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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즐거운 봄나들이
미술의 정원, 삼방공원, 신어천길

드로잉 카페에서 봄을 그리다
미술의 정원

2021년 3월에 문을 연 미술의정원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정원’에서 편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며졌다. 이전까지 같은 건물에서 15년간 미술 학원을 운영했던 조 대표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1년간의 고민 끝에 다양한 카페 운영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업종을 변경했다. “어려운 미술은 더 이상 미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한 존재가 돼야 합니다.”

카페 내부로 들어서면 ‘미술의정원’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듯 미술 작품으로 메워져 있다. 주로 100년 이상 시간이 흘러 저작권 문제가 없는 명화가 도안으로 제공된다. 이젤 위에 놓인 그림은 물론, 각종 도자도 가득하다. 맨몸으로 와도 언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각종 도안과 건식·습식 미술 도구가 마련돼 있고 미술용 앞치마와 팔 토시까지 비치돼 있다. 기본 이용 시간은 3시간으로(대기가 없을 경우 무제한 이용 가능) 드로잉 메뉴를 선택하면 도안과 그림 재료, 선택하는 음료가 제공된다.(1인 1음료) 주말에는 원 데이 클래스, 도자기 등의 프로그램이, 주중에는 한 달 혹은 일 년 단위의 회원제 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된다. 미술의정원은 ‘드로잉 카페’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수강의 개념보다 서로 ‘문화생활’로서 회원들 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차를 마시고, 그림 그리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식사도 함께 하면서 일상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을 가까이, 생활로서 즐기고 싶은 조 대표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손님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그림은 오래,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미술의정원은 언제나 열려 있다. 따사롭게 찾아든 봄날,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저마다 머릿속에 그리는 봄의 모습을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담아 보는 일, ‘나만의 봄 한 점’ 손에 들고 카페 밖을 나서는 일 만큼 봄을 자세히 마주하는 방법은 또 없을 것이다.

삼방동의 대표 쉼터
삼방 공원

드로잉 카페에 가까이 인근 주민들의 쉼터 삼방공원이 자리했다. 카페에 들어갈 때 정문으로 들어갔다면, 나갈 때는 후문을 이용해 볼 것을 권한다. 곧바로 문화 관광형 시장이자 삼방 주민들의 놀이터 ‘삼방시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방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공원의 내부는 분수대, 연못, 소공연장, 쉼터, 어린이 놀이터, 산책길, 공중화장실 등 공원의 필요 요소는 모두 갖춰진 삼방동의 대표적인 쉼터다.

삼방 공원은 주로 여름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도심 속 물놀이장’으로 이미 조용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지만, 봄에는 한적한 주민들의 휴게 공간이다. 다양한 수목, 야생화 등이 식재되어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봄이면 철쭉으로 일색이다. 널찍한 공원 사이사이 정자와 벤치가 마련돼 있어 마음에 드는 곳으로 자리하면 나만의 휴식처가 마련된다. 사방으로 출입구가 있어 접근성도 편리하고 너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일 터.


코로나19로 이후로 인적이 더욱 드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구도심 시절의 원주민과 공원 인근의 대학생 들이 찾는 곳으로 사람은 많지 않아도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이 부담없이 찾아오는 공간임은 분명하다. 볕 좋은 자리 아래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산책 나온 강아지와 견주, 벤치나 정자에 앉아 수다를 나누는 주민 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온화한 순간이다. 앞서 소개한 드로잉 카페 미술의정원에서 완성한 그림을 다시 꺼내 보는 것도 색다른 감상이 될 것이다.

거꾸로 걸어 보는 산책길
신어천 길

마지막 코스도 삼방 공원에서 곧장 이어진다. 서광교회 쪽으로 나와 대부분 오르막길인 삼방동을 활천교 방향으로 천천히 내리막길을 걷는 코스, 신어천 길이다. 시야에는 덱길이 펼쳐진다. ‘하늘쉼터’라는 표지판과 함께 수많은 벤치가 잠깐 쉬었다 가라며 말을 거는 것만 같다. 양방향 덱 갈래 길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줄기, 곳곳에서 유영하는 오리와 백로, 왜가리 등의 조류들이 삼방동의 생동감을 한층 더한다. 지하 1층처럼 생긴 작은 내리막길을 한 번 더 걸으면 신어천 길이 시작된다. 충절교 지역을 시작으로 활천교를 지나 신어교까지 걸어 내려가는 코스를 추천하지만, 힘들 때 언제든 산책을 그만둘 수 있도록 좌우로 많은 계단이 마련되어 있는 점 역시, 이 산책의 장점.

주변을 살펴보면 운동 삼아 빠르게 걷는 사람, 쑥을 캐는 사람, 동네를 아끼는 마음으로 솔선수범하는 플로깅족 등등 신어천 길을 거니는 다양한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어천 곳곳에 주민들의 애정이 묻어난 부분을 살피는 것도 한 재미가 될 것이다.

과거 도심 하천을 복원하고자 다슬기와 치어를 방류했고, 신어천 산책로 1km를 따라 백일홍, 수레국화 등 꽃길 조성 사업도 시행해 그야말로 ‘꽃길’을 만든 것이다.

명상 중 걷기 명상이 있는 것처럼 걸으며, 둘러보며 봄의 계절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잔잔한 활동이 든든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작성일. 2022. 0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