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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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대하여
문화다양성은 ‘인권’입니다

                                                                                                                                      문화다양성 캠페인 <차이를 즐기자>

문화다양성의 개념

유네스코는 2005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 협약’을 비준 하였다. 문화다양성의 개념은 냉전체제의 몰락과 탈근대적 사고의 확산,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대응, 민족성, 계급, 젠더, 종교, 장애 등에 기초한 구조적 차별과 사회·경제적 구분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다. 결론적으로 문화적 종 다양성을 보호하고 문화가 상품이 아닌 문화 그 자체로 보호 받고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2010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으로 노동력의 국경 없는 이동, 국제결혼, 난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현상으로 인해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초기의 다문화주의는 ‘동화주의’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주민들이 한국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하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이주민들이 고유한 문화를 버리고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도록 하는 정책들은 한편으로는 문화다양성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기도 하였다. 그런 면에서 문화다양성은 다른 말로 ‘문화 다원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민족, 국가, 성별, 세대, 젠더 등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레이어들이 중심과 주변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가치를 인정하는 것 혹은 받는 것이다.

                                                                                                                                                              2018 성과보고회 <따로 또 같이>

무지개다리 사업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2004년에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2007년에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2008년에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이 제정되었다. 2000년대부터 가속화되었던 이주노동자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 법들이 생겨났으며 결국 2010년에 앞서 언급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다양성 증진정책 관련 대표사업으로 ‘무지개다리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2012년 6개 지역문화재단의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여 현재 26개의 재단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 주체들 간의 문화소통 및 문화예술 교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색적이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열린 시각과 창의력 증진 및 나아가서는 문화융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다문화 관련 사업들이 한국 동화주의적, 다문화가족 중심, 이주민 분리주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면,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은 지역 내다문화, 소수문화, 세대문화, 하위문화, 지역문화, 종교문화 등 다양한 문화를 포괄하여 각 주체들의 문화기본권을 존중, 이를 통해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지역공동체적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어린이 문화다양성 <짝꿍> 프로그램


김해는 2014년부터 무지개다리 사업을 진행하였으며 현재 6년째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 및 이주여성, 유학생의 비율이 김해 전체 인구의 약 4%를 차지하는 등 지역 사회 구성원이 다양화됨에 따라 김해에는 여러 문화자원이 생겨났다. 과거, 지역의 도심 역할을 한 구시가지가 현재 외국인 거리로 형성되었고, 이주민 커뮤니티의 거점 공간인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도서관 등이 생겼다. 하지만 대다수의 지역주민은 다양화된 문화에 대한 이해보다는 배타적 관점을 갖고 있고, 따라서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극대화되었다. (재)김해문화재단은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에 응모하였으며 2014년부터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었다. 2014년 <다정다감>을 시작으로 2015년 <다름다움>,  2016년 <단비>,  <2017 문화공존 김해; 다양성을 마주하다>, <2018 문화공존 김해; 다양성을 소통하다>, <2019 문화공존 김해; 다양성을 그리다>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다. 2019년 세부사업으로는 <경남문화다양성 포럼>,  찾아가는 문화다양성 연수 <공감 스케치>,  문화다양성&도시재생 <잇다>,  소담한 음식으로 문화를 소통하는 <소소한 식탁>, 어린이 문화다양성 <짝꿍>,  문화다양성 토크쇼 <창작시 음악축제>,  문화다양성 마을축제 <종로난장>,  차이를 즐기자 <두드리머(Do. Dreamer.)>,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하였다. 특히 2014년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소소한 식탁>은 다양한 이주민들의 음식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냈고, 선주민과 이주민의 문화를 음식이라는 매개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착되었다. 또한 문화다양성 마을축제 <종로난장>은 올해 김해도시재생사업단과 협업함으로써 행사의 규모나 내용이 보다 내실 있게 추진되었다. 올해 6년 차에 접어들면서 김해의 이태원이라고 할 수 있는 동상동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으며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확산하고 있다. 어린이 문화다양성 <짝꿍>은 이주민 2세들이 주로 다니는 김해합성·김해동광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개최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문화 다양성을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탄탄한 기획과 실행으로 2017, 2018년에는 김해가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확보하였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하였다.

                                                                                                                                                                    <종로난장> 공연

모자이크 사회와 인권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세계에서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국가는 캐나다이다. 1971년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국가정책으로 도입하였고, 1988년에는 다문화주의법을 시행하였다. 그리고 캐나다 헌법상에는 다문화 유산을 보호하고 강화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사회 관용지수 세계 1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캐나다에는 200개 이상의 민족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언어, 문화가 공존한다. 인구의 20%가 외국에서 출생한 이민자이며 매년 25만여 명의 새로운 이민자가 들어오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확산은 국제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캐나다도 처음에는 용광로처럼 주류문화에 동화시키려는 정책을 썼으나, 현재는 각자 특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통합과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 사회’를 지향한다. 최근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반이민 주의와 외국인 혐오, 자민족 우선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대 경제주체 간의 세력다툼으로 인해 신냉전이라고 불리는 체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가치는 시대, 국가, 이념, 혹은 경제적 이익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중요시하는 ‘인권’이다. 문화다양성은 결국 불가역적인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글 이영준 (재)김해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작성일. 2019. 0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