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봄이 찾아왔다. 우울, 불안을 머금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손님이 아닐까. 피부에 닿는 옷감이 얇아지면서 무거웠던 우리 걱정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본래라면 축제 기간으로 모두가 들뜰 요즘, 꽃놀이마저 즐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로를 향하고 있다. 답답한 일상에서 조금은 떨어져 내 안의 봄을 찾아 떠나는 자그마한 여행이 필요하다. 봄날의 가벼운 산책지라면 코스가 간편하여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조건이 세 곳의 풍경으로 어우러진 김해 율하의 봄길 코스를 소개한다.
율하 마을의 중심 하천
율하천
주소 김해시 율하3로91번길
“우리 지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 이곳, 율하천 산책로를 걷다가 들려온 대화다. 율하천은 타지역에서도 찾아올 만큼 사랑받는 김해의 산책 스폿이다. 특히 요즈음 봄 냄새 가득한 산책이 필요한 이들이 많으니, 이곳이 사랑받기 딱 좋은 시기라 할 수 있겠다.
율하천은 김해시 관동동에서 발원하여 응달동에서 조만강으로 합류하는 지방 하천이다. 서낙동강 수계의 지방 하천으로 서낙동강의 제2지류, 조만강의 제1지류다. 하천 유역의 모양은 지천의 유역이 작고 본천이 유역 중앙을 관통하여 전체적으로 가늘고 긴 수지상을 형성하고 있다.
개나리가 곱게 피었다. 노란 산수유도 방문객의 눈길을 멈추어 서게 한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는 물가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가보기도 한다. 산책로를 쭉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징검다리는 흐르는 하천에게도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듯하다.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진다. 가족, 친구, 애완동물 등 각자의 동행 상대와 함께하는 이곳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꼭 이곳에만 봄 방학이 찾아온 것 같다.
율하의 볕을 담은 커피 한 잔의 여유
율하카페거리
주소 김해시 율하카페길
해가 조금씩 기우는 오후가 되면, 율하천에는 아이들의 소리가 잦아든다. 그 많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돌린 듯하다. 부지런히 걸었다면 음료 한 잔의 여유를 부리는 것이 산책의 완성인 법. 율하천이 타지역 사람들에게까지도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다. 율하천의 중앙에는 ‘만남교’라는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만 건너면 카페거리가 펼쳐진다. 하천에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카페 밀집 거리는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하다. 카페거리 뒷골목에는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들 또한 즐비해 있다.
김해 율하카페거리는 율하 신도시가 건설된 후, 율하천을 따라 골목마다 카페와 특색 있는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카페거리로 변화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부터 아기자기한 로스팅 카페, 앤티크 인테리어와 소품이 돋보이는 카페, 음식점, 뷰티 등 개성 있는 숍들이 모여있다. 율하천과 율하수변공원이 어우러지면서 자연 친화적 공간에 들어선 카페들의 핵심은 테라스 구역이다. 커피를 마시며 도심 속 녹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복잡하고 길었던 도로명이 지난해 6월, ‘율하카페길’로 도로명이 변경된 율하카페거리. 청춘 길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한 컵 가득 담기를 바란다.
하천을 바라보는 이색 공원
율하유적공원
주소 김해시 율하1로 63 문의 055-330-6839
만남교’를 다시 건너 카페거리 맞은편으로 가면, 율하유적공원이 펼쳐진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고인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이 광경이 재미있다. 하천-카페의 코스로 몸이 나른해졌다면,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좀 더 신선한 ‘쉼’의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율하유적공원은 편의상 A, B 지구로 나누어졌다. 여기에 있는 무덤들은 율하지구 택지조성 당시 발굴 조사된 청동기 시대 무덤을 배치한 것이다. 공연의 면적이 좁아 부분적으로 약간의 변형이 있기는 하지만, 이 유적공원 조성을 기획하면서 가능한 그 배치 상태를 그대로 옮겨오고자 노력했다. 공원 내 또 다른 볼거리로 율하유적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으나, 현재 코로나19로 잠정 휴관에 들어갔으니 방문에 참고 바란다.
자연 생태 율하천을 따라 자리한 조상들의 보금자리, 그리고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 지금 율하의 봄은 어느 누구 하나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