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접어들며 가속화된 세계의 도시화 속에서 건축가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일까? 근대 건축사의 명작으로 남은 건축들은 하나의 빛나는 조형 언어와 형태로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메가시티와 같은 오늘날의 도시에서는 건축에 대한 가치와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도 20세기까지는 아틀리에 건축가의 단일 건물들이 이름을 많이 남겼지만, 21세기에 등장한 일군의 건축가들은 복합 용도의 설계와 프로그래밍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건축가는 개인의 자의식보다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교감을 통해 프로그램을 공간으로 조직하고 완성해 가는 것을 더 중요한 역할로 받아들인다.
건축가 민성진은 아틀리에 건축가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실험적으로 복합체로서의 건축을 만들어간다. 충돌 가능성이 있는 이질적인 기능을 한곳에 공존시키고, 관념에 머무르지 않는 공간적 실체로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이한 용도와 기능 그리고 다양한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공간들이 상호 보완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건축적 대안을 모색한다. 그의 건축이 보여주 는 공간적 문법의 새로움은 이런 과제를 풀어가는 상황 속에 얻은 창의적 대안이다. 복합체로서의 건축적 면모는 도심 작업뿐만 아니라 교외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리조트와 휴양시설 설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날것 그대로의 자연보다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경험 할 수 있는 자연을 위해 마스터플랜이 선행되고, 다양한 성격의 건축들이 앉혀진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개별 건축물 디자인이 아닌, 복합체로서 장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작업에 주목한다. 건축가 민성진은 복합체 양상을 갖는 집합 단위의 건물들을 살피고, 그곳을 찾는 우리의 경험과 그 하부 구조의 질서와 시스템을 어떻게 그려 가는지 들여다볼 것이다. 이는 그가 앞서 했던 말처럼 지금 우리 자신의 삶과 모습을 여과 없이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