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search
차세대 아시아 도예 작가들의 비전을 엿보다, <2020 아시아 국제도자교류>展
아시아의 현대도자예술을 선도하는 16명의 젊은 도예가 작품 한자리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러 문화 시설이 잠정 휴관에 돌입하면서 많은 공연·전시가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었다. 시민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외부출입을 삼가고 있다. 그렇다고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중한 상황과 분위기 속에서 공연·전시 주최자들은 애써 준비한 프로그램들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중계로 무대에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에 방구석 1열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된 관객들은 그들의 노고와 열정에 실시간 댓글로 큰 찬사를 보냈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문화가 주는 힘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비롯한 (재)김해문화재단의 많은 전시장도 문을 굳게 잠근 지 한 달이 지났다. 전시가 재개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전시관 안에 잠들어 있는 작품들을 이 지면으로나마 소개하여 예술가들이 표현한 마음의 소리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소개할 전시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2020 아시아 국제도자교류>展으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에서 주관한 겨울국제도자아트캠프의 결과물이다. 아시아의 현대도자예술을 선도하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일본에서 온 16명의 젊은 도예가가 지난 1월 9일(목)부터 38일간 강연, 비평,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이룬 성과를 선보인다.

작가들은 개인의 상상력, 꿈, 사람 간 또는 사회와의 관계, 자연, 휴식, 인간의 다양한 감정 등 저마다 탐구하는 주제를 흙으로 표현해냈다. 차세대 아시아 도예 작가들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 참여작가 중 여섯 명의 작가를 만나보자.

심혜리

사람들은 통화를 하거나 누군가와의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생각과 잡념이 조금은 정리되고 안정되는 것을 느낀다. <반복; 비틀다>, <반복; 꼬집다>은 흙을 꼬거나 꼬집는 무의식적인 반복적 행위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반복 행위는 작가에게 위안을 줌과 동시에 일종의 수행과정이며, 일상과 관련 지어 순환적인 태도로 끝없이 반복되고 변화하는 작가 내면의 표현이다.

쓰 페이유

인간은 천방지축 어린 시절에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였다. 그러나 점차 사회 시스템의 일정한 틀에 맞추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 현실. 사회적 지위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억압하며 살아가지만, 작가는 사회 구성원을 몬스터라 표현하여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형형색색의 몬스터는 아이들처럼 갇히지 않은 사고를 가진 존재를 은유하며 틀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 의지를 암시한다.

나희수

사람은 감정이 극에 달하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눈물은 보통 약함으로 여겨진다. 나희수는 눈물이 약점으로 치부되는 사회에 비판의 시선을 보낸다. 작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 안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여 꾸밈없이 목 놓아 울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들에게 방치되어 있는 감정에 당당할 수 있는 용기와 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

황유민

체내에 잠재된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현하여 숙주의 신체와 정신에 고통을 가한다. 작가는 이러한 바이러스의 영향이 나타나는 모습이 감정의 표출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에서 요동치던 감정은 어떠한 계기로 인해 밖으로 분출되며, 폭발적이고 혼란스러운 소용돌이를 만들어 숙주를 잠식한다. 작가는 감정의 분출과 그 포효가 남기고 간 텅 빈 껍데기를 형상화하여 복잡한 인간심리를 나타내고자 했다.

송현송

통통한 아이였던 작가는 언제부터인가 마른 여성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성인이 되면서 무엇이 결핍인지 모른 채 공허함이 느껴지면 달콤한 음식을 정도 없이 탐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보다 불안과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달콤한 것을 갈망한다. <그림에 떡>에서 도넛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개체로서, 욕망을 나타낸다. 물질적 풍요만으로 충족될 수 없는 심리적 공허함이 숨어 있는 것이다. 작가는 명확히 알 수 없는 결핍을 작업물로 채워보고자 한다.

<정원> 무라타 코토에

빠르고 효율적인 생산과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소비가 만연한 세태 속에서 껍데기뿐인 물건의 가치는 종종 경시된다. <정원>에서 작가가 도자기 화분을 만들며 거치는 일련의 과정들은 기원의 연장선이자 사물에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상징적 행위다. 화분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 창작자의 염원이 담겨있다. 화분 윗부분에 둘러앉은 신성한 동물들은 나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 존재들로 작가의 염원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일시 2020.02.16.(일)~05.05.(화)
장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참여작가 한국(9명), 중국(3명), 대만(3명), 일본(1명)
한국: 김경진(경희대학교), 이지혜(동덕여자대학교), 김현영(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윤정민(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심혜리(서울여자대학교), 정경재(숙명여자대학교), 송현송(이화여자대학교), 나희수(홍익대학교), 류호식(홍익대학교)
중국: 샤오쉔 마이(광저우미술대학), 샤잉(항저우미술대학), 션 카이리(항저우미술대학)
대만: 천 멍칭(국립타이페이과학기술대학), 쓰 페이유(국립타이완예술대학교), 황 유민(국립타이난예술대학교)
일본: 무리타 코토에(가나자와대학교)
관람료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 미취학 아동 무료
※ 매표 발권 1회로 클레이아크의 모든 전시 관람 가능
문의 055-340-7000
※ 현재 상기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잠정 휴관 중이며, 전시 재개는 여부는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작성일. 2020. 0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