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펼치는 ‘마법’의 뉴에이지
- 조지 윈스턴의 <December>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꿈꾸던 삶을 실현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자각에 다다랐던 어느 날, 나날이 쌓이는 업무 스트레스를 잠시 잊은 이유가 무능한 상사와 눈치 없는 부하직원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일 뿐이란 사실을 알게 된 어느 날, 귀갓길을 지키던 사랑스런 내 아이가 마치 장판파의 장비처럼 무서워 보였던 어느 날. 그리고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날들의 반복이 바로 삶’임을 깨달았던 어느 날에, 나는 조지 윈스턴의 ‘마법’에 빠져들었다.

1982년 발매된 조지 윈스턴의 네 번째 음반은 뉴에이지나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이들에게 자칫 이벤트 음반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곡 구성을 살피다 보면, 캐럴 앨범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실제이 음반에는 조지 윈스턴 특유의 따뜻함으로 변주된 유럽의 여러 캐럴을 들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친숙한 선율이 주는 반가움 따위로는 이 음반의 가치를 단 1%도 설명할 수 없다. 뉴에이지는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다는 「Thanksgiving」이 수록된 명반, 바로 <December>이기 때문이다. 조지 윈스턴의 앞선 앨범들도 골드 레코드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선 앨범이 골드 레코드가 된 것은 이 음반 출시된 이후였다. 즉 이 음반의 성공이 그의 앞선 음반들마저 골드 레코드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드 레코드에 등극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건만, 그것도 모자라 앞서 발매된 음반들까지 골드 레코드로 만들었으니 실로 전설적인 명반인 셈이다.

뉴에이지 음악은 기존 서양적 가치관을 배제하고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뉴에이지 운동’의 음악적 발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음악 장르 간의 융합을 통해 대중음악의 폭력성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음악적 시도이기도 했다. 수많은 뉴에이지 아티스트 가운데서도 조지 윈스턴과 그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그의 음악적 성취가 성공적인 장르 융합 정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을 전원적 포크 피아니스트로 명명한 조지 윈스턴의 매력은 재즈, 블루스, 민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클래시컬하게 연주하는 데있다. 그에 더해,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이 자연과 전원의 이미지를 선율로 형상화하여 인간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의 음악을 ‘마법’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내 마음이 얼마나 어지럽혀져 있든, 그는 내 마음속에 푸른 숲과 흐르는 강의 포근한 시공간을 기어코 펼쳐 놓는다. 그의 마법 안에서, 나는 위안을 얻고 상처를 치유한다. 그래서 당신께도 권하고 싶다. 자신을 잠식 해가는 번뇌, 고통, 슬픔, 연민, 분노 따위를 떨쳐내야 할 어느 겨울날, 그의 마법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보는게 어떻겠냐고.

추천 플레이 리스트
「Thanksgiving」,
「Peace」 (1982년 <December>),
「Sleep Baby Mine」
(2001년 <December> 재발매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