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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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백열(松茂栢悅)’의 마음으로
2022년 김해문화재단의 ‘하고잡(하고 싶은 것, 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새해를 맞이하면 습관처럼 새로운 꿈을 꿉니다. 그리고 꿈을 꾼다는 건 가슴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만약 우리의 일생이 변화가 없다면, 고정된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면 반성, 성찰, 도전, 혁신 등의 단어는 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류는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부대끼면서 ‘사건이 사물이 될 때’까지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자 하는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문명사 제일 앞줄에서 틈새를 만들고, 비집고, 비틀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 예술가들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틈새는 어느새 또 다른 문명이 되고 가치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새로운 문명과 가치를 일상 속에서 수용해서 누리다가 또 다른 틈새로 달려가는 예술가가 나타나면 그의 등을 밀어주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선순환, 문화예술의 참모습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17년 차가 되는 2022년의 김해문화재단은 ‘송무백열(松茂栢悅)’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송무백열’은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되는 것을 기뻐한다는 비유적 표현입니다. 김해문화재단의 임직원들, 김해를 품격 있게 만드는 예술인들, 김해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온 힘을 쏟는 시의원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해 묵묵히 행정을 수행하고 있는 김해시청 그리고 기관, 조직, 단체의 존재이유가 되는 김해시민들 모두가 소나무이고 잣나무이며 서로의 번성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벗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김해문화재단은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예기치 못한 변수로 미흡한 결과를 낳기도 했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창의적인 대응을 위해 애썼지만 역량의 모자람이라는 큰 벽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놓치지 않고자 했던 것은 지역사회구성원에 대한 ‘존중’이었고, 미미하다고 평가 될 수 있을지라도 분명히 문화예술이 지역공동체와 어우러지도록 애써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2022년 김해문화재단의 ‘하고잡’이 있다면, 무엇보다 우선하여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김해문화재단이 예술생태계를 위해 토양을 가꾸고, 예술인들의 벗이 되어 어디서든 수용되는 콘텐츠의 발굴과 창·제작이 이루어졌는지, 내놓은 과실이 김해시민들의 삶의 질에 제대로 기여했는지 정면에서 살펴보아야 ‘하고잡’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022년 ‘번성을 함께 기뻐하는 벗’이 되고자 하는 김해문화재단은 ‘말의 껍질을 벗겨야 속말이 돋는다’는 말을 새겨, 지금껏 당연시 여겼던 관습, 태도, 방법 등에 대해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방향을 향해 첫발을 떼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우리의 생활양식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문화예술영역의 어려움과 아쉬움 또한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선과 방향, 양식의 전환에 대한 깊은 고민이 뒤따랐습니다. 한 도시의 문제나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김해문화재단 또한 모든 사건이 지역에서 출발, 지구공동의 의제(Agenda)도 함께 해야 하는 ‘초협력의 시대’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하고잡’의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우선, 법정문화도시로서의 ‘역사문화도시 김해’는 2천 년의 역사적 자원을 ‘문화도시 사업’의 형태로 시민들과 함께 5년 동안 중단 없이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문화정책의 중요한 방향이자 축이 될 ‘역사’, ‘예술가’, ‘시민 문화민주주의’, ‘청년’을 주제로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김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두 개의 공연장인 김해문화의전당과 김해서부문화센터는 ‘관리자의 공간’이 아닌 ‘예술인과 시민의 놀이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어떤 기준과 사업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이를 풀어야 다음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2022년에는 새로운 사업으로 ‘불가사리 프로젝트 – 김해예술인이 어불려 맹구르는 즐거운 판’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1단계로 김해거주 공연예술인들 대상으로 지원방식을 전향적으로 바꾸어보고자 합니다. 제안방향과 예산이 주어지고 그것에 맞춰 장르별로 공연을 준비해왔던 것으로부터 포괄예산의 범위 안에서 맞춤형 공연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2단계, 3단계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단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상반기 무대 및 객석보수공사가 끝나면 ‘하반기 시즌 공연제’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또한, 생활 속에서 예술과 시민이 만나서 새로운 사건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 있습니다. 미디어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요즘 참여교육과 감상의 방식을 ‘시민 참여형 렉처/콘서트’로 전환,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잡을 것이며, 스포츠와 예술교육의 융합으로 ‘스포츠센터와 함께 하는 12주 바디체인지’, ‘외국어로 배우는 어린이 수영교실’ 등을 선보이며, ‘피겨 꿈나무 시범공연’과 ‘스포츠강사 재능기부 이벤트’ 등 호응이 높았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에게로 찾아가는 ‘코로나블루 극복을 위한 찾아가는 예술무대’, 재단전문인력의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김해지역 무대시설 점검 및 기술지원’, 미래의 문화기획자 및 ‘동네지식인’으로서의 성장을 도와주는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 시민들이 참여하여 소리를 만들어내는 ‘김해시민오케스트라 페스티벌’, 미술·건축·음악·디자인 역사를 아우르는 예술영화 감상의 ‘오늘부터 나도 평론가 : 친절한 예술영화관’, 김해서부문화센터 야외공간을 활용하여 시민들과 어우러지는 ‘2022 율하 가든 피크닉’ 등 생활 속의 예술을 실천할 수 있도록 촘촘한 지역문화그물망을 만들고자 합니다.

김해시 음식점, 카페에서 소비한 금액에 따라 재단의 관광시설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지역경제 촉진 관광마케팅’을 실시할 것 입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안심관광지’로 선정된 가야테마파크와 낙동강레일파크를 운영하는 재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지역경제활성화와 관광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힐링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자 합니다.

2022년 김해문화재단은 동시에 굴러야 나아가는 바퀴가 되고자 합니다. 예술인, 예술단체의 ‘지원’으로서의 왼쪽 바퀴와 시민에게 주체적 참여와 누림의 오른쪽 바퀴 ‘향유’가 함께 굴러가는 바퀴 말입니다. 김해문화재단과 함께하면 할수록 행복해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모두, 찬란하고 행복한 2022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작성일. 2021.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