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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단어를 모으다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

문화다양성이 필요해?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는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결성됐다. 무지개다리 사업은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사업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의 차이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을 해나가고 있다. 언어, 전통, 사회, 종교, 풍습 등 다양한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말모이가 하는 일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수많은 것들, 특히 가부장성이 남긴 많은 단어들이 이제는 차별의 단어로 인식되고 있다. 빠른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이룬 현대 사회의 이면에는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이산재해 있다. ‘예전에 비하면 인식도 많이 개선됐고, 이젠 신분사회도 아닌데 차별이 거의 없지 않니?’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많이 변했다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은 보수적인 사회다. 수많은 차별이 상존해왔고, 일부는 지금도 여전하다. 분명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토대로 발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나 또한 그 사회에 맞춰서 그냥 살아왔던 것 같다. 정답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 했지만 늘 불안했고, 다름과 틀림이 두려웠다. 지금에 와서 보면 ‘우리사회가 개인의 표현과 다름을 조금 더 포용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모이의 시작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나도 모르게 내뱉은 단어가 결국 내 생각이 될 수 있고, 의도는 없었지만 그 단어를 들은 누군가는 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다. 먼저 언어적인 측면, 사용하는 단어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존에 차별인지 모르고 사용했던 단어 혹은 혐오 속에서 생긴 신조어를 발굴하여, 알리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의 역할이다. 단어의 뜻을 찾고, 왜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단어인지 이유를 적는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하다. ‘이 단어의 뜻을 아시나요? 이 뜻을 알게 된 후에도 당신은 사용할 건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활동을 통해 우리가 찾은 혐오단어 혹은 차별적 표현이 문화다양성을 해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프로불편러가 되다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는 20대에서 50대까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일상에서 느꼈던 단어를 공유하며 회의하고 검토한다. 하나의 단어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다르거나, 세대별로도 다를 수 있다. 우리 내부에서도 50대에서는 ‘설마?’라며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단어를 20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음에 놀라는 일이 있었다. 이를 통해 서로의 다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는 모인 이유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각기 다른 구성원이 모였기 때문에 범주도 점차 다양해지고, 여러 분야에서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단어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말모이 활동을 통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단어가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심지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발대식 때 문화다양성 교육을 받은 한 서포터즈는 ‘망치로 머리를 꽝! 하고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말들이 차별이었다는 사실이 꽤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미디어 매체와 언론조차도 아무렇게나 혐오와 차별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점점 신경 쓸수록 나만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이젠 프로불편러가 됐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필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단어는 무엇일까?

말을 모으기 시작한 건 6월부터이다. 지금까지 약 100개가 넘는 단어를 모았다. 우리가 찾은 단어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처댁’, ‘시가’ 귀에 익숙한가? 처가는 아내의 본가를 의미한다. 시댁은 남편의 본가를 의미하며 ‘댁’을 사용하여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때 처가, 시댁은 각기 국어사전에 있지만 이상하게도 ‘처댁’ 즉, 아내의 집안을 높여 부르는 말은 없다. 한번 더 물어보겠다. ‘처가’, ‘시댁’ 지금은 어떻게 들리는가? 가족 내 사용하는 호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적인 성차별 단어가 정말 많다. 여러분은 어떻게 사용하는가? 처가를 사용하면 똑같이 시가! 시댁이 있으면 똑같이 처댁으로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죽이가 됩시다! 합죽이! 합!’ 학교에서 소란스러운 학급 분위기를 지도하기 위해 선생님이 자주 사용했던 노래이다. 추억의 노래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왜 합죽이라고 했을까? ‘합죽이’의 뜻을 알아보자. 합죽이는 이가 빠져 입과 볼이 움푹 들어간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었다. 학생에게 예절을 지도할 때 ‘합죽이’라는 표현은 지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더 좋은 말로 충분히 지도할 수 있다.
여러분에게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정상인’은 어떻게 정의 내리는가? ‘이 녀석, 정상이 아니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있는가? 혹은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 ‘일반인’으로 구분한 적이 있는가? 이 단어들은 주로 장애인과 구분할 때 사용하는데, 이 말을 사용하게 되면 장애인은 비정상이라는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 정상인의 뜻은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이다.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무엇이 정상인지 정상의 기준을 정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활동을 하며 ‘우리가 문화다양성에 조금만 더 그리고 일찍 관심을 두었다면, 사람에게 정상의 기준을 따지는 사회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여 ‘말모이’는 매달 모은 단어 중 몇 개를 선정하여, 무지개다리사업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말모이 활동이 마무리되는 12월에는 단어를 모아 논의했던 활동자료집도 발행할 예정이다. 김해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전해드릴 테니,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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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