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이 지난해 7월 김해문화재단이라는 명칭에서 '관광'이라는 정체성을 더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이 새 정체성을 가지고 재단은 시, 각 산하기관과 시민 등과 함께 전시, 행사, 축제, 공연 등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며 김해시의 도시 브랜드 크게 제고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전국체전, 김해방문의 해라는 3대 메가 이벤트에서 각 기관과 더불어 중심 역할을 수행해 김해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점에 관해 한 명의 시민으로서 김해가 '문화'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고 자부심도 느낀다.
도시의 경쟁력과 특유의 정체성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중에서도 비교적 체감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공연, 행사, 축제 등의 요소들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것들은 도시 그 자체의 정체성 형성은 물론이고 나아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독창적이고 좋은 행사와 축제 등은 관광객 증가, 상품 판매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작년은 3대 메가 이벤트를 토대로 '가야금 축제', '김해문화유산야행', '허왕후신행길 축제' 등 행사가 이어져 그야말로 '축제의 한 해'였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잘 형성된 도시 정체성의 요소가 축제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슨 말이냐면 그동안 김해시에서 만들어놓은 '로컬 콘텐츠'가 축제에 잘 활용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라는 의미다.
지난 2021년 역사전통형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김해시는 그동안 '도시의 DNA 발견', '시민의 문화력 증진', '지속가능성 마련'이라는 핵심 추진목표 아래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했다. 그 결과 시의 마스코트 '토더기', 여행 콘텐츠 '뚜르드 가야', 김해형 행복마을 만들기, 뒷고기 브랜딩 사업 추진, 마을미디어 활성화 조례 제정 등 여러 사업을 이뤄냈으며, 특히 시민문화학교 '티키 타카', 예술가의 사회적 실천 '아트 플러스', 도시문화실험실 '김해LAB_N개의 도시사랑법' 등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시민 주도적 사업 참여라는 의의도 한층 강화됐다. 이러한 노력들은 2023, 2024년 연속으로 김해를 '우수 문화도시'로 지정되도록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성공적인 '로컬 아이템들'이 더욱 빛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걸까. 그 방안 중 하나는 이것이 축제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본다. '시민의 역량'으로 만들어낸 콘텐츠가 축제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이는 시민 참여의 면에서나, 창의적인 면에서나, 도시 경쟁력 제고의 면에서나 큰 의의를 가지지 않을까 한다. 시민에 의해 제작된 로컬 콘텐츠가 축제로 녹아드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프랑스 아비뇽 축제를 들 수 있다. 세계적인 공연 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은 '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되는 거대한 행사다. 해당 축제는 공식 행사와 비공식 행사로 나뉘는데, 공식 행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잘 짜인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다. 비공식행사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만드는 행사들이다. 예를 들어 축제날이 오면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집이나 마당, 카페 같은 가게를 공연장으로 개방해 공연팀이 활동하도록 돕는가 하면, 숙박을 제공하거나, 예술가와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아가 아예특정한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축제 당일 지역 시민들이 로컬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만들며 이것이 축제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사실 아비뇽 페스티벌의 묘미는 공식 행사보다는 비공식 행사에 더욱 드러난다. 왜 이런 일들이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프랑스 특유의 예술을 사랑하는 경향, 어릴 때부터 강조되는 다양한 예술교육, 전 시민의 예술 공동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다양한 거리 공연의 개최와 많은 수의 소규모 예술공간, 지자체와 국가의 공공예술 지원제도, 축제가 곧 지역경제라는 관점으로 시민, 자영업자, 상인 등이 모두 협력하는 구조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축제에는 축제든 행사든 예술이든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있으며, 축제가 일어나는 날은 온 도시가 축제의 현장이요 문화의 현장이 된다는 점이다. 도시 내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하모니의 결과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론, 김해의 축제와 아비뇽의 그것은 성격이 다르고, 두 도시의 환경 또한 다르다. 그러나 시민의 주도적인 참여라는 면에서 아비뇽 페스티벌은 김해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것은 축제의 기획-제작-참여라는 면에서 시민이 주가되는 것이고, 나아가 현재 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규모 행사들의 '네트워크'가 하나의 거대한 행사로 통합되어 도시와 축제의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든다는 점이다. 일찍이 김해도시문화센터는 '문화도시 김해' 사업에 따라 그동안 로컬 콘텐츠의 활용이 가능한 사업들을 진행하며 충분한 로컬 콘텐츠 역량을 쌓았고, '와야G축제' 같은 훌륭한 선례도 가지고 있다. 다만 어떤 축제가 있을 경우 그 축제의 공간적 측면으로나 시민 참여적 측면으로나 독립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것 같으며, 해당 축제와 다른 축제들 간의 연관성도 부족해 보인다. 때문에 여러 축제들이 각각 '파편화'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이 자리에서 감히 제안한다면 그것은 '공식적인 축제'와 '비공식적 행사'를 병행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김해에서 큰 공식 축제가 있을 경우 각 지역 각 장소에서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쉽지 않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영업자, 학생, 동네 주민 등 각 시민이 합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축제 공동 기획단을 만들든지, 크라우드 펀딩을 한다든지, '메가 페스티벌' 여론을 형성한다든지 등의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김해의 환경에 맞는 '김해형 참여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서는 '문화도시 김해'를 통해 만들어진 '시민 참여형 모델'의 역량을 적극 이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 이 축제는 단발성이나 휘발성의 성격을 지니는 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메가 페스티벌'을 만드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도시에 새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축제를 통해 가게가 새롭게 단장되고, 골목길이 변하고, 지역 특유의 예술 환경이 형성되는 등의 변화를 떠올리면 김해시민으로서 설렘이 느껴진다. 전통·역사·문화 콘텐츠가 가득한 김해가 '종합 문화도시'로서 방점을 찍는 역량은 '시민의 참여 분위기'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도시가 축제가 되고, 이 축제가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형성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김해가 자신의 브랜드로 하나의 축제 도시로서 세계인이 방문하는 곳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