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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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소비의 활성화, 그 가운데
로컬 콘텐츠의 역할
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학과장 장민지

일반인들에게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시점은 아마도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일 것이다. TV, 신문, 라디오와 같은 올드 미디어의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콘텐츠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기존 미디 어의 '편성이나 배급' 시스템은 그 중요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대신 미디어 채널 수의 증가와 플랫 폼 산업의 발달로 '유통되고 확산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이전까지 미디어 채널에 콘텐츠가 편성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이용하지 못했던 시기를 지나, 현재 는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에 접속하기만 하면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TV 시청률의 의미도 크게 변화했다. 예를 들어 1990년대까지 성공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60%대(KBS2 주말 연속극 <첫사랑>(1996)의 경우 최고 시청률 65.8%를 기록했다)에 육박할 때 도 있었으나, 지금은 20%에서 10%대로 떨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소수의 미디어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 확산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콘텐츠'는 옛 말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직접 경험이 희소해지면서 경험소비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하 기 시작했다. 경험소비란 어떤 것을 소비할 때 단순 사용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감각이 나 경험'에 더 중점을 두는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소비를 통한 감정을 거래하는 콘텐츠가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소비는 뮤지컬이나 라이브 공연과 같은 실시간성을 소 구하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단기간 여행 상품이나 팝업스토어의 일 회적 방문, 갤러리 투어 등 실제로 할 수 있는 경험 및 지식의 축적 에 더 높은 비중과 가치를 두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혹자들은 이러 한 경험소비가 금전적인 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행복의 빈부 격 차를 줄이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로 인한 미디어가 매개된 간접 경험 과 실제로 보고 대면하는 직접 경험 경계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명 확해지면서, 이용자들로 하여금 직접 경험에 대한 열망과 결핍을 더욱 부추기는 행태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로컬은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공연, 예술 등의 직접 경험 콘텐츠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소비 의 가치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경우, 콘텐츠 이용자들의 접근성에 차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이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접근성과 로컬에 있는 아이들 이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직접 경험의 정도는 아주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태어난 곳이 다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차별일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다. 무엇보다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문화자본의 축적이나 위계에서 차별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구 조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계층을 생산할 수 있기에 이는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컬은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에서 지역사회의 경험소비재를 생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하나는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험 소비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서울도 아니고 수도권도 아닌, 지역에 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문화를 꾸준히 발굴하여 이것들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로컬에 부족 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경험을 꾸준히 유치하고, 지역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축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구체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자라난 청년들이 지역 차별이라는 구조 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문화예술에 대한 직접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역 그리고 중앙정부가 충분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이제는 로컬이 주체가 되어 글로벌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글로벌 플랫 폼이 활성화되면서 콘텐츠의 중심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로컬이 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지 역을 글로벌에 알리는 것 또한 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로컬을 직접 글로벌과 네트워크하게 함으로써 글로벌에 서 재현되는 한국을 지역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것 또한 전략적으로 필 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을 재생산하는 방법이며, 콘 텐츠와 크리에이터에게 '일상적으로' 지역을 문화 생산이 가능한 장 소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로컬 콘텐츠의 시작은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장소성을 고민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밖의 사람들, 더 나아가 글로벌 대중에게 지금 여기, 로컬이 어떤 곳인지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결 과적으로 이러한 콘텐츠는 이곳, 로컬의 삶을 '긍정할 수 있게' 만드 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로컬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지역성 발굴과 일상적 콘텐츠 생산 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발붙이고 살고 있 는 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브랜딩할지를 고민해야 하며, 이 브랜딩 이 지역 주체와 지역성을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김해문화관광재 단의 경우 가야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이어받아 이를 브랜딩 할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공간을, 공연과 축제를 제공한다고 해서 사람 들이 실질적인 '이동'을 감행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김해가 줄 수 있는 일상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우 선시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서 알리려면 현재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에 대한 고민을 살펴보 는 것이 먼저다. 일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재 김해 지역민의 삶 이 어떠한지,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 한 고민을 지속하면서 로컬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발굴한다면 변 화는 빠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 경험소비일 수 있다.

작성일. 2025. 0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