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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한 <2020 예술인 지원 사업> 인터뷰
제로 콘택트 시대, 예술의 오늘

바야흐로 제로 콘택트 시대다. 매스컴에서 지겹도록 오르내리던 ‘코로나19’는 어느덧 버젓이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예술은 대혼란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 예술가는 그 변화의 시류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펜, 붓 등을 손에 쥐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노를 젓고 있다.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결코 쉽지 않을 터. 이에 김해시와 (재)김해문화재단은 지난 5월부터 긴급 추경을 편성해 힘을 보태고 있다. 덕분에 흉흉한 시국임에도 김해 시민 곁에는 늘 예술이 함께 숨 쉰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들의 예술 활동이 장소,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거나 최소화되는 형태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덕분에 김해 시민뿐만 아니라 누구나 색다른 예술을 즐기고 향유할 기회가 마련됐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변화에는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긍정적인 면모 뒤에는 살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공연은 공연장에서’라는 통념에는 금이 갔지만 이 시점에도 여전히 일각에서는 ‘현장성’을 빼놓고 예술을 운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예술가의 소통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할 과제가 줄을 섰다. 예술가들은 ‘예술의 변모’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이번 10월에는 예술인 창작 지원 사업의 손영순 동화 작가, 이재훈 기획자와 김선희 작곡가, 정주연 배우 등 네 사람을 만났다. 예술사의 변곡점에 선 이들이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을 실로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원 사업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창작담(創作談)

1 『보이지 않는 우물』 손영순 동화 작가

어린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원천, 그게 동화예요.” 오는 10월, 손영순 작가는 창작 동화 『보이지 않는 우물』의 발간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삶의 지혜’가 간절한 요즘 그녀가 말하는 동화 이야기 그리고 동화 속 지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린 시절, 과수원에서 나비, 새, 풀벌레를 벗 삼아 자랐습니다. 경남생명의전화 1기생으로 27년간 상담실 자원 봉사를 했으며 ‘어린 시절’의 영감을 모티프로 동화 작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창작 동화 『보이지 않는 우물』, 어떤 작품인가요?
아프리카 인도양 방면에 있는 나라,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바브나무’ 이야기입니다. 수명이 1,000년 이상인 이 나무는 도끼로 구멍을 내 우기에 빗물을 채워 놓고 우물로 사용됩니다. 그 때문에 몇 년간 비가 오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특이한 나무지요. 가뭄 등 극한 상황을 대비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의 지혜를 주제로 동화를 창작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이 시국도 지혜롭게 잘 넘기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작품 준비에 어려움을 겪으셨을 텐데요
제 창작 동화는 자연 생태 문학입니다. 창작을 위해 여행도 다니고, 외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등의 관찰이 필요한데 잠시 외출하는 것도 힘들어져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예술인 지원 사업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이번 예술인 지원 사업 소식, 어땠습니까?
마음을 졸이며 지원 사업 신청서를 작성했던 생각이 납니다. 동시에 가뭄에 단비같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문화 시설이 문을 닫는 등 열악한 지역 문화 상황에도 큰 활기가 됐습니다. 한반도 문학 <구지가>의 발상지인 김해다운 조치이자 지원으로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문학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창작 활동에 임했습니다.
이번 작품 발표 이후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작년 김해에서 개최된 제27회 전국시립 소년소녀합창제의 피날레 무대는 저의 작사, 오세균 작곡의 <해반천 속에는>이라는 곡이 합창 무대로 꾸며졌습니다. 이처럼, 동화 창작에만 몰두하지 않고,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의 가사도 쓸 예정입니다. 동시를 지어 동요 가사로 만드는 것이죠. 오는 11월에는 저의 작사와 민병임 작곡가와 힘을 합쳐 <달맞이꽃>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일이 하고 싶으신 거군요?
꿈을 꾸는 데는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화를 모든 예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만든 저의 창작물들이 아동극 등 다양한 무대로 꾸며지고, 김해 문화의 발전,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시민에게 행복과 기쁨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김해를 노래하는 새로운 장르 ‘가야 POP’

2 ‘가야 POP’ 이재훈 기획자와 김선희 작곡가

가야왕도 김해. 이곳에는 김해 시민 누구나 쉽고 즐겁게 김해를 노래할 수 있도록 곡을 제작 중인 부부가 있다. 대금 연주자 이재훈(기획자)과 소리꾼 김선희(작곡가). ‘가야 POP’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은 반가운이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를 두 사람을 만나 기록했다

