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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래유산 프로젝트 <리빙테크> 공동 프로젝트 ‘시간 속의 봉황’
봉황동의 시간과 시계를 창조하다

프랑스어 브리콜뢰르(Bricoleur)의 뜻은 손 재주꾼이지만, 프랑스 인류·사회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는 그의 저서 『야생의 사고』(1962)에서 브리콜뢰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사고로 우연적 재료를 통해 재료가 가진 잠재적 능력을 끌어올리는 사람” 레비 스트로스는 다듬어진 재료를 기다리는 사람 대신 자신 앞에 주어진 우연적 재료로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브리콜뢰르로 본 것이다.

보잘 것 없는 재료를 훌륭한 의미로 바꿔 놓는 일은 훌륭한 재료를 작품으로 바꿔 놓는 것만큼 중요하다. 여기 여섯 명의 브리콜뢰르가 있다. 오래된 시계를 기증받아 봉황동의 시간을 간직한 새로운 상징물을 만드는 손 재주꾼 6인. 그들이 지향하는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자.

공동 프로젝트의 시작

도시 미래유산 프로젝트 <리빙테크> 사업에는 개인 작품 활동 외에도 참여작가들이 같은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공동 프로젝트 ‘시간 속의 봉황’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작가들이 공통된 작품 주제를 선정하여 지역성을 띤 콘텐츠 발굴을 위해 도자를 활용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7월 청년 도예가 김정남, 전영철, 정민지, 최아영, 하나경 작가는 공동 작품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작품 주제를 찾던 중 김정남 작가는 봉황동의 시간과 시계를 주제로 아이디어를 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봉황동은 독특한 시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봉황동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오랜 분위기를 잘 유지해 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봉황동 마을 주민에게 오래된 시계를 기증받고 작가들이 만든 새로운 도자 시계를 드리는 활동을 제안했다. 또한 수집한 오래된 시계로 봉황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형상화할 새로운 설치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의 의견을 냈다. 만장일치로 김정남 작가의 아이디어가 인용돼 공동 주제로 선정되면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흙으로 빚은 시계

공동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작가들은 각자의 개성과 의미를 담은 시계를 제작했다. 김정남 작가는 나무와 도자를 접목한 시계를 선보였다. 금관가야 왕관 모양을 모티브로 만든 나무 다이얼과 끝에 붙은 도자 오브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나타내려 했다. 전영철 작가는 점토를 이용하여 도자 특유의 느낌을 극대화한 시계를 제작했다. 심플함과 맑은 색감으로 전영철 작가 특유의 작품 분위기를 시계에 녹여냈다. 정민지 작가도 다이얼이 도자기인 파스텔 색감의 시계를 만들었다. 평소 정민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떠올릴 수 있는 시계는 도자로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만큼 예쁜 색을 띤다. 최아영 작가는 김해의 대표 도자 기술 분청에 초점을 맞췄다. 사발과 달 항아리 모양으로 제작된 시계는 전통 도자기의 느낌을 그대로 시계에 옮겼다. 하나경 작가는 분청의 박지 기법을 위주로 김해를 대표하는 문양을 넣은 시계를 제작했다. 평소 식기를 제작하는 작가의 특기가 묻어나, 접시를 다이얼로 만든 시계는 친근함을 더한다.

봉황동의 오래된 미래를 나눌 새로운 시계

작가들이 작업한 총 42개의 시계가 봉황동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42개의 시계가 전달된 만큼 시간의 때가 묻은 시계 또한 다양하게 모였다. 괘종시계부터 손목시계까지 저마다 사연을 가진 시계들은 봉황예술극장 초입 벽면에 대형 시계 조형물로 전시될 계획이다. 조형물에는 시계가 품은 이야기를 구어체로 서술한 설명 글을 제작해 같이 설치할 예정이다. 시계 조형물은 변대용 작가가 맡았다. 설치 미술가이자 조각가인 변대용 작가는 브리콜뢰르적 예술성을 가감 없이 보이며 조형물 작업에 몰두 중이다. 시계 조형물은 봉황예술극장이 준공되는 내년 초에 설치 될 예정이다.

시계 조형물은 봉황동의 문화 거점 공간이 될 봉황예술극장에서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민 참여형 공공 미술 작품이 될 예정이다. 오래된 시계가 모여 작품으로 탄생한 만큼 봉황동의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상징물로 많은 시민에게 추억이 될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글 홍슬기 에디터 / 사진 제공 참여 작가 작성일. 2020.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