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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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윤슬미술관 소장품展 ‘짓다 담다 그리다.’를 마치며
만장대

김해 문인화와 보낸 뜨거웠던 여름
윤슬미술관 전시는 미술관 자체 기획전시와 지역 예술인들의 발표장인 대관전시로 운영된다. 올해는 2019년 발생한 코로나 여파로 녹록지 않은 예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예년에 비해 개최되는 기획전 수가 줄어들었다. 축소된 기획전시에 대한 아쉬움과 비어있는 전시장에 대한 걱정을 미술관 소장품 전시로 돌파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서 가슴 뜨거운 8월을 보냈다.

미술관 개관 이래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이루어진 소장품 전시를 2021년에 재개함에 있어 첫 번째 고민은 주제도, 매체도 다른 352점의 작품 중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가였다. 우선 소장품 리스트를 꼼꼼히 살피고 수장고를 들락날락하면서 평소보다 작품을 자주 만났다. 작품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 하나의 이야기로 엮기 위한 긴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김해 문인화 다시 보기, 새롭게 보기”였다. 이 결정을 내린 첫 번째 이유는 김해에서 문인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의 활동 규모와 전통성에 비해 일반 관람객들이 느끼는 문인화에 대한 거리감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지역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진 오늘날이 김해 문인화에 대한 미술사적 연구와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전시준비를 위해 지역의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김해 문인화의 멋과 감상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빨리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갔다. 이렇게 시작된 2021년 윤슬미술관 소장품전 ‘짓다 담다 그리다.’는 김해 전통 문인화풍과 그 문화가 어떻게 계승되고 발전되었는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김해 시민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것으로 전개되어갔다.

그 다음 '서양화나 현대미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문인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쳤다. 이 고민은 문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안하는 것으로 풀어 나가고자 했다. 김해 문인화의 전통성과 미술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문인화의 역사적 흐름과 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대표와 작고한 지역대표 작가들의 초상화를 아카이브 공간에 배치해 친근함을 더하고자 하였다. 작품의 설치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문인화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8월 9일 전시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시점에 세 번째 문제가 생겼다. 8월 10일부터 9월 3일까지 23일간 전시가 열릴 계획이었는데 김해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박물관·미술관이 모두 휴관하게 되었다. 8월 22일까지 예정된 1차 휴관 조치 이후 감염세가 꺾이지 않아 8월 29일까지 2차 휴관이 이어졌다. 결국 전시는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단 4일간 진행되었다. 9월 4일 작품을 내리고 재포장하고 다시 수장고로 작품을 이동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예측 불가한 상황으로 전시기간이 짧아져 그간의 노력과 시간이 허무하고 아쉽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김해전통서화에 대한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소장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아쉬움만 남은 건 아니었다. 이번 전시를 발판 삼아 앞으로 김해 미술사 정립을 위한 소장품 연구에 보다 더 집중하여 시민들에게 김해의 예술적 가치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

작성일. 2021.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