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오광대를 김해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고, 오광대, 농악, 민요 등 민속 예술을 알리기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닌다. 지역, 학교 등 전통 문화 교육에도 열심이다. 그 이름처럼 김해 민속 예술을 보존하기 위한 활동이라면 빠지지 않는 김해민속예술보존회다. 김해민속예술보존회가 이번에는 전통 예술을 지키는 원로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앞장선다. 허모영 사무국장이 총괄 기획을 맡고 이명식 회장과 정용근 부회장이 공연의 중심을 맡은 것이다. 세 사람은 이번 공연을 통해 지역의 옛 민속 예술과 오늘의 문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하고, 우리 지역 문화 예술의 내일에 대해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원로예술인 지원사업으로는 첫 사업이다. 참여하게 된 소감과 계기는?
이명식 김해문화재단에서 지역 전통 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사업이 앞으로 김해 지역 문화 발전의 발판이 되고, 동시에 원로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첫발이 되길 기대하며 참여하게 됐다.
정용근 아직 이런 일이 없었던 것 같은 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고 자부심 또한 느낀다. 특히 김해 시민들과 기업인들에게 지역 예술인에 대해 알리면서 주목받을 기회가 마련돼서 기쁘다.
허모영 우선 김해에 우리 전통 예술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김해민속예술보존회가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 사실 그동안 오광대를 비롯하여 농악, 민요 등 자랑할 만한 지역 민속 예술들이 많이 있지만 제대로 소개된 적은 드물어서 늘 아쉬웠다. 그러던 중 이번 공연 소식을 접했다. 원로예술인들을 지원하여 지역 전통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더 나아가 지역민들에게 홍보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다.
이번 사업에서 세 분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지?
이명식 공연의 시작과 끝인, 첫 번째 길놀이의 상쇠와 마지막 어울림마당의 상쇠를 맡았다. 이와 함께 두 번째 공연 성주풀이에서 지신밟기로 성공적인 공연의 터를 닦는 역할이다.
정용근 대금 연주에서 반주를 맡을 예정이다. 오광대 여섯 가지 과장중 할미·영감 과정이 있다. 여기서 영감 역할을 맡았다. 특히 할미와 상봉해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기대해 달라.
허모영 2018년 12월 사업이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주제 선정부터 공연 구상 등 김해문화재단과 함께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했다.
공연 이야기가 궁금하다. 신구가 함께하는 콘셉트인데, 주제 선정, 공연 구성 등의 과정을 소개한다면?
허모영 3년 전부터 보존회 차원에서 구봉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광대를 가르치고 있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원로예술인들의 연륜과 학생들의 에너지가 만나고, 장르적으로 우리 예술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융합되면, 극도 풍성해지고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도 쉬울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공연 구성할 때 염두에 뒀던 것은 김해 무형문화재인 오광대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해 무형문화재 3개 중 유일하게 공연형 문화재인 만큼 의미도 있지 않나? 여기에 민요, 농악 등을 버무려 하나의 공연으로 많은 지역 전통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 내용의 힌트가 된 오광대가 무엇인지, 김해오광대 만의 특징이 있다면 소개 바란다.
이명식 오광대는 지역의 제의나 대규모 행사와 더불어 연행되던 탈놀이 판으로 오방색을 입은 다섯 광대가 나오기 때문에 오광대라고 일컫는다. 김해오광대는 여섯 과장이 있다. 다른 오광대와 김해오광대의 차이점은 보통 영감·할미과장에서 할미와 영감이 싸우다가 할미가 죽는데, 김해오광대에서는 영감이 죽는다. 그것은 김해가 풍수적, 세습적, 역사적으로 여성의 힘이 세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허황후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여인이 자신의 성을 가질 정도로 기운이 강하다 보니(웃음) 할미가 아닌 영감이 죽는 형국이 되지 않았겠나. 또 하나는 다른 곳에서 나오는 문둥이가 나오는데 김해에서는 노름꾼이 나온다. 그것은 김해의 풍요로운 곡창지대(김해평야)에서 노름이 성행했던 풍습의 반영이다.
어떻게 김해오광대가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도 궁금하다.
이명식 김해오광대의 문화재 등록은 1984년부터 김해오광대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던 김해문화원의 故 류필현 원장님께서 남기신 유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 나는 이 일에 매달리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해오광대를 문화재로 만드는 것, 이것을 인생의 숙명처럼 여기고 노력한 결과 2015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제37호로 지정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생계를 마다하고 김해에 무형문화재를 하나 만들어보자는 뚜렷한 목표를 향한 단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그들의 높은 기량이 뒷받침됐다.
