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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고분군에서 출토된 곡도
글.송원영(대성동고분박물관 관장) 사진.김해 대성동고분박물관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한국 고유의 독특한 전통을 가진 무기를 사용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그중에서 ‘미라(Mira)’가 사용하는 무기가 바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김해 대성동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야시대 철제 무기인 곡도(曲刀) 혹은 월도(月刀)라고 칭하는 유물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다. 작품 속 미라는 케이팝 아이돌로 활동하는 동시에 악마를 사냥하는 비밀 조직 ‘헌트릭스(Huntrix)’의 멤버로 활약한다. 그녀의 상징적인 무기인 곡선형 날을 가진 칼은 대성동고분군 23호, 45호, 70호 고분 등에서 출토된 가야시대 곡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곡도는 긴 자루와 결합해 원거리에서 베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야의 뛰어난 철기 문화와 세련된 미감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가야시대의 대표적인 무기인 고리자루큰칼(環頭大刀)은 손잡이부터 칼끝까지 전부 철로 제작되어 있으며,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형태이다. 이에 반해 출토된 곡도는 칼끝이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고, 날 부분만 철로 제작되어 긴 나무 봉에 결합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여러모로 특이한 모양인데, 만약 날이 휘어진 안쪽으로 있었으면 낫(鎌)으로 보일 만한 형태이다. 이러한 칼 혹은 창이라고 할 법한 유물은 보병보다는 주로 기마무사가 말 위에서 적을 향해 휘두르기 좋은 형태로 추정된다. 다른 가야고분군에서는 단 한 점도 출토되지 않고 금관가야의 최고 지배 계층 무덤인 대성동고분군에서만 4점이 4세기대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아 가야시대에 보편적으로 유행한 유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처음 확인된 것은 23호분인데, 필자가 직접 발굴하였다. 23호 무덤은 대부분 도굴되었지만, 덩이쇠(鐵鋌)를 무덤 내부에 넓게 깔아 무덤 주인의 자리를 마련했는데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 세로로 놓아둔 유물이 바로 이 곡도였다. 무덤의 규모나 순장자 수, 무덤 주인의 가슴께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등을 보면 확실한 지배 계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며, 곡도는 이 무덤의 주인이 소중하게 여겼던 무기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무덤 주인의 인골이 출토되지 않아 성별조차 알 수 없지만, 57호분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무사 인골이 여럿 출토된 바 있어 영화의 주인공인 ‘미라’처럼 여성일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함에 따라 대성동고분박물관에는 애니메이션 속 무기의 모티브가 된 대성동고분군 70호 출토 곡도를 새롭게 전시하고 있다. 곡도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 유물을 들고 있는 박물관 캐릭터 ‘대성동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9월 1일부터 운영하였다. 가야의 유물이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다시 태어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를 계기로 대성동고분군을 비롯한 가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김해를 찾는 관광객이 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해문화관광재단에서 세계적으로 유행한 이 유물을 소재로 새롭게 현대적으로 만든 관광 상품을 조속히 개발하기를 기대한다.

작성일. 2025. 0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