아트 커뮤니티 활성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이예진

1) 김해 1미는 불암동 장어, 2미는 동상시장 칼국수, 3미는 진영 갈비, 4미는 김해뒷고기, 5미는 한림 메기국, 6미는 내외동 먹자골목, 7미는 서상동 닭발 골목, 8미는 대동 오리탕, 9미는 진례 닭백숙이다. 출처: 김해관광포털사이트 .http://www.gimhae.go.kr/00548/00550/00555.web

작성일. 2020. 0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