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장 규모 5조 원, 국내 시장 규모 3조 원. 웹툰 및 웹소설은 콘텐츠를 넘어 산업으로 인식될 만큼 크게 성장했다. 바야흐로 웹툰 전성시대, 남들이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의 역사 문화 이야기를 소재로 웹툰을 제작하고 있는 (주)피플앤스토리의 김남철 대표를 만나보았다.
서울을 떠나 김해에 자리를 잡다
원천 스토리와 웹툰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벤처기업인 (주)피플앤스토리는 설립 6년 차인 지난 2020년 12월 말, 본사를 김해로 이전했다. 너도 나도 서울로 몰리는 상황 속에서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서울 경기의 과열된 경쟁 환경을 벗어나,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상생을 모색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웹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라 장소에 한계성은 없었다. 꼭 서울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면, 차라리 지역에서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역 관광과 연계한 새로운 시도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어떤 지역으로 향할까 고민하던 중 김해가 눈에 띄었다. 관광문화유적지가 많고, 역사문화도시로서 시민들의 역사인식이 뛰어난 도시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김해 금관가야는 가야문화권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뛰어난 문화권을 형성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본사를 이전 할 때부터 김해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죠.” 그렇게 김해에서의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었다.
이천 년 전 역사, 로맨스 웹툰이 되다
웹툰 〈수로의 비〉는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아유타국 왕실의 허황옥의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한 로맨스 웹툰이다. 역사적 사실을 담아낸 것에 그치지 않고,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 고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구조로 펼쳐진다. “‘과거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에 대입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이런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 전의 김수로왕과 허황옥은 2020년대의 김강호와 허유진이라는 캐릭터로 재탄생되고, 두 커플은 전혀 다른 타임라인 속에서 ‘세기의 로맨스’라는 공통된 주제를 이끌어 나간다.
이런 극적 요소와 더불어 김해의 명소가 곳곳에 등장하는 것도 재미를 배가한다. 수로왕릉, 수로왕비릉 같은 유적이나 봉리단길과 율하 카페거리처럼 현대적 장소가 함께 공존해 독자로 하여금 김해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김해를 잘 아는 독자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신기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또 베트남 등 해외의 독자들은 김해에 가보고 싶다는 코멘트를 남겨주시기도 합니다.”
이처럼 지역이 웹툰에 등장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야기를 통해 지역이 되살아나는 것이지요. 관광 산업과 연계하면 온오프라인이 어우러진 명소가 탄생할 수도 있고요.” 이와 관련해 김남철 대표는 요즘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기술과 연계해 웹툰과 음악이 흐르는 문화 거리를 조성하고자 시도 중이다.
지속 가능한 이야기를 위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콘텐츠는 더욱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웹소설 및 웹툰은 하루 3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까지 매출이 발생할 정도다. 독자들이 회당 지불하는 금액이 100원에서 200원임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인기인 셈.
김남철 대표는 이런 블루칩 산업을 지역에서 이어가기 위해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하고 있다. “채용 시 최대한 지역 인력을 고용하고, 미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웹툰학과 개설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도 열고 있습니다.” 한편 아쉬운 점도 있다. “우수한 인력을 지역에 정착시킬 때 도나 시에서 이주를 지원해주는 등의 행정적 지원이 보다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때 콘텐츠 사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앞으로 지역에서 웹툰을 매개로 펼치고 싶은 꿈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차세대 한류를 선도할 K-웹툰 산업의 거점을 경남에 일구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 VR, 게임, 영상 관련 지역 기업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사업을 추진해 경남도만의 독자적인 유통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지역의 아름다운 거리나 마을을 활성화하는 데도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에서도 프랑스 앙굴렘이라든가 일본의 지브리 같은 웹툰 마을을 만들고, 축제를 개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남철 대표와 (주)피플앤스토리가 그려갈 ‘김해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