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방, 네 개의 질문〉은 올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이 3월부터 10개월 동안 경험한 새로운 생각들과 창의적인 실험의 결과물을 시민들에게 공유하는 전시다. 동시에, 팬데믹 이후 비대면 시대에 달라진 문화예술 향유 방식 즉, 관객 경험을 실험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는 입주작가 강경미, 신예진, 정지숙, 함연주의 도자 및 설치작 약 50여 점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이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작가들의 성향과 작품을 효과적으로 경험하도록 ‘네 개의 방’으로 구성되었다. 전시는 Intro(세라믹창작센터 아카이브)에서 출발해 ‘방1: 함연주(Space Surrounded By)’, ‘방2: 강경미(그녀)’, ‘방3: 정지숙(살아있는 덩어리)’, ‘방4: 신예진(자연 13BL 지역재개발 정비사업: Pre-Design)’ 순으로 이어진다. 작가별 다른 주제를 지닌 각 방의 출구에는 작가들이 관람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씩 등장하고, 해당 질문에 대한 관객 본인만의 답을 전시장 또는 개개인의 방에서 작가와 함께 공유하고 대화해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방’은 현재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활동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소란한 세상의 고요한 정지점이 되어주고, 휴식을 제공한다. 그곳은 언제나 그래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점유하던 공간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현 시점에 더욱 그 의미가 짙어졌다.
전 지구적 격동의 시기에 레지던시 게스트룸에 머물며 고뇌를 작품으로 표현해낸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안락한 방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의 감정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전시의 기본 기능에 함께 공감하고, 관객 경험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관객들과 머리 맞대어 모색해볼 수 있는 장(場)이 되기를 기대한다.
어떤 고난과 어려움의 시기에도 예술은 끊임없이 우리 곁에서 항상 함께해왔고,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나는 그 수단으로 조각을 선택했다. 예술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어서 이 물음을 계속 가지고 살고 있다. 유년시절 공부를 좋아해서 지금 선생님이 되었다면 내 삶의 물음은 ‘참된 가르침이란 무엇일까’였을 것이다. 이렇듯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각자 자신의 표현이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 자체가 예술이며, 그 물음의 답을 찾으려고 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 강경미
“‘낯설음’이라고 생각해요. 낯선 형태, 낯설 글귀, 낯선 음악 같은 것들이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불쑥 나타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처음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탈’ 같은 것도 생각나네요. 저는 작업을 들어가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하고 구상하고 있는 시간이(흔히 멍 때린다고 하는…), 잠깐이지만 세상과 단절하고 오직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간으로 생각되더라고요. 작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예술은 일종에 일탈이나 도피처 같은 곳 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신예진
“나에 대한 오만가지 기록” - 정지숙
“자신에게 유입된 정보들을 나만의 언어와 멋으로 내보내는 행위이자 결과물” - 함연주
전시는 관람객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전시장에 준비된 소통 창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기획자, 작가에게 함께 공유해주시기 바란다.
NFO
기 간 2021. 11. 4.(목)~2022. 2. 6.(일)
장 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전관
참여작가 강경미, 신예진, 정지숙, 함연주
문 의 055-340-7000
Artist notes
함연주
셜록은 기억저장소를 기억의 궁전이라고 하던데 우리는 무엇으로 말하면 좋을까? 나는 단순히 ‘방’이라고 한다. 인간이 가지는 가장 작은 단위의 공간, 방이라고 말이다. 나는 안의 공간(사물에게 있어서 감싸는, 감싸 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을 무대로 삼아 공간기억방식에 대한 호기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Artist notes
강경미
나의 작품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형상물일지 모르지만, 나는 형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의 진실과 도덕을 비추는 그 무언가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내 작품을 통해 찾길 바라며 작업을 하고 있다.
Artist notes
정지숙
‘살아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당연한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아마도 서른 즈음이었다. 이전과 다르게 신체에 노화의 조짐이 보이면서부터 자연스레 ‘죽음’을 연상했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유한한 삶을 사는 생명체였던 것이다. 참 애처로운 일이다. 자신만이 온전히 알고 있는 한 우주가 사라진다니. 하지만 점점 풍성해지는 나의 우주를 굴려 가며, 같거나 다른 너의 우주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니 너도, 나도 일생에 실컷 사랑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길!
Artist notes
신예진
“자연이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나는 도시가 형성될 때 산과 숲의 황폐화 과정을 거꾸로 해석하여 기존의 도시를 개간하고 다시 자연으로 회기할 수 있는 방법론들을 제시한다. 자연 재개발의 일련의 과정 중 기획 단계인 조감도 형식의 설치 작업과 그 반대편에는 완성된 자연 도시의 마천루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을 병치하여 한자리에서 보여 주고, 자연과 도시의 관계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여기에서 한층 더 들어가서 자연의 개체들이 기계문명을 활용하는 모습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