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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재즈 콘서트
당신 곁의 재즈

밴드 - 이명건(피아노), 황이현(기타), 정영준(베이스), 이도헌(드럼)

일시 2019.11.23.(토) 19:00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연령 8세 이상 관람가
좌석 전석 30,000원
문의 055-320-1234

‘재즈(Jazz)’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그 가운데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반응은 ‘재즈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이다. 단순한 장르명일 뿐인 ‘재즈’의 울림 속에는 복잡한 화성,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 등 무언가 ‘알고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덕분에 ‘재즈 음악을 듣는다’는 말만으로 상대가 어딘가 격조 높은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처럼 받아들이거나, 단순한 음악이 아닌 ‘재즈’로 소비되는 이미지의 총체로 재즈 장르를 이해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어두컴컴한 바, 묵직한 벨벳 장식, 어째서인지 절대 빠지지 않는 색소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음악가 가운데 하나인 ‘말로’의 음악에는 그 모든 것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말로의 음악은 전형적인 재즈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당신이 그토록 부담스러워하던 재즈적접근보다는 더 대중적·가요적인 습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독특한 두 이미지의 공존은 말로의 음악적 시작점이 재즈와는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으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악기를 다루며 음악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물론, 본토 미국 혹은 유럽 어디든 유학이라도 다녀와야 명함 한 장 겨우 내밀 수 있는 게 한국 재즈 시장의 일반이다. 그런 현실을 생각해 보면 말로의 존재는 그야말로 돌연변이에 가까웠다. 십대시절 음악과 연이 닿은 적도 없었고, 그 때문에 당연히 대학에서도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런 말로의 인생에 음악이 얽히기 시작한 건 20대가 시작된 이후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재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처음 음악 신(scene)에 등장한 건 1993년의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였다. 싱어송라이터 발굴의 산실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말로는 <그루터기>라는 곡으로 은상을 수상했다. 비록 재즈와는 상관없었지만, 보통 피아노나 통기타 등 어쿠스틱 악기로 한 음악가가 지닌 특별한 음악 세계를 가늠해 보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있는 경연 대회이니만큼 이곳에서의 경험이 말로의 음악가로서의 자각과 자신의 음악에 대한 확신에 눈을 뜨게 해주었으리라는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스물셋의 말로는 재즈를 택했다. 새로운 음악을 시작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라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재즈라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그의 의지는 말로를 바다 건너 버클리까지 이끌었다. 전설적인 블루스 가수 다이나 워싱턴의 음악이 운명의 도화선이었다.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음악 대학인 버클리에서 선망해 마지않던 재즈와 블루스를 익힌 말로는 음악 앞에 거칠 것이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듣던 음악 영재들 사이에서 더는 배우는 게 재미없어 학업을 중단한 뒤 고국으로 돌아온 말로 앞에 남은 건 다시 ‘재즈는 돈이 안 되는 음악’이라는 사람들의 만류였다. 덕분에 제대로 된 음반 홍보 활동은 꿈도 못 꾼 채 라이브만을 이어가던 그의 앞에 다시 한번 운명적인 만남이 다가온다. 재즈 음악가 말로를 대중과 평단에 널리 알린 명반이자 한국 재즈 음악사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3집 <벚꽃지다>(2003)였다. ‘재즈와 한글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독보적인 가치를 뽐낸 앨범은 기자 출신의 작사가 이주엽과의 우연한 만남과 말로의 이론, 실전 모두 풍부한 근력이 만나 완성해 낸 역작이었다. 미국과 한국, 재즈와 가요 사이에 위치한 앨범은 우리말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재즈 음악가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채워주었고, 환호는 네 번째 앨범 <지금, 너에게로>(2007)까지 무난히 이어졌다.
말로는 이후 ‘한국적 재즈의 대표주자’, ‘스캣(20세기 미국에서 고안된 재즈 창법으로, 가사 대신 의미가 없는 음절이나 의성어를 통해 새로운 선율을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방식)의 여왕’ 등의 수식어로 대표되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보통 해외 스탠더드 곡을 부르고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즈 음악가들과 달리 말로는 한국 음악, 특히 자신의 말과 멜로디로 만든 창작곡을 쓰고 부르는 것을 선호했다. <동백 아가씨>, <신라의달밤>, <목포의 눈물>, <개여울> 등 한국 옛 가요들을 재해석한 <동백아가씨>(2010), 60~70년대를 풍미한 배호의 노래를 모아 다시 부른 <Malo Sings Baeho>(2012)를 지나 2014년 다시 창작곡 여섯 번째 앨범 <겨울, 그리고 봄>을 발표했다.
차분하고 조용히, 자신만의 속도로 한국 재즈 음악가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작업은 재즈 교육과 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 ‘야누스’ 운영이다. 초등학생에서 일반인까지 재즈에 관심 있는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을 옮기고, 한국 1세대 재즈 보컬 박성연의 뒤를 이어 한국 재즈의 역사이자 성지를 지켜나가고 있는 말로. 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모두 한국 재즈와 밀접히 맞닿아 있다. 그런 말로의 공연과 함께, 당신 곁에 재즈가 굳게 내려앉을 것이다.

김윤하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K-POP에서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애정에 기반한 글쓰기를 지향한다.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출연하고 있다.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다.

작성일. 2019.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