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공식 만찬장을 빛낸 작품들이 있었다. 바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전시 〈금바다(金海), 아시아를 두드리다〉의 작품 9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식초청으로 선보인 한·중·일 3국 작가들의 도자 작품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열린 워크숍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미술관은 김해시의 2024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을 기념해 한·중·일 도자문화예술국제교류 워크숍을 개최했다. 한·중·일 역대 동아시아문화도시 및 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공예와 민속예술 분야) 선정도시의 도예가 14명이 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상주하며 각자 출신 지역의 도자 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제작했고, 그 결과물을 전시를 통해 선보이게 되었다.
다채로운 문화 교류와 융합, 도시가 가진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 육성,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장려함으로써 문화 다양성을 증진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진행한 이번 워크숍은 ‘도자’를 매개로 각국 참여 작가의 출신 도시 문화에 대한 이해, 재료와 기법에 대한 교류가 이루어졌고, 이는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과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는 이와 같은 교류의 결과물인 작품들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동아시아의 ‘미의식’에 따라 설치되었고, 1. 평온 平穩 Peace(강길순, 이용무, 장링윈, 주나야, 마리코 오쿠보), 2. 조화 調和 Harmony(임용택, 취징, 츠리 미츠오, 쿠니토), 3. 동(動)과 정(靜) Movements(강효용, 주은정, 가오이펑, 후하이잉, 유리 후쿠오카) 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아름다움을 둘러싸고 전쟁을 치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적 가치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세련된 미의식이 그 나라의 국격을 상징하고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을 만큼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는 주요한 쟁점이며,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류를 통한 자각과 성장이 꼭 필요하다. 한·중·일 삼국은 지금까지 정치 체제나 경제 구조 면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세 나라는 공동으로 한자 문화권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예로부터 유교·불교·도교사상, 음양오행 등 문화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발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문화를 꽃피워 온 것으로 풍속화, 의복, 정원, 전통 무용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될 수 있겠지만, 그중 도자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삼국 모두 도자기와 관련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한나라 회도부터 치면 2,000년, 4세기 월주요의 초기 청자부터 헤아리면 1,600년이 된다. 우리나라도 원삼국시대 도기부터 보면 2,000년, 고려청자부터 헤아리면 1,000년의 도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자기를 생산하면서 동양 도자사에 합류했지만 그 이전에 조몬토기(繩文土器)라는 훌륭한 토기 문화가 있었고, 가야 도기를 이어받은 스에키 토기부터 치면 1500년 도기의 역사가 있다.
미(美)란 모든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신적 가치이지만, 시대·민족·환경에 따라 각기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갖는다. 고유섭(1905~1944)은 한국미의 특질을 간소미와 소박미, 다시 말해 자연성, 자연스러움의 미학이라고 보았다.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1889~1961)는 한·중·일 동양 삼국 도자기의 민족적 특징에 대해 조형의 3요소 선, 색, 형태 중 중국은 형태미가 강하고, 일본은 색채가 밝고, 한국은 선이 아름답다고 했다. 중국 도자기의 형태미는 완벽함을 보여주고, 일본 도자기의 색채미는 깔끔함을 추구하는데 한국 도자기의 선은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한다고 했다. 이렇듯 삼국의 미의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 근저에는 몇몇 공통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도(道)’와 ‘심경(心境)’이 바로 그것인데, 궁극적으로 인간의 모든 영위는 대자연에 귀속되는 것인 만큼 항상 자연에 순종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이다. 또, 조형을 비롯한 예술 창작을 ‘마음’의 문제로 파악하고 그것을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즉, 심경의 예술 또는 정신의 예술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양의 미적 사상은 기계·기술 시대의 가치관으로 인해 초래된 인간성의 파괴와 상실, 생산과 발전으로 파생된 자연 훼손에 대해 참된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도록 의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