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야외 공간에 선보이게 될 ‘아트 쉘터(Art Shelter)’ 설계작이 얼마 전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작품 당선까지 약 6개월의 과정이 지났지만, 시공과 작품 설치 등 앞으로도 많은 여정이 남아 있다. 머지않아 미술관에서 마주하게 될 아트 쉘터를 상상하며, 아트 쉘터의 기획 단계부터 <하늘의 숨: 구름과 바람>이라는 설계 작품이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자.
자연경관의 틀을 갖춘 미술관에 더하기 하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마을과 자연이 어우러진 진례면의 고즈넉한 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초·관목으로 정갈하게 조경된 미술관의 건물들 사이 산책로에는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숨 쉰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하지만, 평일에 한적한 산책로를 걷고 있노라면 ‘국제슬로시티 김해’의 위상에 걸맞은 맞춤 장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드넓고 비탈진 야외에 그늘막이 부족한 점은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공간인 미술관의 ‘옥에 티’였다. 특히 여름에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필요했기에 아트 쉘터는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미술관을 방문하는 시민들의 보금자리로 기획되었다.
작품공모, 작가들의 참여 기회의 장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할 때 통상 리서치를 통해 기획 의도에 맞는 작가를 섭외하고, 작가는 이에 적합한 작품을 창작한다. 작가 입장에서는 수동적인 방식일 수밖에 없다. 반면 공모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닌 예술가 및 전문인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방식이다.
<아트 쉘터 프로젝트>는 ‘자연 그리고 숨’, ‘예술로, 상상의 언덕’으로 라는 주제를 가지고 미술관의 야외 피크닉장과 산책로 2개의 공간에 2개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작품 디자인 방향은 ‘국제슬로시티 김해’ 정책을 기반으로 생태적·사회적 자본과 연계하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관람객의 야외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산책로에 감성 문화 공간이 겸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공모 참가 신청자들은 대부분 30~4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었으며, 참가자들에게 도전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공모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어느 공간에 들어갔을 때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지 그래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인지를 디자인하려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하늘의 숨: 구름과 바람>은 처음에는 시각적으로 다가오게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바람과 빛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구름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것을 만지려고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네를 타며 바람을 더욱 적극적으로 느낄 것이고, 또는 구름의 높이의 흐름을 따라 걸음을 옮겨 주변 풍경으로 시선을 옮기고, 앉아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했습니다.” - 박소영 건축가
쉼터이자 다채로운 경험의 공간 <하늘의 숨: 구름과 바람>
당선작인 박소영 건축가(더프로젝트 소장)의 <하늘의 숨: 구름과 바람>은 미술관의 관람객과 미술관 대지에 관한 깊은 탐구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작품이다.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박소영 건축가는 미술관이라는 장소의 특이성, 자연경관과의 조화와 더불어 미술관의 주요 관람객층인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을 고려하여 작품을 설계하였다. 스테인리스 구조물에 실리콘 튜브의 레벨을 상하좌우 모두 다르게 하여 구름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고, 길게 늘어뜨린 실리콘 튜브들이 바람에 흩날릴 때 유동적인 운동성과 부유하듯 가벼운 무게를 갖게 하여 단순히 햇빛을 가리는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된다.
야외 공공작품, 기능성을 더하다!
이번 <아트 쉘터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전시와 차별화된 특징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관람객들이 실내의 폐쇄적인 전시 공간에서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미술관을 산책하다가 야외에서 마주칠 수 있는 ‘공공미술(Pubilc Art)’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조형 예술품에 ‘쉘터’, 즉 휴식처를 결합하여 관람객의 입장에서 기능적인 쓸모가 있는 예술작품으로, 이를 통해 휴식과 미적 체험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 문화시설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라는 하드웨어와 자연과 사람, 예술이라는 3요소가 어우러진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 미술관에 찾아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한 미술관은 지속해서 시민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나갈 것이다. 2020년 1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아트 쉘터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야외 공간에서 초·관목들과 어우러져 미술관의 개성을 더하고 시민들의 안식처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