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공연장과 아티스트, 시민 모두를 위한 페스티벌
2021년 상반기 김해시와 아마추어 밴드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모여락(樂)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종료했다. 결과적으로 총 5만여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400여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달성하였으니 성황리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 익숙한 공연 기획자로서는 약간 싱거운 끝맺음이었다.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동안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과 그것과 비례했던 아쉬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모여락(樂) 페스티벌은 아마추어 밴드에게는 공연의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빼앗겨버린 공연 관람의 기회를 비대면으로 제공하기 위해 2020년 하반기부터 준비해온 행사이다. 또한 공연장의 폐쇄된 구조로 인해 방역 위험 공간으로 낙인찍힌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행사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 세 가지 목적을 마음에 품고 페스티벌을 시작하였다.
페스티벌을 위해 가장 먼저 무대 세트 디자인에 돌입했다. 페스티벌의 무대 세트는 하늬홀의 무대 기술 감독진이 직접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하였다. 비용 절감의 목적도 있었지만, 페스티벌의 의미와 가장 어울리는 세트를 만들겠다는 욕심이었다. 새로 부임한 권숙준 기계 감독의 세트 제작 경력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감독진이 열심히 세트를 만드는 동안 공연기획 담당자들은 참가팀을 모집하고, 사전심사를 진행하였다. 아마추어 밴드계가 위축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당초의 우려와 달리 42개 팀이 신청하였다. 모두 뛰어난 실력의 밴드였지만 ‘아마추어’ 밴드를 위한 행사의 취지에 맞추어 앨범을 발매한 밴드를 제외하고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최종 10개 팀을 선정하였다. 다음으로 선정된 10개 팀이 제출한 음원과 무대 배치도를 참고하여 밴드별 무대 조명과 배경 영상을 디자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렇게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 준비 중 찾아온 두 번의 위기
하지만 공연이나 행사는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여도 실행 단계에서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녹화를 시작하면서 준비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녹화 시작 당일 서부스포츠센터의 확진자 방문 소식이 들려왔다. 같은 건물이지만 동선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기에 녹화 강행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센터 내 모든 직원의 코로나 진단 검사실시가 떨어지고, 음성 판정 전까지 모든 녹화는 중단되었다. 2일 뒤 더욱더 철저한 방역 관리와 함께 녹화가 재개되었다. 그렇게 다시 순조로울 것 같았지만 변수라는 녀석은 언제나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번에는 밴드별로 배정한 3시간의 녹화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문제였다. 최상의 음질을 내기 위한 음향 튜닝에 절반의 시간을 사용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음향 튜닝과 리허설, 3번의 녹화 기회 등 3시간 동안 10번이 넘는 연주로 인한 밴드의 체력도 문제였다. 음향 감독은 한 팀의 녹화가 끝나면 녹초가 되었고, 밴드도 100% 실력으로 녹화를 하는 것인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다행스러운 건 음향 감독과 밴드 모두 괜찮다고 하며 만족스럽게 녹화를 끝냈다는 것이다. 힘들었을 상황에도 끝까지 열심히해준 모든 밴드와 감독진에게 감사드린다.
페스티벌이 남긴 것들
녹화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투표를 진행하면서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2주간의 집계 기간에 여러 번의 순위 변동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1위 하배나밴드, 2위 Children on the stairs, 3위 여왕벌밴드가 차지했다. 50,000여 회의 조회 수와 4,000여 건의 좋아요, 400여 건의 신규 구독자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끝이 났지만, 페스티벌의 끝에는 시상자도, 수상자도, 관객의 축하 박수와 꽃다발도, 기념촬영도 없었다. 다만,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상 소식을 알리고, 무대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담당자로서 밋밋한 결말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머지않은 시일에 코로나19가 진정된다면 이들과 함께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고 싶지만 그것마저 기약 할 수 없음도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페스티벌을 진행하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이었다. 딱히 잘한 일도 없이 감사의 말을 듣게 되는 것 같아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더 생기는 인사였다. 하지만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이야기 두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첫째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이번 페스티벌 참여를 통해 그들의 음악을 잘 만들어진 음원 파일로 남길 수 있었고, 이를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씀해주셨을 때다. 둘째는 페스티벌 녹화가 끝난 뒤 음악 감독님들께서 고생하셨음에도 재밌었다며 한 번 더 하자고 말씀하셨을 때다. 이 두 이야기만으로도 이번 페스티벌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끝으로 페스티벌에 참가하신 마인드코어, 루키스루틴, 하자밴드, Children on the stair, 하고재비, 여왕벌밴드, 하배나밴드, 멜팅사운드, 나인즈, 지클래프에게 모두 감사드리며, 페스티벌 진행을 위해 노력하신 김해서부문화센터 서부문화팀의 팀원 분들 모두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지면을 빌려 전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모두 활기를 되찾길 바라지만, 끝을 알 수 없기에 지치는 마음을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공연기획자로서 텅 빈 공연장에서 객석을 바라보며 공연자들과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다시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