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도시 개발로 ‘패스트(Fast) 도시’의 상징이었던 김해.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의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인 슬로시티(Slow City). 국내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성장한 김해시가 2018년 국제슬로시티로 선정됐다.
의아할 수 있겠지만, 선정 결과에는 김해의 진짜 됨됨이가 숨어있다. 필요에 따른 발전은 제때 수용하되 김해가 추구하는 느림의 철학과 가야 역사 문화, 자연의 흔적을 꾸준히 지켜온 성과다. 이에 김해시는 지역의 슬로시티 정신을 담고 시민들이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를 지난 5월 열었다.
주소 김해시 생림면 안양로274번길 397
운영 시간 매일 10:00~19:00
SNS 네이버 밴드 ‘도요요가명상학교’
문의 055-326-3472
슬로시티에서 느껴 보는 슬로우 라이프
지난 2018년 6월, 김해시가 국내 14번째 국제슬로시티로 확정됐다. 세계에서는 245번째다. 국제슬로시티는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 운동이다. 김해시는 국제슬로시티 연맹의 현장 실사 때 “국제슬로시티가 가진 궁극적 철학인 자연 생태와 전통문화, 인간의 삶의 질 그리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등이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김해시는 현대와 자연·역사·전통이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복합문화도시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또 ‘슬로시티 김해’의 4대 핵심 사업인 지역 경제, 자연, 문화, 사람의 분야별 과제를 실천 중이다.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는 4대 핵심 사업 중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마련된 문화 공간이다. 생림면의 옛 이작초교 도요분교에 있던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를 리모델링해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로 명칭을 바꾸어 2020년 5월 31일(일) 개관했다. 슬로우 라이프를 누리기 위한 이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아는 사람들에게는 김해의 오지로 알려져 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고요하기 그지없는 도요 마을 도중에 자리해 있다. 길을 서둘러 지나면 지나칠 법하지만, 새 소리만이 적막한 동네에서 드물게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라 호기심이 생긴다.
개관 당시, 김해시는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를 활발히 운영할 수탁 기관을 공모했다. 이는 김해가 지향하는 슬로시티에 걸맞으면서 차별화된 운영으로 많은 시민의 방문을 이끌기 위함이었다. 이에 ‘아그니요가명상회’가 위수탁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아그니요가명상회가 본래 추구하던 목적인 ‘정신문화 및 명상’과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가 중시하는 가치인 ‘시민들을 위한 문화’ 간의 연결점을 창작소에 녹여냈다. 아그니요가명상회는 슬로시티 정신에 부합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 향유를 위해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 내 ‘도요요가명상학교’를 창작소 개관일과 동시에 열었다.
여느 문화이든 잘 살펴보면 각각이 가진 독립된 ‘정신’이 있다.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가 말하는 슬로시티문화는 그 정신을 곧바로 관통하는 문화다. 예컨대 음악, 미술 등을 예술 대상으로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명상이 되게 하는 것이다. 감상과 회화 등을 감각적 자극에 그치지 않고 마음을 기울여 사유하는 것. 대상이 아닌, 사람이 주체가 되게 한다. ‘힐링’이 멀리 있을 리 없다.
쉼이란 더 좋은 삶을 위해 잠시 멈춰가는 것
웰빙을 넘어 힐링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완화에는 명상만 한 게 없다는 이론이 대세로 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상이 붐으로 떠오른 건 꽤 오래된 이야기. 접근 문턱이 높아 보이던 명상이 일반적인 삶에서 여럿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가 추구하는 방향 또한 그렇다. 명상을 잘하는 방법보다 명상의 가치를 알려주는 일. 기술이라 한다면 ‘잘 쉴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하는 것. 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피로, 스트레스를 명상의 기교로 잘 달래는 일이 이곳의 역할이다.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는 일차적으로 명상과 요가 교육 및 기회를 마련하여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키는 데 주목적이 있다. 더불어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주최한다. 공간은 단체로 방문했을 때 교육 및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요가명상 강의 수련실, 개인이나 소수 인원이 들러 교육을 받고 개별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개인 상담 및 개인 수련실, 시민뿐만 아닌 요가명상 전문가들을 위한 명상 수련실, 여유롭게 차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다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일 진행되는 상시 프로그램은 까르마 요가, 아사나 수련, 산책 등으로 일과표가 짜여 있다. 일과표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열려 있음을 말해주는 지표이며 정해진 시간대로 따르지 않아도 되니 기호에 맞는 슬로우 체험을 하면 된다. 이외에 직장인, 주부, 교사, 어린이 등의 특정 계층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모집하는 정규 프로그램, 특정 단체 의뢰 시 이용 목적에 맞게 마련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편성돼 있다. 또, 지난 6월 열린 도요마을 특산물 감자와 슬로우 체험을 접목한 ‘명상과 함께하는 도요감자 마켓데이’와 같은 흥미로운 행사도 꾸준히 기획 중이다.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는 매월 공감·소통을 주제로 한 ‘가족소통명상’, 9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에 펼쳐지는 ‘힐링 명상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해슬로시티문화창작소가 안내하는 ‘쉼’이란 할 일을 내버려 두는 개념이 아닌 기존의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하루를 더 잘 살기 위해서 잠시 머무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쉼의 지혜를 알고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공간이다. 조용한 도요마을에서, 이곳의 꿈이 느리지만 섬세히 피어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