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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 수상 그 후 이야기
문화다양성 우수사례 공모전 대상 ‘말모이’

(재)김해문화재단에 연이어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무지개다리 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문화다양성 우수사례 공모전에 무지개다리 사업 일환으로 운영한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말모이 서포터즈 구성원들과 사업 담당자 (재)김해문화재단 문화정책팀의 조가현 씨, (재)김해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의 한경동 씨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말모이는 문화다양성 관련 혐오 단어를 발굴하고 대체 단어를 모색한 후 사전을 제작하여 차이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수용의 마음과 태도를 키우는 활동이다.

말과 마음, 가치를 바로잡는 활동의 시작

(재)김해문화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아래 2020년 ‘무지개 다리 사업’ 공모에서 7번 연속 지역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에 한경동 담당자는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불편한 내용이 담긴 ‘말모이’ 콘텐츠가 문화다양성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활동을 마치기까지 고생하신 말모이 서포터즈의 이윤재, 황진솔, 강형주, 강형진, 김보미, 김은혜, 전지현, 이상화, 신현승, 신은경 님과 자료집 삽화에 도움을 주신 정세희 님, 의도에 맞게 디자인해 주신 ‘디자인 봄’에도 감사드립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는 ‘김해 시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문화다양성 우수사례 공모전에 참여했다. 즉, 이들이 지역사회의 문화다양성 인식 제고의 기회를 직접 마련한 것이다. 이에 말모이 서포터즈 구성원들은 활동 가치에 대한 의견을 한목소리로 모았다. “‘말 모음집’을 통해 김해 시민들에게 문화다양성 가치를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말 모음집은 연령, 성, 장애, 신체·욕설, 인종·국가, 지역·기타, 우리말 속 일본어를 주제로 분류했고, 135개 단어마다 문제를 의식할 수 있도록 소개했습니다. 말모이 콘텐츠를 계기로 김해 시민들의 일상이 조금씩 변화한다면 그 자체로 문화다양성 확산이 아닐까요?”

말모이 서포터즈 활동을 돌아보며

‘귀머거리’라는 단어를 일예로 들면, 일상생활에서 대화할 때 혹은 누군가를 불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귀머거리냐?’, ‘귀 먹었나?’ 등의 표현을 흔히 접한다. 하지만 귀머거리는 청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부르는 말로, 청각 장애인을 향해 사용하지 않더라도 항상 경각심을 갖고 이러한 단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말모이 서포터즈는 이와 같은 언어 순화 활동에 앞장섰다. “많은 사람이 더 좋은 가치가 담긴 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만들었습니다. 고의로 누군가를 향해 사용한 말이 아니라도 단어의 이면에 혐오, 편견, 차별이 담겨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조가현 담당자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구성원이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말을 듣고도 기분 나쁜 기색을 드러낼 수 없는 말이 많습니다. ‘당사자도 아닌데 이런 걸 가지고 화를 내냐, 웃자고 한 얘기다’와 같은 반응이 빈번합니다. 이 말은 당사자라면 화내도 괜찮다는 전제인데 결국 안 좋은 말인 걸 알고도 유머로 소비하려고 했다는 거죠. 말 모음집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고,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말모이 서포터즈의 의견에 자신의 바람을 덧붙였다.

조가현 담당자는 처음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말을 모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차별의 말들이 횡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8개월이라는 시간을 통해 본인과 서포터즈들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전했다.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말모이 서포터즈 구성원 중 한 분이 ‘처음에 고민이 많아서 포기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말모이 활동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다’라고 하신 그때가 참 뿌듯한 감동이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며, 저마다 관심 있는 분야를 공유했다. 서로에게 배우면서 활동의 풍성함을 더한 것이다.

