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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신년음악회 : 금난새와 뉴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새해의 문을 여는 음악의 향연

매년 1월 1일, 전 세계 백 여 개국 오천만 명의 사람들의 눈과 귀는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로 향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그 뜻깊은 순간에 오랫동안 음악이 함께 해 왔다. 그래서 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은 다양한 연말연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시작한 신년음악회

1941년에 시작된 빈 신년음악회는 2018년 새해, 77회를 맞이한다. 세계적인 교향악단인 빈 필하모닉이 창단 176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신년음악회가 처음으로 열렸던 당시의 빈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끊이지 않던 엄혹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빈의 시민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클래식음악이 발달했던 도시의 화려한 역사를 되살려낸다. 빈 시민들은 전쟁의 상처를 잠시나마 잊고 왈츠의 화려한 선율에 몸을 맡겼다.

빈 시민들을 위로했던 신년음악회가 전 세계적인 이벤트로 성장한 것은 빈 필의 전설적인 악장 빌리 보스코프스키 덕이다. 그는 1955년부터 1979년까지 25년간 신년음악회를 이끌면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1987년부터는 매년 지휘자가 바뀌는데, 누가 빈 신년음악회의 지휘봉을 잡을지도 빅 이슈다. 2018년 새해의 문은 이탈리아의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연다.

빈 신년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무대. 본 프로그램이 끝나고 열광적인 박수가 이어지면 지휘자가 다시 무대에 등장해 지휘봉을 잡는다. 그리고 앙코르 곡을 시작하기 전에 객석으로 돌아서서 “프로지트 노이야르!(Prosit Neujahr)”라고 외친다. 우리로 치면 ‘근하신년’ 정도의 새해인사. 세계적인 지휘자의 유쾌한 모습에 관객은 환호성을 보낸다. 그리고 새해를 시작하는데 빠질 수 없는 두 곡이 앙코르로 흐른다. 바로 빈 신년음악회의 대표곡인 ‘라데츠키 행진곡’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왈츠의 왕’과 ‘왈츠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1849)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 즉 요한슈트라우스 부자(父子)의 작품이다. 살아생전에는 그리 화목하지 못했던 부자지간이었지만 매해 이렇게 새해를 여는 무대는 부자가 함께 장식한다. 흥겹고 화려한 왈츠의 화려한 선율에 절로 박수소리로 박자를 맞추게 된다. 새해를 여는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데 이만한 즐거움이 있을까.

빈 신년음악회 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이 사랑하는 신년음악회가 있다. 베네치아 신년음악회. 로마의 오페라극장,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3대 극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매년 선보인다. 이 공연은 이탈리아 국영방송(RAI)을 통해 전역에 중계된다. 올해는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는다.

새 기운을 잔뜩 품은 김해의 신년음악회

1월 12일 오후 7시 30분,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 오르는 신년음악회가 여러분의 새해를 축하하고 응원한다.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이번 무대는 소프라노 윤정빈, 하모니카 연주자 이윤석의 협연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의 오페라의 아리아와 열정의 나라 스페인 작곡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음악회의 문을 힘차게 여는 곡은 프란츠 폰 주페의 오페라타 <경기병> 서곡. 위에서 소개한 ‘왈츠의 왕’ 요한슈트라우스 2세와 같은 시기에 빈에서 활동한 주페는 50여 편의 오페라타를 작곡하며 꽃을 피웠다. 금관악기들의 시원한 연주로 시작되는 <경기병> 서곡은 씩씩한 행진으로 경쾌하게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소프라노 윤정빈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사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에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다. 아버지를 향한 딸의 사랑이 아닌 애인과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면 베키오 다리에서 몸을 던져 죽겠다며 간청하는 내용이다.

세계 하모니카 역사에 길이 남을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제임스 무디가 작곡한 스페인 환상곡 <톨레도>는 유럽 남서부와 스페인, 포르투갈을 포함하는 이베리아 반도의 뜨거운 열기와 현란한 멜로디를 하모니카의 화려한 연주로 즐길수 있는 곡이다.

엔리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언제 들어도 오보에의 신비하고 몽롱한 선율이 마음을 흔든다. 이과수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오보에 소리가 어우러지는 영화 <미션>의 한 장면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1750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오지의 실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신부 가브리엘이 오보에 연주로 원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송현민
송현민 음악평론가

학창시절 클라리넷을, 대학에서는 한국예술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음악평론가다. ‘객석예술평론상’으로 첫발을 내딛은 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건축, 영상 등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공연예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성일. 2018. 01.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