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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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만나는 문화도시, 문화도시 네트워크 포럼 <우리 삶의 철>
오늘을 기억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철이라는 연결 고리로 세 도시의 이야기가 모였다.
지난 4월 15일(금), 문화도시 네트워크 포럼 <우리 삶의 철>이 진행됐다. 현대에 이르러 철(steel)이라는 요소가 지역별로 제각기 다르게 변형되고 새로운 콘텐츠로 발현된 사례를 살펴보고, 삶의 철(seasons)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금속 그 자체의 ‘철(steel)’과 계절을 의미하는 ‘철(seasons)’의 중의적 의미를 역사적인 의미와 개인적인 의미로 나누어 탐색해 보고 철로 연결된 영남권 세 도시의 교류를 도모하는 첫걸음을 뗐다.

발표 1- 영상으로 부산 영도를 기록하다 <깡깡이 마을 영화 프로젝트> 신나리(독립영화감독)

부산광역시 영도구 대평동은 수리 조선업의 메카였던 동네로 ‘깡깡이 마을’이라 불리곤 했다. ‘깡깡이’는 배를 망치로 두드려 수선할 때 깡깡 소리가 난다 하여 생겨난 이름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을 영화 만들기 사업을 통해 깡깡이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정서와 기억을 담아 <명자할매>를 만들었다. 신나리 독립영화감독은 수리 조선업에 종사하던 지역 주민들이 영화 제작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 과정을 메이킹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는 작업으로 이끌어낸 사례를 소개했다.
독립영화 <명자할매>는 영도에 사는 깡깡이 아지매 ‘명자’가 마을에 새로 들어온 젊은 약사를 만나 서로 마음을 트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실제 거주 중인 마을 주민들이 시나리오 작성부터 영화 제작과 상영 과정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의미의 도시재생을 경험했다는 평을 받았다.

발표 2 - 철과 예술, 도시의 만남. <신철기시대의 대장장이> 김갑수(포항시립미술관 관장)

포항은 자연스럽게 제철소의 이미지가 떠오를 만큼 지역의 정체성이 철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시이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 관장은 포항 스틸아트 페스티벌의 시작부터 기획하며 도시의 지역성을 철에 녹여낸 인물이다. “20세기까지 철은 문명의 도구로 사용되었으나 21세기의 철은 문화의 도구로 사용된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포항 스틸아트 페스티벌의 사례를 소개했다.
포항은 지역의 정체성과 미술관의 정체성을 일치시키기 위해 여러 논의와 담론의 과정을 거쳐 ‘스틸아트’라는 독특한 사조를 탄생시켰다. 이런 스틸아트를 지역 내의 기업 및 근로자들과 함께 축제로 발현한 것이 바로 포항 스틸 아트 페스티벌이었다. 작품들은 모두 작가가 아닌 제철소의 근로자들이 만드는 것으로 기업과 도시, 예술과 시민이 하나가 되는 축제로서 기념적인 의미를 갖는다.

발표 3 - 대장간, 예술이 되다 <김해 가야대장간>전현배(김해 가야대장간)

김해에는 2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대장간이 있다. 42년 경력의 전병진 대장장이로 부터 시작된 김해 가야대장간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전현배 대장장이가 <김해가야대장간>을 소개했다.
‘가야대장간’은 지난해 기존 생산만 하던 공장 외에 전시·체험·관람·소매가 가능한 복합 체험 공간을 봉황동에 새로 개관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브랜드로서 브랜딩 작업을 위해 제품의 제작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등 현대적 감성에 발맞춘 홍보·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특히 2021년 김해문화도시 센터와 함께 김해의 손 기술가를 찾는 <리빙 테크> 사업에도 참여하여 제철 기술과 단조 제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강 - 가야사 특강 <우리는 철기시대에 살고 있는가?>임학종(문화도시위원회 위원장)

 각 도시의 사례 발표가 끝난 후 세 도시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연결할 수 있는 가야사 특강이 진행됐다. 특강에는 전 김해 박물관장이자 현 문화도시위원회의 임학종 위원장이 가야사와 철기 문화에서 철기의 쓰임에 일어난 변화를 중심으로 설명하며 세 도시의 역사·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철은 영남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을 이어주는 중요한 소재였으며, 특히 가야는 질 좋은 철 생산의 중심지로 중요한 유적들이 가야사 발굴 사업에 힘입어 꾸준히 출토되는 추세이다. 가야인들은 철기를 활용해 무기를 만들어 세력을 확장시키기도 하고, 농기구를 만들어 경작을 하고 마을을 이루기도 하며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임학종 위원장은 “현대는 문화로 꽃피워야 할 시기”임을 강조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철기 시대처럼 스스로 문화를 생성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늘을 기억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이후 실시간 온라인 참여자들과 현장 참여자들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공식적 종료 이후 김해문화도시센터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열띤 자유토론을 이어나갔다. 문화도시이자 ‘철(steel)’이라는 공통점 아래 김해에 모여 도시 간 문화적 교류의 첫걸음을 뗀 것이다.
행사 종료 후 현장에 자리했던 한 시민은 “행사 제목처럼 우리 삶에서 철이라는 요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변주하여 각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적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의미 있는 어젠다를 발굴하여 세 도시가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길 기대해 본다.

작성일. 2022. 0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