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의 활동 진작을 위해 탄생한 김해의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기존의 단발성 예술인 지원 시스템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불가사리’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김해문화재단(이하 재단)을 발판 삼아 예술인들이 끝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핵심은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것이다. 해당 사업의 책임자, 재단의 공연기획팀 조홍제 차장을 만나 사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해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자양분이 되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지난 1월부터 공연 부문 지역 예술인 공모를 진행했으며, 총 43개 팀이 선정됐다. 양악, 무용, 국악, 연극, 대중음악, 작곡 등 예술인들의 활동을 돕는 것은 물론 장소, 기획, 홍보, 행정, 무대 기술 등 공연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원까지 힘쓴다.
“예술인이라는 자격이 증명되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심사가 없었다는 게 그간의 공모 사업과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예술인들이 오로지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협력 관계를 구축해 주고 기틀을 마련하여 지역 예술인들을 지원해 주는 김해만의 시스템을 만든 것이지요. 특히 프로젝트 이름 ‘불가사리’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철을 먹고 자라는 전설 속의 동물, 불가사리는 김해가 고대 철의 왕국인 가야의 맥을 잇는 점에서 착안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설 속 불가사리처럼 지역 문화 예술인들이 재단을 발판 삼아 끝없이 성장하길 바라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이렇듯 장엄하게 출발한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지난 2월부터 김해 곳곳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채웠다.
예술인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준 사업
“이번 사업을 통해서 그간 모호했던 공연료까지 적정하게 책정되니, 저희 예술인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43개 팀이 입을 모아 말하는 장점이다. 그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문화예술 전반이 침체되어 있던 차에, 지역 공연에 생기를 불어넣을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적정한 공연료 책정은 물론 행정적인 서류 등 기타 제반 사항들까지 지원하는 폭넓은 사업 범위로 지역 예술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걷히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조 차장도 말을 덧붙였다.
“전문 공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많은 부분을 사전 미팅을 통해서 협의했고, 무대에 서면 필요한 것들을 기획·정리하는 방식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예술인들의 입장에서는 기획 공연이 대우를 받는 것이니 만족도가 높습니다. 이번 사업으로 공연료 책정까지 됐으니, 체계적이라는 평이 많지요. 내년에도 이번 프로젝트의 인력들과 작업할텐데, 공연을 보고 단체별로 필요한 노하우 등을 심어줄 계획입니다.”
재단에서는 내부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등을 통해서 지역 공연이 외부로 수출될 수 있도록 다음 계획까지 염두에 뒀다.
화합으로 이끌어가는 문화의 장
지역 공연 단체에는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는 특징이 있다. 오페라 허왕후에 출연한 최선희가야무용단의 경우 지역에서 살아남기 힘든 한국 무용을 선보이며 김해를 대표하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해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가야 역사와 관련한 스토리텔링 창작 무용을 꾸준히 선보이려는 노력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한국 무용뿐만 아니라 신진 세력 오케스트라도 지역에서 활동하기 힘든 특성이 있는데, 2017년 창단한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 또한 지역 문화예술의 획을 긋겠다는 포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 차장은 이처럼 불가사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공연 단체들은 마음가짐부터 남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재단과 함께 지역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그 때문에, 모두 공연 준비부터 마음가짐이 남다르지요. 무대에 올라서기 위해 평균 한 달 전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준비 단계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공연의 질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만족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의 참여 단체들 역시 공연을 선보이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지켜봐 주는 시민들의 호응이 가장 값진 상이라고 입 모은다.
“그간 우리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기회의 장이 적었다고 볼 수 있지요. 이제는 시민들도 지역 공연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합니다. 그래서 공연을 준비하는 저희들도 자부심을 갖고 무대에 올라 섭니다.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재단의 물리적 지원이 없었다면 이런 기쁨도 맛보지 못했을 겁니다.”
불가사리 프로젝트의 부제는 ‘김해 예술인이 어불려 맹구르는 질거운 판’이다. 자칭 ‘공연쟁이들’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에게 알맞은 기회의 장이 아닐까 싶다. 사업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조 차장은 불가사리 프로젝트에 또 다른 별칭을 붙이고 싶다고 말한다.
“저희 역할은 지역 예술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성장을 독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인들에게 언덕과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자 합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마음껏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언제든지 높다란 언덕에 기대며 고향의 따뜻한 품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길로
지역 공연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 경로뿐만 아니라, 관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예술 활동도 필요하다. 재단은 그러한 필요성을 진작 인지하여 홈페이지에 불가사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단체를 모두 소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단과 예술인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아트 살롱의 문을 개방하여 소통의 장을 열었다.
“행정 기술력이 부족한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재단의 공간을 개방하여 밀접하게 소통하려 합니다. 문체부 산하의 다양한 공모 사업부터 공공 기관 등으로 찾아가는 예술 활동이 가능하도록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핵심적으로 이룰 것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들이 전국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제시해 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불가사리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오는 6월까지 김해문화의전당, 김해서부문화센터, 진영한빛도서관 등 김해 곳곳에서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의 최종적인 목표는 예술인들의 자립이다. 예술가들이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재단은 발판을 마련해 주고, 예술가들은 이를 통해 독립성을 지니고 성장하여 지역의 예술인들과 재단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올바른 선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공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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