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단체 동반성장 체계 구축의 결실,
음악극 ‘당신이 좋아’
(재)김해문화관광재단은 2024년 김해예술인 지원사업 〈불가사리〉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저변 확대와 동반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 공모를 통해 20개 예술 단체를 지원했다. 단체 공모와 시민 모니터링단 운영을 통해 사업 개선점을 발굴하고 작품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년간의 예술인 지원 사업 결실이 ‘당신이 좋아’로 맺어지는 것은 놀랍지 않다.
쇠를 먹고 성장하는 상상 속 동물을 의인화해서 불가사리(김해예술인)가 바다의 쇠붙이(김해·金海)를 먹고 커진다는 의미로 김해문화관광재단이 지역 예술인들과 동반 성장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산물로 탄생한 것이 ‘당신이 좋아’이다. 극단 이루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2024 리:바운드 축제(RE:BOUND) 공연유통사업에 (재)김해문화관광재단의 추천으로 김해 예술 단체로는 처음 10월 19일 청와대 가을음악회에서 음악극 〈당신이 좋아〉(연출 이정유·작가 국민성) 공연을 펼쳐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24 서울아트마켓’과 연계되어 운영된 이번 공연은 지역 예술단체의 우수한 작품성을 서울 주요 공연장에 알리고 수도권 및 전국 유통의 발판을 마련한 예로 남게 되었다. 이번 공연 제작 협업과 작품 추천을 맡은 (재)김해문화관광재단 이태호 문화예술본부장은 “지역 예술단체의 역량을 보여주는 쾌거다. 김해 예술단체의 작품이 전국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 단순히 공간, 예산 지원이 아니라 작품 제작과 운영에 있어 실질적인 협업 체계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지속 지원을 해나가겠다”라고 지원 소감을 밝혔다.
‘당신이 좋아’
우리 시대 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우리 시대의 극장을 생각하면 실로 마음이 착잡해진다. 극장을 무대로 펼치는 음악극 - 주크박스 뮤지컬(Jukebox Musical) ‘당신이 좋아’를 두고 이런 표현을 하기에는 다소 역설적이지만 스트리밍 음악, OTT 서비스 등 콘텐츠를 활용한 구독 멤버십의 홍수 시대와 메타(Meta)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시뮬라크르(Similacre) 콘텐츠 게임, 웹툰, 가상현실 등을 보면서 관객을 극장으로 소환하기에는 녹록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신(新)중년,
그들의 기억과 감성을 무대로 소환하다!
10년째 그날의 기억을 회상하며 영화 〈러브 스토리〉를 보며 첫사랑 생각에 청승을 떠는 극장 사장 정우성을 필두로 5명이 펼치는 인간 군상의 일면은 왠지 낯설지 않다. 등장인물 속에서 이미 화석화되고 박제화된 자신의 옛 기억, 옛 감성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인생, 내 마음대로 안 된다! 현실은 잔인하다. 코믹한 연극을 보면서 웃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사랑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성이 관객들이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경험하는 한 보편적 일상(입학, 연애, 취업, 성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이 나로 치환되어 몰입감은 증대된다.
기막히게 코믹한 연극,
웃을 수 없는 추억과 감정의 기억
‘당신이 좋아’를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웹툰이 생각난다. 일단 재미있다. 웹툰 이론가 박세현은 “재미가 경험들 속에서 생긴 욕구에 대한 충족이며 나아가 그 충족으로 심리적 에너지를 일으키는 움직이는 감정이라 정의한 바 있다. 재미를 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에는 ‘신선함’과 ‘몰입감’이 가장 클 것이다. ‘당신이 좋아’는 이 요소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보편적인 스토리에 역설적인 서사 구조, 배우들의 캐릭터 묘사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기발하다. 무엇보다 캐릭터 설정 키워드 ‘인생, 내 맘대로 안 된다’의 콘셉트는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살면서 대학 입학, 연애, 취업 뭐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그것들이 캐릭터에 이입되어 있다. 스토리와 캐릭터, 음악극의 시대적 배경은 우리의 과거, 현재 모습 속에 중첩되어 있어 몰입감을 더한다. 여기에 충실한 스토리텔링(영원한 테마 로맨스, 고전에서 모티브를 찾기, 기본적 욕망 이야기 등)과 음악적 메타포가 잘 어우러져 있다.
지속적인 지역 공연장 제작 협업, 운영, 유통 지원을 통해
지역 예술단체 육성
‘당신이 좋아’ 음악극은 2020년 초연 이후 (재)김해문화관광재단의 불가사리 프로젝트에 참가해 지속적으로 무대에 오르며 수정·보완을 거쳐 완성도를 끌어올린 작품으로, 관람 내내 독특한 전개와 깊은 몰입감으로 중년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유쾌하게 때론 아련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음악극과 주크박스 뮤지컬이 기존 멜로디와 가사의 기성곡으로 관객의 공감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당신이 좋아’는 노래와 극이 유기적으로 잘 조합된 형태로 전국의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푸르고 눈부신 가을에 공연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