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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음식으로 문화를 소통하는 소소한 식탁
김해의 이주민 이웃들과 함께하다

누구나 음식은 먹으며, 지구촌 어느 곳이나 식문화가 있다. 먹는다는 공통점을 매개로 음식에서 나아가 서로의 문화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곳은 <소소한 식탁>이다. ‘2019 무지개다리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소소한 식탁>은 상반기 4회, 하반기 6회로 총 10회 동안 9개국의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참여자가 외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접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소소한 식탁>을 통해 다양한 음식 세계에 매료됐으며, 김해의 이태원 ‘동상동’을 즐겨 찾을 수 있게 됐다. 만국의 매력이 담긴 다양한 음식들을 지금 만나보자.

베트남: 왕앙사이공
베트남 음식은 국내에서 가장 익숙한 외국 음식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고수’를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그래서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무조건 검색하는 문장이 바로 ‘고수 빼주세요!’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번 베트남 편의 참여자들은 고수에 환호했다. ‘반쎄오’는 베트남식 부침개로 ‘반’은 케이크, ‘쎄오’는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인 의성어다. 즉, ‘치익’ 소리가 나며 익는 케이크라는 의미로 이름부터 재미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에 영향을 받은 베트남식 바게트 반미도 인기가 많았다. 껌장은 베트남식 돼지고기 볶음밥이다. 한국식 돼지고기 볶음밥과 비슷하지만, 독특하게 후추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다들 깜짝 놀랐다. 짜조는 베트남식 만두 튀김이다. 베트남이 중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춘권이 현지화된 음식이다. 남부 지역에서는 짜조, 북부 지역에서는 넴잔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지역에 따라 음식 이름이 다른 것도 우리와 닮았다. 베트남 편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 하반기에도 진행했다. 하나 다른 점은 짜조 대신 ‘바인꾸온’을 만들었고 요리 방법이 흥미로워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

베트남 편 참여자 후기: 강순옥
처음 보는 사이지만 단 두 시간 만에 오래 만난 친구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건 음식을 만들고 같이 먹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식구라 칭하듯 밥을 같이 먹으며 식구가 된 것처럼 어느새 함께 웃고 이야기한 생활밀착형 프로그램!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고 기대됩니다.

스리랑카: 실론
추억을 담고 있는 동상동 시칠리아를 기억하는가? 추억의 공간에 이제는 스리랑카 레스토랑 ‘실론’이 있다. 익숙한 이름의 나라이지만, 대표적인 음식은 생소하기에 참여자들의 눈은 더욱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스리랑카 편에서는 ‘빠리뿌 와데’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렌틸콩 반죽에 감자, 고추, 새우, 향신료 등 재료를 버무려 기름에 튀긴 음식으로 스리랑카 대표 간식이다. 마치 떡갈비 튀김을 만드는 것 같은 조리 방법이지만, 맛은 굉장히 고소한 과자였다. 스리랑카는 열대 몬순 기후로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는다. 그래서 빠리뿌 와데에 소금을 많이 첨가하지만, 우리의 입맛에 맞게 요리사님께서 소금을 조절해주신 덕분에 고소한 맛이 나는 빠리뿌 와데를 먹을 수 있었다. 밥알이 날아다니는 식감의 ‘라이스&커리’는 신기했고 우리가 아는 카레만을 커리라고 하지 않고 반찬 모두를 ‘커리’라고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태국: 르안타이
태국 음식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수로왕릉에서 동상동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에 ‘르안타이’가 있다. 태국어로 Som(솜)은 ‘시다’라는 뜻이고 Tam(땀)은 ‘빻는다’라는 의미로 ‘솜땀’은 태국인들의 밥상에 매일 오르는 한국의 김치와 같은 음식이다. 태국 편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솜땀을 만들었다. 총각김치, 백김치, 파김치 등 우리에게 다양한 김치가 있듯이 태국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종류의 솜땀이 있다. 참여자 4개 그룹이 만든 솜땀은 간에 따라 모두 다른 맛이었다. 이외에도 태국의 대표 음식으로 유명한 ‘똠얌꿍’을 만날 수 있었다. 이국적인 진한 고수의 향과 함께 추어탕 같은 맛에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다진 돼지고기와 타이 바질을 볶아서 밥에 얹어 먹는 ‘팟카파오무쌉’도 먹었다. 이름 외우기가 참 어려웠지만, 단어를 끊어서 보면 팟(볶다), 카파오(타이 바질), 무(돼지고기), 쌉(다진)으로 다진 돼지고기와 타이 바질을 볶은 요리란 뜻으로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네팔: 두르가
네팔 편을 진행한 음식점 두르가는 체험 전부터 독특한 분위기로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우리를 반기는 에베레스트산의 사진은 마치 네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네팔 편은 ‘사모사’를 만들었다. 사모사의 반죽부터 특유의 삼각형 모양새까지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다. 페이스트리 반죽으로 만든 핏 속에 완두, 감자,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들었다. 바삭한 식감에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강한 향신료의 향으로 굉장히 이국적인 맛이 입안을 맴돈다. 난과 커리, 치킨 프라이 라이스, 라씨와 함께 다양한 네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한 끼였다.

