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우영_안녕하세요. 희곡을 쓰는 김우영입니다. 저는 역사극 속 여성서사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의 관점에서 한국사는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희곡을 쓰고 있고요. 새로운 관점에서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강혜지_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자연 풍경을 그리는 강혜지입니다. 주로 장지에 구아슈와 호분을 사용해 채색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정하임_저는 건축물을 그리는 정하임입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 외벽에 유럽 성당이나 신전에서 보이는 기둥 장식, 혹은 비슷한 형태의 창문들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이렇게 주변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유럽의 건축 양식들을 조합해서 실재하는 듯 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건물을 그립니다.
하정주_드로잉과 회화 작업을 하는 하정주입니다. 저는 작업할 때 다양한 드로잉 재료를 사용하는데요. 주어진 재료와 대화하듯 다양한 소재나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만들어지는 형태들을 관찰하고, 무의식에 존재하는 것들에 이야기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윤호_입체 작업을 하는 김윤호입니다. 주로 경계와 자유, 관계와 생성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고요. 때에 따라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는 편입니다.
이번 웰컴레지던시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김해라는 곳에서 작업해 보고 싶었던 이유나,
이번 레지던시가 끌렸던 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우영_희곡은 연극을 위한 글이고, 연극은 여러 예술가들이 함께 만드는 종합예술이잖아요. 그런데 웰컴레지던시는 제가 이전에 참여했던 레지던시들과 달리,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 작가들이 함께하는 곳이라 서로의 작업을 배우고 자극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과정을 통해 제 작품 세계도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정하임_제 작업 특성상 흥미로운 형태의 건물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김해는 오래된 구도심부터 신도시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건축물들이 한 도시 안에 있어서 이곳에 머물며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윤호_몇 번의 레지던시를 경험해 보면서, 낯선 곳에서의 환기와 그로 인한 새로운 시도는 늘 저에게 즐거운 고민을 던져 주었습니다. 이번 웰컴레지던시 또한 그러한 기대를 하며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 '7개의 문:Open Sequence'에는
어떤 작품으로 참여하셨나요? 참여하신 소감도 궁금합니다.
김우영_제가 쓴 희곡 「암전으로부터」를 처음으로 무대가 아닌 전시 공간에서 선보였어요. 희곡이라는 장르는 무대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쓰이는 글인데요. 근래에 ‘무대에 오르지 않는 희곡은 희곡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계속 품고 있었어요. 아직 무대화 작업을 하지 않은, 혹은 하지 못한, 제 희곡들이 무대가 아니더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중에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됐어요. 희곡을 시각화해 보는 작업은 저에게도 정말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암전으로부터>는 아이와 아이의 그림자가 밤 산책을 하는 이야기예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존재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의 본모습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내용입니다. 이번 희곡을 통해서 남들에게 쉽게 평가당하는 모습과 숨겨져 있는 본모습의 경계에 대해서 화두를 던지고 싶었어요.
강혜지_<강렬한 고요: 마주한 풍경들>이라는 제목으로 정하임 작가님과 2인전을 준비했어요. 같은 무계동에 머물며 각자가 마주한 풍경을 그려낸 전시인데요. 저는 주로 무계천 둘레길을 거닐며 본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레지던시라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는 대상이 달라졌고, 그만큼 작업에도 변화가 생겼는데요. 그 변화를 전시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하임_레지던시 근처에서 발견한 건축물들의 요소들을 재조합해서 서양 건축사의 8가지 시대구분에 대응하는 그림 8점을 전시할 예정이에요. 이번 전시는 제가 작가로서 처음 참여하는 전시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는데요. 첫 전시를 레지던시 안에서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았고, 그 덕분에 무사히 준비할 수 있었어요.
하정주_<멋진 징조들>이라는 주제에 맞춰, 이 공간이 제게 건넨 ‘환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매일 저녁 산책길에서 마주한 풍경과 김해에 얽힌 신화 그리고 제가 긍정적으로 느꼈던 요소들을 9미터짜리 롤캔버스에 담았고요. 오일파스텔을 들고, 어린아이가 된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원 없이 그렸습니다. 사실 그동안 ‘드로잉만으로 개인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드로잉은 흔히 본 작업을 위한 준비 과정이나 생각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여겨지지만, 저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고 소중한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이 다양한 드로잉들로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이번에 실현하게 돼서 설레고 기쁩니다.
김윤호_저는 <혼돈과 에덴>이라는 제목으로 릴레이 전시의 마지막 순서를 맡았습니다. 태초의 아이러니한, 무질서 속의 질서를 입체 작업으로 표현했고요. 형식화되고 사물화된 요즘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그로부터 벗어난 하나의 이상을 제시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전시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작가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하임_작품이 좋다고 해서 작가로서 자연스럽게 경력이 쌓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예술을 이론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고 배우는 과정이 꼭 필요하죠. 그런데 이런 일들을 작가 혼자 감당하려 하면 정작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레지던시는 그런 과정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주고, 작가가 작업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 웰컴레지던시와 함께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정주_온전히 작업에 몰입하고, 그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다른 작가님들의 작업 방식을 보며 배우게 되는 점 그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일정 기간 안에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저에게는 긍정적인 자극이 되거든요. 혼자 작업할 땐 느끼기 어려운 ‘소속된’ 감각도 참 좋고요. 레지던시라는 공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매일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에요.
전시를 보러 오실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강혜지_아마 이곳에 사시는 분들이 오가며 전시를 보실 텐데요. 이 동네의 풍경을 그림에 담았으니, 일상 속에서 문득 제 그림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정주_저는 8월 27일부터 <멋진 징조들>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는데요.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우리에게 건네지는 특별하고 멋진 징조들을 읽어봐주신다면 좋겠어요. 마치 길을 걷다 우연히 발밑에서 발견하는 네잎클로버처럼요.
김윤호_미술이라는 장르가 여전히 많은 분들에게는 조금 낯설고 거리감 있는 분야잖아요. 이번 전시가 그런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놀러 오듯이 전시장에 와주시면 참 반가울 것 같습니다.
[ 7개의 문: Open Sequ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