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로 45-16번지에는 웰컴레지던시가 있다. 무계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웰컴레지던시는 실제 주민이 살았던 집을 리모델링함으로써 작가들이 거주하며 예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된 곳이다. 나에게는 직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의식주를 해결하거나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인 만큼, 웰컴레지던시는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의미로 정의되어 있을 것이다. 만 1년간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에 대한 목격담을 작성해본다.
웰컴레지던시 사무실 외벽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사무실 안팎이 서로 보이기 때문에 정말 누구나 ‘웰컴’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웰컴레지던시를 꼭 두 번 이상 바라본다. 가끔은 갑작스럽게 사무실로 들어와 공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기도 하며 지역에서 경험하지 못한 공간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신다. 그만큼 웰컴레지던시는 지역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인 것 같다.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이질감과 동질감의 서사를 분명하게 보여주셨다. 시각적으로 주변 집들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라는 이유가 시작이었을까, 개인적인 시각이지만 다른 목적으로 사람이 사는 웰컴레지던시에 대한 경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할아버지 텃밭과 웰컴레지던시의 경계를 철조망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철조망이 관계의 안전장치가 되었는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점점 방문 빈도를 높이셨다. 믹서 뚜껑이 열리지 않아 사무실로 방문하셔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오르막을 오르기 힘든 손수레의 뒤를 밀어달라고 요청해오셨다. 그렇게 종종 산책하시는 길에 들리시며 건물에 생긴 벌집 제거에 대한 조언과 강우 시 배수 관리, 정원의 식물 관리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곤 하신다. 이런 시간 덕분에 할아버지 댁 옆 나무에 결과전시 작품을 설치할 수 있었고, 결과전시 준비가 한창이던 작년 12월에도 전시장에 먼저 들리시어 응원해주셨다.
아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작가님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결과물을 집으로 가져가 거나 함께 전시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몇몇 어린이의 얼굴과 이름은 익숙해졌다. 출근길에 아빠 손을 잡고 등교하는 어린이를 보기도 하고 여러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해준 어린이의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지는 과정도 함께할 수 있었다. 보호자의 손을 잡고 방문하게 된 어린이들이지만, 아이들에게 웰컴레지던시는 주말의 사건적인 장소였을 것이다.
웰컴레지던시 입주작가님들 중 한 분께서는 ‘웰컴레지던시’라는 이름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사는 작가와 시민들이 모이게 된 낯선 공간이지만, 누구나 환대받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름의 의미를 정의해주셨다. 웰컴레지던시를 직접 경험한 작가님의 의견에 설득력을 느껴 의미를 공유해본다.
웰컴레지던시는 2022년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말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웰컴레지던시와 새롭게 형성될 관계에 대해 기대하며 함께하게 될 상대에게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