불편을 이겨낸 열정과 의지

물론 이와 같은 활동이 늘 순탄하거나 쉽지만은 않았다. 그중에서도 활동에 참여한 모두가 공통적으로 꼽은 애로사항은 바로 ‘일상생활의 불편함’이었다. 언론, 예능, 일상생활 등 모든 곳에서 수많은 차별이 인식되는 탓에 매사에 예민하고 부정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프로불편러’가 된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 지점이 말모이 서포터즈 구성원들은 ‘이렇게 많은 곳에서 차별이 있는데, 우리의 노력으로 바뀔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한 활동으로 이 시기를 극복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럴 때일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또한, 서포터즈 구성원들은 “혐오와 차별의 단어를 상기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컸습니다. 그래서 더 신중하고 중립적으로 단어를 선정했습니다. 또한, 원고를 작성할 때 ‘제안’의 어감으로 김해 시민들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설득력과 흥미를 갖추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라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7개월의 시간을 갈무리하다

말모이 서포터즈 활동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이들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아쉬움이 하나 있다. 바로 성차별 단어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 말모이 서포터즈 구성원들은 그중 ‘너희 어머니’를 뜻하는 ‘느금마’를 예로 들며, 서포터즈 활동이 끝났지만 꾸준한 김해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느금마’와 같은 말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혐오와 차별에 대해 무감 각해질 수 있고,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7개월 동안의 활동을 매듭짓는 서포터즈 활동 수료식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서포터즈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수료장과 꽃 세 송이를 전달했다. 사업의 담당자로서 조가현 담당자는 주마등 처럼 스치는 추억들을 돌이켜보며 눈물을 보였다.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누군가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다양한 구성원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단지 그 이유로 달려온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담당자로서 행복했습니다.”

담당자 조가현, 한경동 씨와의 미니 인터뷰

문화다양성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가현 문화다양성이 타인을 위한 것 같지만, 자신을 위한 것이자 우리를 위한 가치입니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었던 경험이 없는 이에게 이 활동의 시작은 다른 누군가가 존중받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겠지요.
한경동 문화다양성을 알수록 ‘나’의 문화다양성 혹은 소수성을 발견했고 편견, 고정관념, 관습으로부터 해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문화다양성을 자신으로부터 이해한다면, 문화다양성이 다양한 문화적 표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다양성 우수사례 공모전을 통해 어떠한 점을 느끼셨나요?

조가현 이윤재 서포터즈님의 ‘말 모음집 결론’을 인용하자면, 누군가의 시선으로 세상 속 단어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누구의 기준으로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을 정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경동 꽤 많은 말이 ‘보편성’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우리 사회를 불편함 없이 함께 살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생각과 목적 그리고 방향성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문화다양성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 같아 힘이 납니다.

앞으로의 ‘말모이’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조가현 말모이 사업은 2020년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을 통해 확대 진행될 예정 입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다양성을 교육한 후 학생들이 문화다양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한경동 올해는 각 계층의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말을 모아 이 단어들이 지역 사회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김해 시민 공청회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다양성을 훼손하는 혐오 및 차별 단어에 대한 캠페인도 진행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말모이 서포터즈와의 미니 인터뷰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말모이’의 활동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이윤재 저만의 시야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식견을 쌓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폭넓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기억에 진하게 남을 활동이 될 것 같습니다.
황진솔 많은 혐오 표현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활동 자료집을 만드는 동안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대체어를 고민하며 언어 습관을 많이 바꿨습니다. 말뿐만 아니라 다른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차별하지 않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말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강형주 실제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단어를 찾아가며 일상에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 저를 학습하게 하고, 더 밝고 건강한 김해를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 (재)김해문화재단 조가현 담당자님께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강형진 말모이 서포터즈 활동은 주위의 차별받고 소외된 이웃 등 밖으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사소한 편견, 선입견 그리고 차별의 인식이 존중과 배려로 변화된 경험은 값지고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김보미 문화다양성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상황이나 행동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실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기쁩니다. 서로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말모이 서포터즈 활동을 끝까지 참여하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김은혜 문화다양성의 폭넓은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이제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신현승 문화다양성의 의미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장점을 모으는 과정이 말모이 서포터즈 활동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문화다양성 활동! 새롭고,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올해도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신은경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말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느꼈습니다. 올바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나은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김해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야겠습니다.
전지현 서포터즈 활동 전에는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한 채 사용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먼저 변해야 주변 사람들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문화다양성을 인식하고 대화할 수 있어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상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말이 가져오는 문제를 바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어 큰 보람이었습니다.

글 조가현 (재)김해문화재단 문화정책팀, 한경동 (재)김해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정리 권혁제 에디터 작성일. 2020. 0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