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 동물 불가사리가 철을 먹고 자라듯이, 김해문화재단이 지역 예술인들의 성장을 지원하겠습니다.” 2022년 새해를 맞아 김해문화재단이 예술인 지원사업의 틀을 바꾸는 시도를 펼친다. 이른바 〈불가사리 프로젝트〉다.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지난 1월 5일(수), 김해문화재단 누리홀에서 ‘불가사리 프로젝트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자리에 모인 60여 명의 김해 지역 예술인들은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득 안은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소개된 〈불가사리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 내용과 방향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지면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인과 시민을 중심축으로 세우다
김해문화재단은 김해 예술인 활동 진작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예술 활성화와 김해 예술인의 동반 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그간 예술인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탓에 바꾸고 보완해야 할 점도 많았다.
핵심 문제는 ‘관리자 중심’으로 공간과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시작으로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재단과 예술인들의 소통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원 시스템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재단의 의지를 담아내고자 한 것이 〈불가사리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지원시스템의 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예술인과 재단이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김해 예술인의 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2021년, 김해의 전문예술인과 전문예술법인 현황을 파악하고 기초예술인과 단체를 중심으로 간담회와 ‘듣는 자리’ 포럼을 통해 예술인의 현실과 고충을 이해하고 예술인의 의견을 담아내는 과정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해라는 지역적 특성과 김해예술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시스템 〈불가사리 프로젝트〉 정책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매년 1~3월이라는 기간, 김해문화의전당과 김해서부문화센터라는 2개의 공간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 전문인력, 소요경비 및 예술활동 전반을 모두 아울러 지원하는 형태로 바뀐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개의 대원칙이 세워졌다. △ 단발성에서 축적성 지원으로 △ 경쟁구조에서 경험구조로 △ 관리구조에서 지원구조로 △ 제공형에서 제안형 지원사업으로 가 그 내용이다.
먼저, ‘축적성 지원’이란 연간 단위로 끊기는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연차를 더해가며 축적할 수 있는 사업이다. 예컨대 1년 차에 김해문화의전당 공간을 이용해 창작활동을 펼쳤다면, 2년 차에는 그 공연을 무대에서 펼치는 기회를 제공하고, 3년 차에는 시민 평가를 통한 정식 기획공연 초청까지 이어지는 식으로 해를 거듭하며 활동의 기회가 주어진다.
‘경험구조’는 모집 방식을 바꾸어 시도한다. 기존의 경쟁 심사형, 즉 수혜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합격자와 탈락자가 나뉘는 구조를 벗어나 ‘선착순’으로 모집하여 김해 거주 전문 예술인이라는 기본 자격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사업을 경험할 수 있다.
‘지원구조’는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를 모두 활용하여 예술인들에게 지원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정된 지원 사항에 대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후 증빙을 의무로 내거는 대신, 절차는 생략하고 가능 범위 내라면 무엇이든 전적으로 예술인에게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제안형 지원사업’은 예술인들이 바라는 지원 사항을 먼저 자유롭게 제안하고 이를 재단이 검토, 상호 협의를 거쳐 지원을 실행하는 것으로 기존의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로 나아가고자 한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의 정신으로 가꾸는 예술 생태계
이런 네 가지 원칙 아래 기존 관행과 규칙을 벗어 던진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전국의 문화예술 기관 및 조직을 통틀어 유례없는 시도라는 평가 속에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 다. 그렇다면 〈불가사리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핵심 가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송무백열(松茂栢悅)’이 아닐까 한다. 소나무의 번성을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인 이 고사성어는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응원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김해에 살고 있는 전문예술인이라면 누구나 〈불가사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그 과정에서 푸르른 숲처럼 건강한 지역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1순위는 김해 거주 전문예술인 또는 단체이지만, 거주지는 김해가 아니더라도 김해를 주요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혹은 김해에 이주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과 단체도 지원할 수 있게 최대한 폭을 넓혔다. 단, 누구나 공정하게 권리를 보장 받고, 예술의 사회적 기여를 고려하기 위하여 ‘탄소 중립’ 및 ‘예술인 권리 보장’, ‘성인지 감수성 교육 이수’ 등을 시행하는 예술가 및 팀에게 우선순위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원 범위는 앞서 얘기한대로 인적・물적 인프라를 모두 아울러 전적인 지원을 펼치게 된다. 귀빈실을 ‘아트살롱 금바다’로 바꾸어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 및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공간으로 쓸 수 있게 전면 개방하는 등 재단 내 공간의 문을 활짝 열고, 공연기획팀과 무대예술팀을 비롯한 재단 내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지식 및 노하우도 적극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거기에 창작비 지원 등 실비 지원도 총 2억 원 예산 규모 내에서 ‘총액 소진제’로 운영, 협의를 통해 최대한 많은 팀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첫 시도인데다 자유로운 범위 내에서 협의를 통해 재단과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상상 이상의 다채로운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한 해의 사업이 아닌 앞으로의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로,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하게 된다. 지난 1월중 모집 공고 및 접수를 마치고, 올해의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협의도 진행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2월과 3월 두 달 동안 아낌없는 지원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해 예술인이 어불려 맹구르는 질거운 판’이라는 부제처럼, 모두가 어울려 만드는 신나는 한마당을 기대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