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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의 1년을 돌아보다
국악인 이정주, 운명으로 받아들인 국악인의 삶

그녀의 첫 도전. 열두 줄 튕겨 울리는 가야금의 아름다운 음색, 그 위에 혼(魂)을 실은 목소리가 얹어진다. 가야금과 목소리 무엇 하나 넘치거나 부족함 없는 조화를 만들어 낸다. 완벽한 무대를 소화하며 긴장감 가득했던 무대는 어느새 온전히 그녀만의 공간으로 가득 채워졌다. 결과는 <제28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 대통령상. 그 후로 벌써 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녀는 영광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국악인의 삶을 성찰하며 정진하고 있었다.

<제28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대통령상’ 당시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회 참가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대통령상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머쥐는 것이 보통의 행보인데, 저는 운 좋게도 단박에 그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기쁘고 감격스러운 마음도 크지만,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 국악인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스스로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206명이라는 역대 최다 참가자가 몰린 대회라
긴장도 많이 되셨을 텐데, 병창 도중에 우승을 직감하셨습니까?
매번 공연에 임하다 보면 공연장마다 느껴지는 기운이 있습니다. 그 기운이 조금 센 공연장이 있는가 하면 원래 저의 무대처럼 굉장히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연장이 있습니다. 김해문화의전당 공연장에서는 아늑하고 포근해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목소리가 큰 저에게는 자체 울림이 있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까지 적용이 됐죠. 이렇게 좋은 여러 가지 조건 속에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경연 무대에 오르니,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대에 앉자마자 우승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 관문인 예선에서 적벽가 中 ‘화룡도’를,
본선에서는 흥보가 中 ‘구만리 ~ 제비노정기 대목’을 택하셨습니다.
곡 선정에 이유가 있었나요?
예선에서의 적벽가 中 ‘화룡도’ 대목은 가야금병창곡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곡입니다. 적벽대전에 대한 내용인데 꿋꿋하고 시원하며 힘 있는 제목과 잘 어울려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본선곡은 흥보가 中 ‘구만리 ~ 제비 노정기’ 대목으로 가야금병창곡 중 제가 가장 자신 있게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기회가 주어진 본선 무대에서는 즐기면서 편안하게 경연을 펼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본선곡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문명자, 강정숙 선생님을 사사하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문명자 스승님은 친정어머니 같은 포근한 마음으로 가야금병창뿐만 아니라 국악인의 몸가짐과 성품까지 하나하나 짚어주셨던 분입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강정숙 스승님은 무대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당당함, 자신감을 북돋워 주시며 늘 배려와 열정을 다해 지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태산 같은 마음으로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셨죠.

전남대학교에서 음악교육과 겸임교수님으로
국악 활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평소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음악적 철학이나 소양이 있다면요?
평소 제자들에게 가야금병창을 전공으로 삼지만,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장르를 두루 섭렵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든 쓰임이 되는 사람이 되길 강조합니다. 그래서 가야금산조, 판소리, 무용, 고법, 시창에 이르기까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지도합니다. 특히 예술적인 소양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2019년, <제29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가 열립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그랬듯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매번 도전을 미루게 하는 것 같습니다. 혹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겪은 피, 땀, 노력의 시간은 자신에게 많은 깨우침과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서의 도움닫기를 시작한다면 참가자 여러분들께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끝으로 국악인 이정주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치도록 몰두해야만 비로소 원하는 목표에 미칠 수(도달할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제게 국악은 운명처럼 미치도록 도달하고 싶은 대상이 되었습니다. 제 삶의 근간이 되어주는 가족들, 가르침을 주셨던 스승님들, 다감한 직장 동료들, 응원해주신 선·후배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분께 겸손하고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작성일. 2019. 0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