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2006년 개관이래 ‘건축 도자’ 미술관을 표방하며 <아프리카 흙집>展, <테라코타>展, <한옥>展 등 현대 도자와 건축 도자를 주제로 괄목할 만한 전시를 개최하였다. <친애하는 흙>展은 흙의 본질부터 흙이라는 매체가 가진 확장성, 가능성, 실험성에 주목하고, 펜데믹이 남긴 상처 속에서 깨달은 자연 그대로의 소중함을 상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 국가 정책 차원에서 ‘토양 안보(Soil Security)’라는 개념이 언급되고 있는데, 한국은 2015년부터 매년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제정하여 흙의 소중함을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흙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지만, 현대인의 일상에서 그 존재 가치와 인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도예가는 그 어떤 물질보다 소중하게 흙을 다룬다. 흙은 예민하여 연구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고, 불과 만나 구워지는 과정에 따라 예측불허의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흙의 가변성과 유연성, 굽는 과정의 우연성을 수용하고 자신만의 실험 노트를 만드는 과정은 도예가로서 숙명이자 인고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2022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주목하는 도예가는 전통 도자 기술위로 세라믹 예술의 현대적인 변용과 확장을 갖고, 건축 도자의 지속가능성에서 새로운 담론의 장을 열고 있는 강경연, 이재준 작가다.
이재준_ 현대 건축 도자의 명맥을 잇다
이재준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건축 도자 분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가다. 2009년 건축가 장순각의 제안으로 두산아트스퀘어의 외장재 백자 도판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했으며, 같은 해 이 건축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와 이프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의 디자인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큰 결실로 이어졌다. 2011년 설치한 명동하나은행의 파사드 <자연_바람>은 붓 터치를 더한 유닛 5천 장에 LED 세라믹 도판 7백여 장을 구성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이라는 대조적인 패러다임을 아름답게 조화시켜 백자 부조 도판의 미적 가치와 건축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후 국무총리공관 주거동 아트월, 연세대학교 병원 로비 아트월 등 실내에도 기능성과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세라믹 부조 작품을 선보이며 건축 도자 예술의 산업적 연계를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