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사람들이 살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도 이들을 닮아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마다 가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고유한 문화적 환경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2020년 1차 법정 문화도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에서 24개의 문화도시가 지정되었다. 2024년 7월, 전국 각지에서 도시의 특별함을 이끌어내어 발현시키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일본 나고야 등지(주쿄 지방)로 해외선진사례 연수를 떠났다.
나가라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
기후현 기후시에는 나가라강이 흐른다. 이 유역에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 음식, 전통 문화 등 역사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만들기를 지원하는 단체인‘NPO 법인 ORGAN’을 만났다. 이 단체는 기후시의 전통 공예 부활 재생 프로젝트나 동네 보존의 대처, 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 사무국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상품 판매 수익금, 정부 보조금, 클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단체를 유지 중이다. 특히, 단체에서 레드 데이터 북을 제작하여 현실적인 고민 지점을 공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책자를 읽으며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지역과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NPO 법인 ORGAN의 활동 중에서 문화적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거점들을 방문했다. 나가라강 유역에서 이어져 온 전통 콘텐츠를 중심으로 장인을 발굴·육성하고 상품 판매를 통해 전통 계승과 더불어 지역을 브랜딩하여 지역 문화가 지속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배우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학교
기후현 미노시 산기슭에 위치한 ‘기후현립 삼림문화아카데미’를 방문했다. 이곳은 자연을 대표하는 ‘숲’과 재생 가능한 ‘나무’의 활용을 통해 자연과 사람 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지속 가능한 순환형 사회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지리적으로 풍부한 삼림 자원을 가지고 있는 특성을 바탕으로, 지역이 안고 있는 삼림과 임업의 문제를 지역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 보고자 설립되었다. 학생들의 주도적 참여와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이 이곳의 독특한 점이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직접 커리큘럼 주제를 정한다. 또한 아카데미 건물 곳곳에서 학생들이 주도해서 목조구조물을 기획하고 만들어나간다. 건물과 건물이 이어지는 아케이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구조물 등은 이곳 학생들이 직접제작한 것으로 계속해서 구조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과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 폭넓은 지식과 기술 교류, 인적 지원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임업 선진지, 해외, 지역 행정과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 이를 활용해 로컬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빈집·구인 정보 등을 통해 이주자 유입을 촉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기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삼림문화아카데미가 이주 희망자의 첫걸음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기술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는 지역 사람들, 과제 연구를 통한 라이프 플랜 작성 등으로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다. 교육철학과 구성원들의 인식에서 삼림 ‘기술’ 아카데미가 아닌 삼림 ‘문화’ 아카데미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섬마을,
갤러리가 되다
사쿠시마는 아이치현 미카와만에 있는 섬이다. 현재는 200여 명이 살고 있는, 인구소멸 문제에 맞닥뜨린 섬마을이다. 이곳은 1996년부터 두차례 현대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2001년부터 진행 중인 ‘미카와 사쿠시마 아트플랜21’을 만날 수 있다. 자연-전통-예술의 만남을 통해 도서 지역의 활성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섬 곳곳에 현대 예술 작품이 설치 되어 있다. 프로젝트가 처음 시도되었을 때에 비해 관광객의 방문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시점에 맞는 문화예술적 해결 방법이 재시도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지만, 자연 경관과 어울리는 예술 작품을 관람하며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품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이 운영하는 상점과 옛 건축물, 우거진 나무들을 보며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 소멸로 인해 점점 침체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적 시도를 해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섬이 본래 가진 자원에 예술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있는 곳이었다.
다시 문화도시
김해로 돌아와서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갖는 역할과 쟁점들은 일본과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김해가 가진 역사·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문화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 관광 브랜드를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일본 NPO 법인 ORGAN를 접하며 김해문화콘텐츠 플랫폼 ‘가꿈’ 사업이 향후 문화도시 조성사업 이후에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고민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김해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1년하고 절반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이후로도 김해가 문화도시로서 색깔을 가지고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