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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문화예술 위해 작품으로 함께한 42일간의 동고동락(同苦同樂)
삼인삼색 <2019 세라믹창작센터 여름국제도자워크숍>

“맴, 맴, 맴, 맴, 매에…” 그칠 줄 모르는 매미 소리만으로 알 수 있는 여름의 절정. 8월의 어느 날, 날씨 못지않게 뜨거운 열정을 내뿜고 있는 곳을 다녀왔다. 그곳은 바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세라믹창작센터’
세라믹창작센터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는 여덟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었다. 여덟 팀 그리고 아홉 명의 작가는 불볕더위에도 분주한 손놀림으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었다. 말없이도 그들의 열중하는 눈동자, 이마에 맺힌 구슬땀만으로 고스란히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워크숍 일정의 마무리는 <세라믹 가든>展,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온 이들의 여정에 잠시나마 동행해볼 수 있었던 시간을 기록했다.

<2019 세라믹창작센터 여름국제도자워크숍>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승택 <2019 세라믹창작센터 여름국제도자워크숍>은 지난 7월 15일(월)부터 8월 25일(일)까지, 42일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내의 세라믹창작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부터 작품 제작, <세라믹 가든> 전시까지 연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워크숍은 흙으로 도자 작업을 하는 국내·외작가(국내 작가 5명, 프랑스 작가 1명, 대만 작가 2명, 일본 작가 1명)를 선정·초청하여 작품 제작, 강연, 세미나 등 활발한 문화예술 교류로 김해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개최됐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작가들은 서로 지식과 기술을 교환하면서 한층 발전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모두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매니저로서 어떤 일을 수행했습니까?

김승택 워크숍을 총괄했습니다. 작가 연구 및 선정·초청, 워크숍의 스케줄, 작품 재료 구매, 식사 문제, 문화예술 투어 기획·진행 등 작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작가들이 필요로 하는 제반 사항을 책임졌습니다. 작품 제작에 관련된 외부 조건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기분과 건강도 꾸준히 확인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타지에서 온 작가들이 한 장소에서 머물면서 작업만 하고 있으면 지치고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2019 세라믹창작센터 여름국제도자워크숍>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재규 아내와 1년에 한 번씩만 워크숍에 참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워크숍이 전업 작가에게는 사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만큼 생기는 공백이 결혼한 작가에게는 가정과 자녀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특히 해외로 워크숍을 가게 되면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면 한국에서 작업하면 비교적 여유로울 것 같아 참여하게 됐고, 젊은 작가들에게 자극도 받고 교류할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탕 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대만의 잉거도자박물관이 국제교류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교류 프로그램 중 한국에서 작업할 기회가 생겨신청했고 선정이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세라믹창작센터의 분위기도 정말 좋고 작가가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스태프의 적극적인 도움과 기자재 준비 등 작가로서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마련해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워크숍 제작 작품으로 <세라믹 가든>展을 펼쳤는데, 작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재규 양과 말을 작업했습니다. 그중 양은 제가 설치미술을 할 때 등장 인물처럼 사용하는 소재입니다. 작가에게 작품은 개인의 철학적인 주제와 이야기를 이해해주십사 전달하는 메시지입니다. 예술가와 대중의 차이가 바로 이 지점인데, 대중은 예쁜 집과 예쁜 양을 원합니다. 양은 순백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거부감이 없는 동물입니다. 야외 공간에 작품이 설치되면 제 작품은 그냥 양입니다. 그러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어울릴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는 것입니다. 대중의 시각에서 좋은 이미지의 양이 되었으면 좋겠고, 좀 더 예술을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탕 쉔 저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방, 환경, 관계에 대해서 비교·분석 작업을 주로 합니다. 이곳에 와서 한국과 대만의 식문화의 차이를 느꼈는데,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인과 대만인의 식문화 차이를 동물과 사람으로 표현하고, 비교·분석한 내용으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예술과 관련해서 김해는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승택 김해시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임에도 문화재단의 규모가 매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김해시에서 계속해서 관심을 두신다면 문화예술 창의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김해시가 ‘레트로 봉황’ 등 도시재생사업에 관심이 많고 역사문화 도시이기 때문에 과거와 현대의 김해를 표현할 수 있는 문화가 겹치면서 새로운 김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관과 재생사업 등의 과정에서 예술가들의 역할과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 많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 일이 맡겨진다면 김해시도 유럽의 문화예술 도시 못지않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세라믹창작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을 위한 도시로서 브랜딩이 된다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올만한 가능성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김재규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롤모델로 삼기 좋은 터키의 소도시 ‘에스키셰히르’를 일례로, 신화 속에 나오는 바벨탑의 벽돌을 생산한 도시로 알려진 이곳은 ‘테라코타’라고 하는 붉은 흙이 많아 벽돌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터키가 전 세계 관광 수입 일곱 번째에 달하는 나라인 만큼 관광객이 많은데, 관광객들을 끌어오기 위해 매년 세계 각지의 작가들을 초청하고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만든 테라코타 조형 작품을 시청·공원 등 도시 곳곳에 세우면서 도시의 색을 구축해냈습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세라믹 레지던시 분야에서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세라믹 작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작가가 모여 서로 기술과 영향력을 교류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상당합니다. 김해시에서 이런 사업에 힘을 더 써주시고, 도자를 하는 작가들이 좋은 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힘쓰면 도시 이미지 역시 좋게 자리 잡을 것입니다.

탕 쉔 사실 김해가 예술적으로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박물관 탐방을 하며 가야문화를 알게 됐을 때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한 도시에서 그런 큰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중국·대만·한국의 공통점에 대해서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눈으로 직접 실감하니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로는 떨어져 있지만 가까운 부분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김재규 10년 이상 건축 소재로서의 도자를 조형·공공설치물 등의 작품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도자 작품이 조금 더 대중화되고,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여기서 협업을 하고, 젊은 작가들에게 받은 에너지를 잘 간직해서 작품 활동에 꾸준히 힘 쏟을 생각입니다. 탕 쉔 워크숍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모두 작가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작가의 실질적 삶과 저를 비교해보고,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곳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 워크숍이 끝나고 대만으로 돌아갑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나 선·후배와 함께 협업하며 개인 작품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작성일. 2019. 0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