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는 두 개의 전시장이 있다. ‘돔 하우스’는 메인 기획 전시가 연간 2회 열리고, ‘큐빅하우스’는 특별전시와 정례전이 연간 5회 이상 개최된다. <고양이 시점>은 큐빅하우스에서 열리는 특별전으로 대중 친화적인 전시를 목표로 친근한 소재나 동화적 서사에 기반을 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는 왜 ‘고양이’ 전시인가의 물음에 대한 첫 번째 답이다. 두 번째는 개나 고양이와 사는 ‘펫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의 반영이다.
해마다 거리로 유기되는 반려동물 수의 증가와 이들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살처분을 경계하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김해시에서도 올해 초부터 농업 기술센터 내 동물복지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반려동물의 처우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만큼 사회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생겨날 정도로 가족의 일원으로 존중받으며 우리 삶과 정서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양이 시점>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러한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접근을 제시하고 사회적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Demain Ieschats)>를 오마주하는 이번 전시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고, 영혼을 가진 모든것은 소통이 가능하다고 확신하는 소설 속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선과도 연결되어 있다.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이라는 새로운 시각은 작가들의 다양한 경험과 결합하며 작품의 풍성함을 더한다. 어린시절부터 고양이와 오랜 유대를 형성해온 작가, 고양이를 혐오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던 경험, 창작활동의 일환으로 재개발 현장을 누비며 어쩌다 캣맘이 된 사연 등 작가마다 고양이와 얽힌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이경미 작가는 다양한 시공간의 경계가 어우러진 초현실적인 화면 속에 개인사적 경험의 오브제와 현대문명의 사색을 담아낸 작품으로 해외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2012년엔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발간하여 자신의 아픈 성장기와 고양이와의 인연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에세이를 읽고 회화작품을 감상한다면 아마도 작품에서 드러나는 상징적인 코드들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한복을 지어 생계를 꾸려간 어머니, 마지막 직업으로 풍선을 파신 아버지, 미국과 유럽에 머물던 이방인으로서의 삶 등 작가의 개인사와 당시의 사회상이 반영된 회화 작업의 근간이 어디서 파생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강경연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13회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로서 역량을 축적해온 한국 도자예술의 중진작가다. 2006년 <Blue Hair Woman>과 2007년 <세 개의 방(Three Chambers)>, 2009년 <백일몽(白日夢)>을 통해 유토피아적 꿈꾸기를 주제로 여성의 형상, 이미지 등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여성의 페르소나인 ‘새’와 ‘고양이’, 여성의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한 요소로서 날개 달린 구두, 새장, 집, 계단, 하늘, 도시의 밤, 그림자 등을 소재로 한다. 이번 전시는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인 동화와 신화적인 상상력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Daydream>시리즈까지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여상희는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발표한 <검은 대지>, 2016년 부산 아미동 사람들 이야기에 기반을 둔 <집_기억과 기념사이> 전시에서 한국 근현대사에 일어난 대대적인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나 증언을 당대의 신문지를 으깨어 비석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사회비판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그렇게 국가폭력의 현장인 재개발지역을 취재하던 중 위기에 처한 고양이 구조를 하게 되었고 자발적, 조직적으로 고양이들을 구조하는 캣맘들과 조우한다. 이번 작업은 약 2년간 재개발지역을 취재한 사진과 예술가로서 실천적 가치를 표방하며 캣맘으로 활동한 기록들의 일부를 공유하는 첫 번째 장이다.
마지막으로 초대작가 중 유일하게 고양이를 싫어했던 김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다방면의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조형 프로젝트, 장소 특정적 설치미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의 소재인 고리는 섬유 공장에서 파생되는 자투리 천으로 작가의 아이디어와 노동이 결합하여 일명 ‘캣고리’로 탄생했다. 이는 길고양이들의 안식처를 설치예술로 표현한 것이며 고양이 혐오에서 연민으로의 변화 과정이 녹아있다. 전시 현장에 있는 ‘고리’는 관람객들의 참여로 또 다른 공간으로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고양이(Demain les chats)> 소설 속 주인공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캐릭터를 자신의 작품 소재와 결합하여 디자인한 이미지 작업과 고양이의 강렬한 눈빛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영상작품도 선보인다.
<고양이 시점>에 참여한 4명의 예술가를 통해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고양이와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과 흥미로운 연대를 상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오랜 시간 인간과 공존해온 고양이들의 생태와 역사를 되짚어 보고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한 번쯤 동물의 입장과 시점으로 우리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일시 2019.08.23.(금)~12.15.(일)
장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참여작가 이경미, 강경연, 여상희, 김연
관람료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 미취학 아동 무료
※ 매표 1회 발권으로 미술관의 모든 전시 관람 가능
문의 055-34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