전통 공연이 낯선 관객들에게 공연 관람 팁을 전한다면?
이명식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에서 전통 예술은 지루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우리도 고유의 속도를 잃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공연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관람객들이 느리게 진행될 때는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여유를 느끼고,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에서는 극의 흐름에 몸을 싣고 즐겨주시길 바란다.
정용근 전통예술의 경우 관심이 없는 분들은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모습과 현대에 맞는 구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야기의 구성이 있어서 훨씬 이해가 쉽다. 극 중 할미는 우스꽝스러운 동작들을 펼치면서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초랭이처럼 변사역할을 맡아 무대의전반적인 흐름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허모영 모든 공연을 잘 봐주시면 좋겠지만 꼭 꼽자면, 할미의 능청스러우면서도 해학적인 몸짓에 집중하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또, 옛말에 ‘경상도는 춤, 전라도는 소리’라는 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경상도 춤에 속하는 ‘덧배기춤’을 지역민들이 주의 깊게 봐주시면 우리 지역 전통 춤의 아름다움을 만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지역 전통 문화를 꾸준히 지켜오는 동안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같다. 원로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이제 출발선에 선 셈인데, 원로예술인으로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명식 가장 시급한 것은 예술인들이 상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해민속예술보존회만 해도 일주일에 하루만 김해문화원의 지하 공간에서 연습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꾸준한 연습과 안정적인 활동이 뒷받침될 때, 우리 전통 예술이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역이나 기관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정용근 우리는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이곳에는 전통문화를 배우고 있는 20여 명의 청년이 있다. 이들은 주로 학교나 강습소에서 지도를 통해 삶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리 녹록지 않다. 이 같은 처지에 이번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기회다. 특히 수익이 낮은 민속예술인들의 현실에 비추어 어느 정도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허모영 예를 들어 현재 사용하지 않는 봉황초등학교와 같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예술인들에게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만으로도 창작 환경이 개선돼 김해 문화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전통 예술 분야의 고령화도 과제다. 아무래도 원로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관심이 있는 젊은이라도 뛰어들기 쉽지 않다. 그동안 지역의 정체성이 스며들어 있는 전통 예술의 중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지원에는 인색했다. 앞으로는 전통 예술을 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원로예술인들은 훨씬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젊은이들은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김해민속예술보존회의 계획은 무엇인가? 김해의 무형문화재를 전승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명식 일단 오광대전수관을 설립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오광대는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김해 소중한 전통 문화지만 전수관 조차 없는 게현실이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무형문화재의 특성을 생각하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공간은 필수다. 공연으로 지역민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오광대의 중요성과 전수관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오광대를 가르치는 일이다. 그리고 전수자들이 마음 놓고 이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계에 보탬이 될 방법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해시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지원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정용근 김해민속예술보존회는 지금껏 30여 년간 김해 곳곳의 산재해 있는 무형 문화재들을 발굴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김해 가락의 민속 노래나 농요, 김해 석전 놀이 등 지역의 무형문화재들을 연구하며 그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후진을 위해 기본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해 나가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허모영 올해 3년째에 접어드는 해반천 달빛음악회, 문화가 있는 날오광대 공연 등을 통해 김해 시민 가까이 찾아가는 게 첫 번째다. 또한, 문화 단체로서 김해 상동면의 농악과 같이 가치 있는 우리 전통 예술을 발굴하고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나가고자 한다.
김해오광대 금기를 오가며 서민의 삶을 이야기하다
김해 지역 서민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온 가면극이다. 1890년 무렵 토속민속과 동래와 합천 지역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그 모습을 갖추었다. 사람들과 물자들이 모이는 낙동강 포구 일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경 지역의 쇠퇴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민속학자 송석하와 단국대 교수 최상수의 연구로 인해 기사회생하여 그 원형을 보존, 계승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송석하가 모은 탈들과 최상수가 채록한 대본은 1984년 이후 김해오광대를 복원하여 재현, 전승하는 기초가 되고 있다. 2015년 3월에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로 지정되어, 현재 이명식과 정용근이 예능 보유자로 있다. 김해오광대는 다른 지역과 달리 탈이 남아있고 연희자들에게 채록한 대본이 완벽히 남아있어 재현과 전승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또한 사회적 금기를 깨는 남성 간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배치하여 학계에서도 그 연구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부산과 경남을 오가며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다. 본업은 기획사 에디터지만 본디 김해의 다양한 소식에 관심이 많아 지역 언론사, 도시재생사업 마을 활동 등의 인터뷰와 취재를 진행해 왔다.
작성일. 2019. 0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