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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아트 공연 Grenz.land KOREA
춤을 통해 말하는 공존의 가치
글.편집부 사진.Peter Van Hessen
경계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국가나 지역과 같은 영역을 구분하거나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를 의미한다. 경계를 그음으로써 어떠한 존재나 사물을 명백하게 규정한다는 것은 대상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데 편의와 효율을 제공한다. 그 안에 속한 대상은 경계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세상에는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여러 톤의 회색 지대가 존재하듯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갈래,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쉽게 정의 내려지지 않는 그들은 항상 ‘나머지’나 ‘예외’의 것으로 간주하고 경계 안으로 진입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공연
  • 일시 2022.07.02.(토) 17:00
  • 장소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
  • 좌석 R석 30,000원, S석 20,000원
  • 문의 055-344-1800

이민자의 경우, 우리에게는 최근 Apple TV+에서 방영된 이민진 작가의 소설 원작 드라마 <파친코> 속 재일 교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해방 후 조인터랙티브 아트 공연 <Grenz.land KOREA> 선으로 돌아오지 못한 재일 조선인들은 일본과 한국 어디에서도 온전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삶을 살았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한 존재로 간주된 것이다. 모호하다는 것은 구체적이지 않고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대립과 갈등을 유발한다. 문제로 취급받고 배척당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민자들은 달라지는 제도, 국경, 정치적인 요인 그리고 바이러스, 기후 문제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주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보는데, 2019년 우리나라의 외국 이주민 비율은 전체 인구의 4.9%이며 경기도 17개 시에서 인구 대비 5%를 넘어섰다. 그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늘어나는 외국인 혐오 등을 보면 그들을 심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인터랙티브 아트 공연 <Grenz.land KOREA>은 ‘국경’, ‘경계’, ‘이민자’를 주제로 사회적 배척과 타국 이민자 혐오증을 재조명하고 이에 대한 논의와 대화를 촉진하고자 한다. 본 공연은 앞서 2020-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독일연방정부의 후원 등을 통해 독일 7개 도시에서 선보인 프로젝트 Grenz.land의 한국 버전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또 다른 경계에 마주한 시점 ‘관객들이 극장으로 오지 못한다면 우리가 관객들에게 다가간다.’라는 목적의식으로 마련된 작품이다.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무용단 12H Dance의 최문석(안무), 샤밀라 코드르(안무)와 알브렉히트 지퍼트(사운드 디자인), 에라토 타자바라(비디오 디자인)는 서로 국적과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경계와 부딪히며 살아온 삶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경계에 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협업하여 경계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제시함으로써 생각의 전환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한다. 인류사가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주한 것에서부터 시작한 것을 보면 결국 인간은 떠도는 존재이므로 경계를 제거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진리를 몸의 움직임으로 말한다.

오는 7월 2일(토) 김해서부문화센터 무대에 올리는 <Grenz.land KOREA>는 무용과 전시가 결합한 멀티미디어 아트 공연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전 세계 다양한 인종, 세대의 이민자들과 인터뷰 및 움직임 촬영을 진행하고, 참가자들과 창작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안무를 창작했다. 무대에 여러 개로 분할된 직사각의 스크린에서 편집된 인터뷰와 시각 이미지가 전시되고, 무용수들이 경계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이번 무대를 위해 지난 4월 김해지역 이주민들의 인터뷰를 진행하여 영상에 담았다.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이 많은 김해의 지역적 특성도 보여준다.

이주민 신분으로 안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듯 불안한 감정을 춤으로 창작했다는 최문석 안무가는 “한국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뒤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은 다소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불분명한 정체성의 시간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혼란이 가진 부정적 의미는 어느 순간 창작의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었다”라고 밝혔다.

춤을 매개로 하는 이번 공연을 통해 경계에 부딪히는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면서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