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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도 속이 편안한 자연식 전문점
자연의 맛을 담은 건강한 한 끼

매일 집에서 밥을 지어먹자니 귀찮기도 하고 조금 지겹다. 그렇다고 밖에서 사먹자니 자극적인 맛에 속이 불편해질 것 같아 걱정인데…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해결해 주는 건 역시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이다. 인공적인 조미료는 최대한 배제하고 좋은 재료만 선별해 음식을 만드는 건강 음식 전문점을 소개한다.

특제 간장소스가 더해진 한우육회·숙회비빔밥
자연밥상
주소 김해시 가야로169번길 9-8
문의 055-313-0031

장신대역에서 김해시민체육공원 방향으로 걷다보면 한적한 분위기의 주택가가 옹기종기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재영 대표가 운영하는 자연밥상은 그 샛길에 위치했다. 이름 그대로 인공감미료의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 아닌 집밥을 먹는 듯 속이 편안한 음식을 내놓는 것이 특징. 밥이 아니라 보약이라는 단골손님들의 투박한 너스레에 진심이 느껴져 과연 어떤 맛일까 밥상이 차려지기 전부터 기대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자연밥상의 메뉴는 한우육회·숙회비빔밥이다. 본래 경북 영주에서 한우곰탕, 도가니탕을 판매하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모범업소·으뜸음식점 지정은 물론 외식산업상 수상, 이후 독특한 메뉴 개발로 특허청에 등록까지 완료한 한재영 대표이기에 음식의 질은 굳이 논할 필요가 없을 것같다. 한우, 꽃상추, 단배추, 고사리, 계란지단, 당근, 콩나물, 배 등이 들어가는 비빔밥에는 고추장 대신 자연밥상에서 특별히 만든 간장소스를 넣는다. 간장소스는 한우를 푹 고아서 만든 육수에 간장을 비롯해 그의 비법이 담긴 다양한 재료를 더해 만든다. 처음 오는 손님들은 고추장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먹으면 재료의 맛을 오롯이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떠먹기 시작한 비빔밥은 한재영 대표의 의도대로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자연을 최대한 그대로 담아 전하는 느낌.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었지만 부대끼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약 2년가량 매일같이 자연밥상에서 식사를 했다는 어느 손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실제로 이런 케이스가 종종 있어 그는 늘 단골들의 특징이며 식성에 대해서도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건강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때문이다. 장사는 이윤보다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그의 운영철칙이 깊게 다가온다.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우고 싶은 날 찾아가기 좋은 곳이다.

은은하게 배인 향에 취하는 연잎밥
북소리
주소 김해시 장유로 177
문의 055-333-7892

느지막이 수로왕릉을 한 바퀴 거닐고서 한 끼 하기에 여기보다 더 적합한 곳이 있을까. 전통찻집이라 커다랗게 표기는 되어 있지만 사실 북소리는 채식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육류나 생선을 식자재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일까. 불교도인 강정례 대표는 음식에 오신채(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으로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를 일컫는다)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리는 음식이 많은 사람에게도 부담 없다. 북소리는 본래 전통찻집으로 시작했다. 때문에 차 종류에 비해 식사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재료 선정부터 밥상에 오르는 순간까지 강정례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에 어떤 메뉴를 선택하더라도 건강한 식단을 누릴 수 있다. 이날 선택한 메뉴는 연잎밥. 곱게 싸인 연잎을 열면 모락 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밥을 마주하게 된다. 먹기 전부터 눈으로 호강하는 기분이다. 연잎과 함께 쪄내 은은한 향이 맴도는 밥은 과하지 않고 적당히 쫀득한 식감이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 역시 깔끔하다. 모두 그녀가 직접 길러냈거나 채취해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 특히 뽕잎, 감잎, 망개잎 등의 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장아찌는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귀한 반찬. 평소에 다양한 장아찌를 담아두고 번갈아 가며 손님에게 내고 있단다. 이날 밥상에 오른 장아찌는 독특한 향이 인상적인 산초 장아찌다. 여기에 나물이며 된장국까지 어우러지니 시골밥상이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무어냐는 질문에 어떤 메뉴든 직접 기른 작물을 내어놓기에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는 강정례 대표. 그녀의 정성어린 마음이 손님들의 발길을 계속 이끈다. 음식이좋아서 왔는데 이제는 사람이 좋아서 온다는 어느 단골손님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인 곤드레 정식
만드리곤드레밥
주소 김해시 장유로 177
문의 055-333-7892

식물성단백질을 비롯해 칼슘, 철분, 식이섬유 등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사랑받는 곤드레. 정유숙 대표가 운영하는 장유 월산마을 인근의 만드리곤드레밥에서는 강원도 영월에서 채취해 급랭시킨 곤드레를 사용해 시중에 파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식감과 구수한 향을 자랑하는 곤드레밥 정식을 맛볼 수 있다. 경북 김천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좋은 재료만 한 데 모아 정성껏 빚어내는 곤드레밥은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해진다. 밥상에 오르는 반찬은 열 가지 남짓이다. 잡채, 꽁치구이, 명태껍질볶음, 초석잠장아찌, 쑥갓나물 등 다양한 맛의 반찬이 식욕을 돋운다. 모두 정유숙 대표가 직접 만들어 내놓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식자재는 매일 새벽 도매시장에 들러 구입하지만 집된장의 경우 경남 합천에 있는 가족들이 빚은 것을 사용하고 있단다. 토굴에서 숙성시켜 진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고. 시간과 손길이 더해지는 동안 깊어진 집된장의 맛은 곤드레밥과 뒤섞이는 순간 배가 된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곤드레밥 정식에 곁들여 나오는 양념장을 추가하면 더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튀지 않는 담백한 맛을 내는 재료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맛은 그 어떤 특별한 음식을 먹을 때보다 맛깔스럽다. 그리고 편안하다. 그동안 바깥음식에 지쳐있었던 속을 달래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돌솥에 남은 밥을 숟가락으로 긁어낸 누룽지를 씹어 먹는 것도 별미다. 20대부터 70대까지 가게를 채우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무척 다양하다. 우연히 방문했다가 단골이 된 손님들도 많고, 이들의 소개로 가게를 방문하는 이들도 있단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직접 고른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자신의 노력이 이렇듯 보상받고 있기에 더욱 정성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는 정유숙 대표. 그녀의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건 다름 아닌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 한마디다.

작성일. 2019. 0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