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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과 여성 예술가
만장대

필자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근무하다 올해 1월 중순, 문화진흥팀으로 발령받아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무지개다리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문화다양성이 어렵게 느껴진다. 알 것 같다가도 잘 모르겠고 이해한 것 같으면서도 헷갈리곤 한다. 어쨌거나 무지개다리사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문화다양성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요즘, 이것이야말로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전에는 몰랐던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곰브리치가 1950년에 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술서적인 『서양미술사』의 영문 초판에는 단 한 명의 여성 예술가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라스코 동굴벽화부터 근현대까지 무려 수만 년의 미술사를 다루면서 말이다! 유일하게 독일어판에만 단 한 명(케테 콜비츠)의 여성 예술가가 등장했을 뿐이다. 이 같은 내용은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을유문화사, 2020) 서문에 언급되어 있다.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은 지난 5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활동했던 400명이 넘는 여성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이 책에서 다루는 여성 예술가들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예술가들이며, 동양 특히 한국의 여성 예술가는 단 한 명(이불)만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술계는 어떨까. 2009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출판한 『한국현대미술가 100인』 (사문난적, 2009)에는 여성 예술가가 12명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서양미술사보다 약 60년 후에 출판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성 예술가들이 적은 비중으로 소개된 것은 왜일까? 한국현대미술사를 통틀어 소수의 여성 예술가만 활동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미학적 견지에서 여성 예술가의 예술성이 부족한 탓이었을까. 사실 이 해답은 김달진연구소에 연재되고 있는 “그들도 있었다 : 한국 현대미술사를 만든 여성들” 연재 칼럼을 통해 알 수 있다. 2020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한 달에 2~4명의 여성 예술가를 소개해 2021년 6월까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주목해야 할 45명의 여성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동서양을 통틀어 분명 뛰어난 여성 예술가들이 많이 존재했음에도 이처럼 미술사에서 여성 예술가들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들의 예술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만들어 낸 여성혐오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문화다양성법은 국적, 민족, 인종, 성별, 언어, 세대, 장애, 지역, 종교 등을 차이로 문화예술의 창작, 보급, 향유 등에 있어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이나 차별, 혐오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 대립을 극복하고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보호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을 선포하였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이제는 우리 모두가 문화다양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작성일. 2021. 0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