 

미얀마: 쉐미얀마 레스토랑
음식부터 미얀마 민주주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던 미얀마 편! 똑손 TV 유튜버가 참여해 그날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주셔서 추억을 곱씹을 수 있게 됐다. 미얀마 물 축제 사회자였던 조우주 사장님의 화려한 입담과 배은희 사장님의 멋진 모습에 체험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얀마 편에서는 음식의 전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참가자 모두 흥미롭다는 평이 많았다. 재료는 낯설었지만 익숙한 맛으로 부담 없이 쉽게 먹을 수 있었으며 특히, ‘코코넛 국수’는 부드러운 코코넛 향에 끝 맛이 매콤해서 계속해서 입맛을 당겼다. 네팔 음식점에서 맛본 사모사가 미얀마 요리에 나와 신기했다.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맛이 달라서 각 나라의 사모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캄보디아 레스토랑
앙코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캄보디아! 그 속에도 한국 음식문화와 통하는 맛이 있을까? 캄보디아 편을 진행한 이동우 사장님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캄보디아 음식을 준비해주셨다. 한국의 불고기 같은 ‘바이차 로옥락’부터 소고기볶음밥인 ‘바이차세꼬’ 그리고 소고기라면 볶음인 ‘미차세꼬’까지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와 간단한 조리법으로 누구나 손쉽게 이국적인 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 마무리로 녹두를 갈아서 만든 달달한 ‘딱스다이’까지 완벽하게 통했다!

 

우즈베키스탄: 우르굿
지리적으로 멀리 있어서 접하기 어려웠던 우즈베키스탄의 음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우르굿을 찾았다. 가게를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마주한 건 눈망울이 맑은 아이들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우르굿’이라는 도시를 떠나 ‘김해’로 이주하여 삼대가 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대표 음식은 소고기 빵 ‘삼사’로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서 낯선 음식을 먹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접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비주얼이 최고였던 건 양고기꼬치 ‘샤슬릭’이였다. 일반 음식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꼬치일 줄 알았는데, 긴 꼬챙이에 꽂힌 두툼한 양고기였다.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걱정했지만, 소스 없이 먹어도 될 만큼 누린내는 없었다. 양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 모두가 신선한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하반기 진행에서 가장 두려웠던 음식이었는데 맛있는 한 끼를 통해 편견을 깨뜨렸다.

인도네시아: 와롱복무문
인도네시아 음식하면 ‘나시고랭’과 ‘미고랭’이 떠오른다. 미고랭은 세계인이 열광하는 라면으로도 유명하다. ‘볶아서 만들었다’는 뜻을 가진 ‘고랭’에 각각 밥을 의미하는 ‘나시’와 국수를 뜻하는 ‘미’가 붙었다. 우즈베키스탄에 ‘샤슬릭’이 있다면 인도네시아에는 닭고기꼬치인 ‘사떼아얌’이 있다. 매콤한 맛이 일품인 사떼아얌은 계속해서 입맛을 돋우며 인도네시아 간장과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룸비아’는 춘권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쪽파와 함께 칠리소스에 찍어 먹었다. 쪽파는 화룡점정으로 눈이 번쩍 떠졌다. 이국적인 음식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아 마음껏 먹게 된 만족도 높은 체험이었다.

인도네시아 편 참여자 후기: 황진솔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남의 횟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소한 식탁을 통해 한 번의 만남으로도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니 문화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친절한 사장님과 맛있는 음식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러시아: 나아가녁
김해는 사할린 교포 거주지가 있어 많은 고려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같은 뿌리이지만 식문화는 생활 환경에 따라 특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다양해졌다. 그래서 러시아 편은 러시아 음식과 고려인 음식을 함께 준비했더니 코스요리가 따로 없었다. 회가 올라간 샐러드, 스프인 보르쉬, 고려인 국시까지 두 가지 문화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고, 펠메니(만두), 거틀레드(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 보며 고려인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여러 가지 요리를 준비해주셨다. 고려인 국시는 잔치국수와 닮았지만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배가된 맛이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려인 음식을 통해 가슴 아픈 근현대사를 떠올렸고, 우리 역사에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도 됐다


작성일. 2019.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