여러분 각자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재훈 6년 전 아내와 김해로 온 대금 연주자 이재훈입니다. 무형문화재 이생강 스승님을 사사한 이수자이며 국악 악기 레슨과 공연을 병행하면서 김해의 여러 요소를 음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김선희 무형문화재 故 성창순 명창의 이수자 김선희입니다. BBS 불교 방송 리포터 활동도 했고, 현재는 가야 POP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가야 POP’이라는 장르가 생소하고, 흥미로운데 소개를 해주신다면?
이재훈 가야 POP은 저희가 가야사(史)를 노래한다는 의미로 창작한 이름입니다. 김해에서 가야와 관련한 행사가 많은데 김해를 대표할 만큼 대중성을 가진 음악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1호’가 되기 위해 창작 판소리 곡 <김수로가>를 기획했습니다.
새로운 장르의 개척,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가장 중요시한 사항은 무엇인가요?
김선희 어린이들도 듣고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판소리 전공자로서 작사·작곡을 배워가면서 창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목적은 뚜렷하기 때문에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으로 김해지역의 노래, 민요, 인물, 이야기 등을 모티프 삼아 창작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창작곡 발표 계획이 궁급합니다
이재훈 오는 10월 10일(토) 외동 운산재에서 오후 7시 발표회를 할 예정입니다. 대부분의 곡을 김수로왕과 허왕후를 주제로 작곡했습니다. 행사는 김해 장군차, 다과 등 차담이 있는 콘서트 형식을 계획 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비대면 행사 혹은 소규모 행사로 전환도 생각 중입니다. 음원은 대중적인 음악 스트리밍 유통사 모두에 발표할 것입니다.
이번 가야 POP 발표 이후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선희 오는 10월 14일(수)~16일(금) 열리는 대한민국 예술대전에 가야 POP으로 경남 대표로 선발되어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김해시를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가야 POP 곡들과 유튜브 채널 개설도 준비 중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저희 결과물이 교육적 콘텐츠로써 널리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예술인 지원 사업에 대한 시선이 궁금합니다
이재훈 무엇이든 ‘1호로 하는 개척자’가 되고 싶은 욕심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힘들 때 창작 활동을 구상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김해문화재단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원 사업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으로 펼쳐지길 바랍니다.

연출과 연기의 병행이 즐거운 예술가

3 <개구리들> 정주연 배우

코로나19 탓에 연극계도 혼란스럽다. 이러한 시국에 들리는 작품 발표 소식은 반갑고 또 반갑다. 오는 11월 6일(금), 정주연 배우는 연출과 연기를 함께하는 연극 <개구리들>을 발표한다. 힘든 시기, 김해의 연극을 지키고 선정주연 배우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연극인으로서 연극을 사랑하고, 묵묵히,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걷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용띠개띠>, <베이비시터>, <적산가옥>, <나르는 원더우먼> 등 30여 편의 작품에 참여한 배우 정주연입니다. 지난 2011년 극단 ‘초콜릿나무’를 창단했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아동극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술 교육팀을 운영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교육에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극인데 관객을 못 만나는 상황, 예술인 지원 사업에 신청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올해 초, 신작을 제작하려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무기한 연장됐습니다. 이번 사업이 꺼져가는 연극 활동의 불씨를 새로 지펴준 것이죠. 지역의 예술인들을 위해서 이런 지원 사업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개구리들> 공연 영상은 10월 6일(화) 오전 10시부터 48시간 동안 유튜브 '극단 초콜릿나무' 채널에 공개합니다.
이번에 제작한 연극 <개구리들> 어떤 내용인가요?
우물 안 세 마리의 암컷 개구리 이야기입니다. 개구리들은 각각 노래하러 우물 밖의 세상으로 나가려 하고, 현재에 타협하며 우물 속에서 행복을 찾고, 수컷 개구리와 우물 속에서 알을 낳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연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도전과 타협, 안주 중 무엇을 추구하는지, 나는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연극입니다. 세 개구리가 때로는 세 여자가 되어 무대 위를 뛰어 놀고, 그림자극을 펼치기도 합니다. 극의 볼거리를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연출은 무대 밖에서 끊임없이 배우와 무대를 관찰해야 합니다. 무대에 있다 보니 놓치는 것이 많은데 감사하게도 배우들이 활발한 소통을 통해 저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서로의 감각을 공유해줘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개구리들> 활동 이후 어떤 활동을 계획하셨나요?
창원 극단 상상창꼬의 아동극 <바다야 사랑해>라는 작품의 연출을 맡아 11월 진해문화센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수타수다>라는 작품을 준비해 내년에 공연할 예정인데 코로나19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겠습니다.
끝으로 연극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이 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연극을 통해 많은 분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초콜릿나무 같은 연극인이 되고 싶습니다.

글 권혁제 에디터 작성일. 2020. 0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