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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라믹 루키전 <너 나 우리 모두>
타인과 나의 조화로운 삶을 위하여

우리는 삶의 짧고도 긴 시간을 주변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망 안에 얽혀 살아간다. 우리 삶의 질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형성하는 인간 관계의 질적 풍요로움, 깊이 등에 따라 좌우된다. 기형적이고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는 인생에 예기치 않은 정신적 고통과 감정 소모를 안겨 주기도 한다. 하지만, 폭넓고 조화로운 인간관계는 삶의 한가운데에서 불현듯 솟아나는 불안한 정서와 고립감 그리고 사회적 소외감을 해소하고 공생을 위한 유연한 사고방식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마르지 않는 소소한 행복의 화수분을 선물하기도 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19 세라믹 루키전 <너 나 우리 모두>는 타인과 어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일궈나 가고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과 자화상을 보여주면서 현대인의 민낯과 현주소를 비춰주는 전시가 될 것이다.

최규락 작가는 풍자와 해학, 위트가 넘쳐나는 ‘너’라는 대상의 작품들과 감상자인 ‘나’와의 관계에서 상상을 통한 공감을 이루고자 한다. 일상에서 쉽게 대면하지 못하는 유명한 대상에 대해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고정관념은 그 대상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투시하지 못하게 하고, 대상의 본질을 미화하거나 왜곡시킨다. 최규락 작가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상상의 날개를 꺾는 자신의 고유한 상상력과 이해력으로 대상을 바라보되, 고정관념을 배제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표현방식으로 자유롭게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도록 제안한다. 아울러 유명한 인물 혹은 캐릭터에 대해 작가가 ‘희화적 표현’으로 해석한 결과물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오롯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일련의 작품 속에서 작가가 희화적 색채를 짙게 드러내며 선보이는 친숙한 유명인 혹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인간 군상 면면에는 희극적인 요소와 함께 진정성 있는 페이소스(애수)도 묻어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다양한 표정을 담아내면서 유머러스 하게 풍자하는 그의 작품들은 현시대 우리의 자화상을 반추하게 한다.

최규락과 앙상블을 이루는 김혜련 작가는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 되는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잉태되는 공허함과 사회적 고립감 그리고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위안을 작품에 담아 현대인의 차가운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오늘날 현대사회의 기저에는 욕망과 무관심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삶이 있다. 현대인의 일상은 ‘너’와 ‘나’의 관계에서 시나브로 ‘너’가 아닌 ‘그것’과의 관계로 바뀌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개인과의 직접적 대면보다는 비대면 접촉이나 사물 혹은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안정감과 위안을 얻고 있다. 김혜련 작가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인간 군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무심한 그들에게서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표정 변화를 포착하여 그들의 내재한 상실감과 공허함, 방황하는 심리를 작품에 투영시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타인과 소통하고 화합하며 ‘우리’가 되어 일궈나가는 조화로운 삶을 ‘너’와 ‘나’는 궁극적으로 갈구하지만, 현실은 치열한 현대사회의 주류에서 탈락하는 데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정서적 소외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는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얇은 신뢰감을 켜켜이 쌓아 올리고, 타인과의 소통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 보도록 제안한다. 김혜련 작가는 자신을 짓누르는 욕망을 조금 내려놓고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며 ‘우리’가 되어가는 ‘조화로운 삶’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너’, ‘나’, ‘우리’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세라믹 루키전 <너 나 우리 모두>는 인간에 대한 고찰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 대한 소회를 담고 있으면서 관용, 신뢰, 상호작용, 공존 등의 키워드를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타인이나 특정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이나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신뢰를 공고히 한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너’,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공생을 넘어 동반자로 서 우호적인 상생을 그리며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2인의 신진 작가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궁극적으로 ‘공생’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협연이 되길 바란다.

기간 2019.11.22.(금)~2020.02.16.(일)
장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1갤러리
참여작가 최규락, 김혜련
관람료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 미취학아동 무료
※ 매표 1회 발권으로 미술관의 모든 전시 관람 가능
문의 055-340-7000

글 박세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레이터 작성일. 2019. 1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