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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IST 이신규
아침이 담긴 음악 이야기, 김해에서 피어오르다


아침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위세 가득했던 지난밤의 어둠과 냉기를 몰아내며 밝아오는 새날의 햇살은 세상과 함께 잠들어 있던 우리 감각을 두드린다. 갓 깨어난 오감은 아침이 마련한 새로운 대기와 조우하며 생동한다. 그리고 곧 우리는 아침의 에너지에 하루를 살아갈 활력을 얻는다. 음악은 이러한 아침의 역동성과 닮아 있다. 먼지처럼 가라앉아 있던 내면의 열정이, 너무 오래 숨겨두어 스스로도 잊어 왔던 영혼의 격정이 음악에 의해 깨어난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음악이라는 예술이 청각에 그 감상의 큰 몫을 지우고 있는 것 또한 하루의 어느 때보다 귀가 예민해지는 아침과 닮아 있는 점일 테다.

그리고 약동하는 봄날, 도시 김해에서 아침을 담은 음악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3월부터 시작되는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아침의음악회가 그것이다.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아침의음악회 첫 무대의 출연자이자 호스트로 나선이는 비올리스트 이신규. 줄리어드 음대 시절부터 ‘탁월한 재능과 꽉 차고 따뜻한 소리, 그리고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으로 찬사를 받은 젊은 비올리스트는 특히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열정적으로 누비고 있다. 현악기 바이올린과 첼로의 음역을 넘나드는 비올라처럼, 무대 위에서 객석과 교감하는 이신규는 음악과 사람이 있는 아침의음악회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가일 것이다. 음악 안에서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솔직해진다는 비올리스트 이신규. 그가 음악과 이야기로 깨울 김해의 아침이 궁금해진다.

그동안 <클래식 샹들리에>, <클래식 큐레이터> 등 연주와 음악 해설이 공존하는 대중 친화적인 무대 활동을 많이 했다.

음, 나는 공상가이자 클래식 마니아다.(웃음)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지금도 취미로 연주영상을 찾아본다든지 늘 음악을 들으면서 다닌다.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상상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 때도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언제 이 음악이 어떤 상황에 어울릴지,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 그 감정의 배경은 무엇이 될지 등 때로는 말이 안 되는 재미있는 상상도 많이 한다. 연주를 하면서 종종 그런 이야기들을 관객들과 나누는데, 다행히 관객분들도 그런 부분을 더 좋아해주시더라. 그 순간 나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분들과 더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든다. 그런 기쁨과 즐거움이 이러한 무대를 더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김해문화의전당 아침의음악회 진행을 맡게 됐다. 어떻게 이 무대를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항상 ‘관객과의 소통’이 있는 음악회를 더 많은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아침의음악회는 매달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공연이다. 게스트로 오는 연주자 한 분 한 분이 너무너무 훌륭한 아티스트들이라 개인적으로도 정말 기대가 된다. 그분들의 이야기도 관객분들과 나누고 싶다. 사실 아침의음악회 제안이 들어왔을 때 바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침에 모여서 사람들과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수다라니, 너무 환상적이지 않나! 올해 공연이 8회로 진행될 예정인데, 관객분들이 단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으시게끔 매번 아주 색다른 매력을 갖춘 무대로 만들 계획이다.

3월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음악을 들려주실 생각인가?

일단 첫 회인 만큼 비올라의 매력을 뽐낼 수 있는 곡들을 준비할 계획이다. 비올라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음역을 넘나드는 악기다. 다른 악기에 비해 레퍼토리가 적지만, 따뜻한 중음역대의 소리를 내기에 한층 깊이 있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공연을 통해 비올라만의 두툼하고 따뜻한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 또 함께 공연에 참여하는 바수니스트 유성권 씨, 피아니스트 김재원 씨의 엄청나게 멋진 연주도 기대해 달라고 하고 싶다. 셋의 콜라보 연주곡도 편곡 중에 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리는 건 아침의음악회에 오는 분들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는 거다. 개인적인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미국 줄리어드 음대 유학 당시 Lewis Kaplan 교수의 권유로 비올라를 만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침에 모여서 사람들과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수다라니,

너무 환상적이지 않나!

아침의음악회에 오는 분들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아주 색다른 매력의 무대를 계획하고 있다"

내가 팔이 길고 손이 꽤 큰 편인데, Lewis Kaplan 선생님께서 내 신체조건이 비올라를 하는 데 아주 적합할 것 같다며 악기점에 전화를 해 주셨다. 덕분에 비올라를 무료로 빌려왔다. 그때 연습했던 곡이 바흐의 Suite 중 2번 <Prelude>였는데, 연주를 하면서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거였다. 혼자유학생활을 하면서 내심 힘들었던 마음을 비올라의 따뜻한 소리가 감싸주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첼로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밌는건 얼마 연습하지도 않아 엉망이었던 그때 곡을 녹음해서 첼리스트인 형에게 보냈다. ‘나도 이 곡을 연주할 수 있어!’라는 들뜬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정말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비올라에 빠져들었다. 빌려온 악기를 집으로 가져와 몇 음 켜보는 순간 ‘비올리스트가 되겠다!’고 정해버린 거다.

줄리어드에서 수학할 당시 Toby Appel 교수의 지도를 받기도 하면서 음악가로서 성장을 했는데.

Toby Appel 선생님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많이 강조했다. 연주 연습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더 많은 공부를 요구했다. 바로크시대, 고전시대, 낭만시대, 그리고 현대의 작곡가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그들이 당시 추구하던 스타일은 무엇이었는지, 왜 사람들이 당시 그 스타일을 선호했었는지 말이다. 또 작곡가마다 어떤 자세로 음악을 대했는지, 그래서 저마다 어떻게 음악을 표현했으며, 어떤 이론을 가지고 악상과 선율의 흐름을 정했는지 등을 공부해야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연주가 공부했던 지식에 의해 계산적이고 부자연스럽지 않게 흘러나오는 것을 중요시했다. 너무 어렵게 들리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충분히 배우고 연구하고 잊어버려라, 마치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찰나의 순간을 느끼면서 노래 불러라. 그때 비로소 음들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질 것이다.’라는 의미였다. 어떠한 이론 하나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점들을 놓칠 수도 있지 않나.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라 다 마찬가지일 거다.

지난 2015년 발매된 [BRITISH ACCENT]는 국내 최초로 아놀드 백스의 <비올라 소나타>를 수록하고, 녹음 방식에 있어서도 도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본인에겐 첫 앨범이라 더욱 각별했을텐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일단 30대가 되기 전 스스로의 음악적 고찰을 담고 싶었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은 변하게 되지않나. 좋아하던 음식도 달라지고 옷의 취향도 바뀌고. 어렸을 땐 바다가 좋았는데 지금은 숲의 냄새가 더 좋거나.(웃음) 무언가 역동적이고 도전적이었던 내 20대의 마지막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 사람들에게 ‘비올라 정통 클래식도 참 듣기 좋은 레퍼토리가 많다.’라는 것도 알리고 싶었다!

글. 정주혁 순간과영원 에디터 작성일. 2018. 02. 01
tag#비올리스트 #이신규 #아침의음악회 #김해문화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