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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 가게 보림사진관
반백 년을 이어온 추억의 사진관

찰칵. 카메라 플래시처럼 반짝이듯 짧게 스치는 삶의 순간을 경쾌한 셔터 소리가 기록한다. 조금씩 모인 삶의 조각이 아름답게 빛나는 사진에서 우리는 옛 시간을 마주한다.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속성을 거스를 수 없기에 사진은 늘 기억이자 추억이고 그리움이자 아련함이다. 여기 김해 시민의 추억을 반백 년 동안 현상해낸 보림사진관의 손부부 대표가 있다. 추억을 선물하는 손 대표에게서 그의 추억을 담아보았다.

사진, 그 첫 시작

1969년 10월. 군대를 다녀온 청년 손 대표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생겼다. 김해에 사진사로 계셨던 손 대표의 외삼촌께 사진 기술을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은 것이다. “조그마한 사진기로 가끔 사진을 찍던 나에게 사진에 조예가 깊은 사진 기사 외삼촌께서 기술을 전수해 주신다고 하셨다. 직업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굳은 마음을 가지고 고향인 울산에서 김해로 내려갔다. 사진 촬영부터 현상, 인화 등 쉽지 않았지만, 천직이라 생각하며 배워나갔다. 기술을 배워 보림사진관을 열었다. 그때가 1972년도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처음 해보는 사진관 운영이 금전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은 마음을 짓눌렀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사진 기사의 피사체 손님

많은 손님이 보림사진관을 찾았다. 한국 현대사의 변화를 그대로 겪으면서 찾아오는 손님도 시대별로 달라졌다. “처음 사진관을 열었을 때 일반 서민들에게 사진은 부담스러운 비용으로 많이 찍지 못했다. 백일이나 돌잔치, 결혼식과 회갑 같은 행사에만 찍을 수 있었다. 당시 결혼식과 회갑은 집에서 치렀기에 집으로 출사를 많이 다녔다. 손님의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찍으며 함께 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특히 아기 손님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갓 백일이 지난 아기를 어르고 달래서 예쁘게 찍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생하다. 차츰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진기를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흑백 필름이 컬러로 바뀌고 나면서 즐거운 순간을 찍어와 인화해달라는 손님이 늘어났다. 필름 속에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내 손끝으로 만들어 선물한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디지털카메라가 늘어나면서 인화를 하려는 손님은 줄었지만, 가족사진과 증명사진처럼 사진이 필요한 곳은 아직 많다. 손님을 계속해서 만나는 것이 큰 기쁨이다.”

계속되는 사진 이야기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킨 보림사진관. 손 대표의 둘째 아들은 가업을 잇기로 했다. 아버지처럼 우직하게 사진관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사진 기술을 위해서는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했다.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예전부터 컴퓨터를 잘 다루던 아들이 사진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사진학과를 졸업한 아들의 디지털 사진 기술은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아들과 함께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기특하고 여러 감정이 든다.”카메라 셔터를 눌러 온 지 반백 년. 오늘도 보림사진관을 지키는 노신사는 김해 시민의 흐려진 기억의 초점을 사진으로 또렷이 맞춰주며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선물한다. 보림사진관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손에 잡히는 한 줌의 추억이 당신에게 타임머신을 선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작성일. 2020. 0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