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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김해프린지 <와야문화축제> 시민추진단장
와야지, 그리고 함께 즐겨야 문화축제지!

‘소소하지만 함께 만드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축제, 행사 진행자와 참여자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월 24일 오후 연지공원에서는 제2회 김해프린지 <와야문화축제>가 개최되었다. 행사 며칠 후 결과 공유 회의까지 마무리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와야문화축제>를 시작점부터 되짚어보고자 한다.

지난 5월 초 (재)김해문화재단은 ‘2019년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김해프린지 시민추진단’을 모집하였다. 시민추진단은 스스로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활동을 통해 문화 자생력을 높이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발걸음중 하나였다. 문화기획자 12명으로 꾸려진 시민추진단은 첫 회의에서 기존의 행사를 접했던 시민으로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을 이야기했다. 어딜가나 비슷한 행사는 하지 말자. 모든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행사를 만들자. 쓰레기가 적은 행사를 만들자. 추진단원들이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나눈 의견들은 곧 우리가 만들어갈 축제의 기본 방향이 되었다. 그 후, 행사명도 새로 정했다. 김해를 대표하는 가장 큰 축제는 <가야문화축제>이다. ‘가야문화축제라고? 가지 말고 와야지 축제가 되지!’라는 농담 섞인 의견을 반영하여 이번 축제 이름은 <와야문화축제>가 되었다.

행사 장소로 여러 곳을 답사하고, 깊은 고민 끝에 김해시민들이 사랑하는 김해 대표 공원인 연지공원으로 결정했다. 또한, 모든 연령층이 즐기는 행사를 만들기 위하여 추진단을 7개로 나누어 10대부터 70대까지 각 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공연, 체험, 놀이, 소통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빨주노초파남보’ 프로그램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제안하는 회의를 거듭하며 조금씩 구체화하였다. 넓은 연지공원에서 서로 떨어져 각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행사가 개별적으로 운영될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해야 했다. 열띤 토론 결과 강강술래라는 유례 없고,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결정을 했다. 연지공원에서 강강술래를 하는 ‘연지술래’는 같은 공간에 모인 우리가 함께 손을 맞잡고 화합을 다지며, 김해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와 함께 연지공원을 한 바퀴 돌면 김해의 명소를 모두 둘러본다는 의미로 공원 곳곳에 ‘김해 10경’을 지정했다. 연지술래의 맛깔스러운 진행과 흥을 돋우기 위하여 소리꾼들은 김해 10경을 소개하는 가사로 강강술래 노래를 새로 쓰고 연습을 거듭했다.

행사 당일,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연지공원의 메인 데크를 비롯하여 각 프로그램의 상징색을 지닌 풍선으로 꾸민 공간에서 ‘빨주노초파남보’ 행사가 진행되었다. 빨강색 <행복을 찍는 사진관(70대 이상)>은 어르신 사진사분들이 연지공원을 찾은 시민들을 찍어 주셨고, 주황색 <청춘 회복비타민(5~60대)>은 네일아트와 전래놀이를 진행했다. 노랑색은 <와라놀이터(영유아)>에는 낚시놀이, 비눗방울, 다양한 만들기 등으로 어린 친구들이 북적였다. 초록색 <한판 붙자 살수대전(10대)>은 물풍선 던지기, 페트병 물총 만들기, 물총으로 빈 캔 넘어뜨리기 등으로 신나게 물놀이를 했으며, 하늘색 <와야 슈퍼밴드(20대)>는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사전 예선전을 거치고, 밤새 무대를 설치하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 덕분에 시민들은 나무 그늘 속 작지만 근사한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파란색 <세상의 모든 ASMR(30대)>은 연지공원의 소리, 악기들의 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낭만적인 행사였다. 마지막 보라색 <대화가 필요해(40대)>는 대화와 휴식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소나무 숲에 작은 무대를 설치하고 편안한 빈백과 잡지를 준비하였다. 보이는 라디오 방식으로 7, 80년대의 세대가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사연도 읽어주는 편안한 시간을 준비했다.

연령대별로 준비한 행사였지만 사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기에 연지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따로 또 같이 즐겼다. 가족,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에 뿌듯했다. 연지공원 곳곳에서 행사 진행자와 참여자, 그들의 이야기 소리, 알록달록 풍선 모두가 어우러지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와 함께 김해 10경의 파라솔에서는 연지술래 참가 접수와 함께 ‘하나’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LED 팔찌를 나누어 주었다. 가족, 친구, 어른, 아이 등 수많은 김해 시민이 모였고, 주문 제작한 1,200개의 팔찌는 동이 났다. 해 질 무렵 연지술래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김해시민들이 하나둘 손에 손을 잡으며 하나의 원을 만들었다. 커다란 연못을 둘러싼 시민들의 마주 잡은 손목엔 색색의 불빛이 반짝였고, 연지공원을 둥그렇게 수놓았다. 소리꾼들의 장단과 지령에 맞춰 함께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며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서로 바라보며 손뼉을 치고, 발을 맞추면서 연지공원 속 김해 10경을 함께 둘러보았다. 1,000여 명의 시민이 처음 만나는 이웃과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김해 10경을 돌아보는 경험은 뭉클했고, 나와 우리 모두 김해시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와야문화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 행사를 준비한 시민추진단은 각자의 업을 가진 시민이었고, 이러한 방식의 행사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처음 생각했던 ‘소소하지만 함께 만드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축제, 행사 진행자와 참여자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자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루지 않았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즐겼다는 것이다. 이 일은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대단히 주목을 받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면 즐거워야 했고, 함께 하는 일들이 재미나야 했다.

<와야문화축제>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깎아 맞춰 가며 큰 그림을 만들어간 우리의 목표는 함께하는 김해시민이 모두 즐겁고 재미난 한때를 보낼 수 있도록, ‘잘 노는 김해’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남녀노소 잘 놀아야 건강하다. 2,000년 전 가야인이 건강하게 살던 이 땅에서, 매년 한 번쯤은 이렇게 함께 모여 잘 노는 김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100년 후, 1,000년 후에도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잘 노는 건강하고 밝은 금바다 김해가되기를 기원한다.


신훈정
신훈정 팔판작은도서 관장

자신의 전공 분야인 미술, 도예를 바탕으로 책과 미술을 활용해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공로 를 인정받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24회 독서 문화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작성일. 2019. 0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