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일상은 매일 비슷한 듯 다르게 돌아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그중 나에게 집중하고,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번 주말에는 몸과 마음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보고 만지고 걸으며, 나를 만날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한다.
보고, 걸으며 만나는 ‘흙’의 세상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높은 건물이 즐비한 도시를 지나 진례면에 접어들면, 눈앞 풍경의 절반은 푸른 하늘, 나머지 반은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는 논밭이다. 눈과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2006년 3월 개관했다. 클레이아크는 ‘흙’을 뜻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뜻하는 아키텍쳐(architecture)의 합성어로, 흙과 건축의 상호 협력을 뜻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다섯 개 건물과 한 개의 타워로 이뤄져있다. 다섯 개의 건물은 전시공간 ‘돔하우스’, 전시·교육공간 ‘큐빅하우스’, 입주작가활동공간 ‘세라믹창작센터’, 체험공간 ‘도자체험관’과 ‘아트-키친’이다. 큐빅하우스 옆에는 클레이아크타워가 우뚝 서 있다.
미술관 입구에 서면, 푸른 하늘 아래 외벽에 빨강, 노랑, 주황, 초록 등 오색빛깔 타일을 입은 돔하우스가 시선을 잡는다. 타일 5천여 개로 꾸며진 외벽은 ‘구운 그림’이라는 제목의 미술관 제1호 소장 작품이다. 돔하우스는 상·하반기 메인 기획전시가 열린다. 돔하우스 옆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큐빅하우스다. 큐빅하우스는 건물 전체가 육면체를 의미하는 큐빅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큐빅하우스 내 전시 공간 3곳에서 설치, 조각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열린다. 큐빅하우스 맞은편은 도자체험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흙, 도자, 건축과 친해지도록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 일일도자체험이 운영된다. 체험 신청은 전화 문의 후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아트-키친은 건축과 도자를 접목한 모자이크타일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개인은 현장접수, 단체는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도자체험관, 아트-키친 체험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이외에도 학교연계맞춤식프로그램 ‘클레이아크 뮤지엄스쿨’, 진로체험프로그램 ‘클레이아크 진로탐험대’를 운영하고 있다. 세라믹창착센터에서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창작을 위한 작가들의 각종 실험과 연구가 진행된다. 세라믹창작센터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1~2번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자리가 열렸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건물 사이 여백이 많다. 산책로와 야외 전시장에서는 너른 하늘 아래 바람을 느끼며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오가며 오롯이 ‘흙’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주소 경상남도 진례면 진례로 275-51
문의 055-340-7000
흙과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진례문화발전소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 송현로 6
문의 055-345-1134
“윗부분을 얇게 올리면 흙이 중심을 잃고 쓰러집니다.”
송화도예를 운영하는 이한옥 도예가가 수강생이 빚고 있던 흙을 만진다. 수강생은 도예가의 말을 귀담아듣고 자리에 앉아 발은 물레를 돌리는 버튼 위에, 손은 빠른 물레에 따라 돌아가는 흙에 집중한다. 진례문화발전소 도예프로그램 ‘물레전문강좌’는 수강생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수강생들은 각자 머릿속에 그렸던 작품을, 손으로 흙을 조물조물 빚고 매만지며 완성한다.
2017년 김해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공모사업인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 선정됐다. 진례문화발전소는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진례문화발전소는 진례면 오일장 외에는 사용되지 않고 방치됐던 진례면 전통시장 건물 일부를 증·개축하여, ‘도자기’를 주제로 디자인한 공간이다. 1층은 문화공감 카페, 2층은 지역동아리와 문화·복지 공간, 3층은 도예체험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3층 도예 체험공간에는 진례문화발전소에서 운영하는 ‘도예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총 180㎡ 규모의 도예체험공간은 물레 15대와 가마가 갖춰져 있어, 누구나 도예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도예 프로그램은 전문적으로 물레작품을 만들 수 있는 ‘물레 전문 강좌’와 ‘오감발달 도자기 체험’으로 구성돼 있다. 도자기체험 프로그램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핸드 빌딩 및 핸드 페인팅’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물레작품 만들기’가 운영된다.
도예프로그램 중 눈길을 끄는 건 ‘물레 전문 강좌’다. 진례면 도자기 공방 곳곳에서 물레 강좌를 진행하지만,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물레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레 전문 강좌는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송화도예 이한옥 도예가, 예다움 방상석 도예가가 진행한다. 전문 강사들 덕분에 한 번도 흙을 만져보지 않은 초보자도 수강이 가능하다. 물레 위에서 흙을 빚다, 흙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면 쌓아올린 흙의 중심이 흐트러져 쉽게 무너진다. 물레 전문 강좌를 듣는 시간만큼은 흙을 빚으며 일상의 상념은 잊고, 오로지 흙을 빚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진례문화발전소 김연정 사무국장은 “도자기를 빚는 데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진다.”며 물레 전문 강좌를 극찬한다. 수강생이 만든 작품은 흙을 가마에 굽는 소성비만 별도로 부담하면 작품을 구워 소장할 수 있다. 강좌는 오전반(매주 수·금 오전 10시 30분~12시), 오후반(화·목 오후 7~9시)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주 두 번씩 운영된다. 한 달 수강료는 지역 일반 물레 강좌보다 저렴하다.
쉼이 가득 찬 공간
네이처런스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 송현로47번길 45, 1층
문의 010-5849-4488
네이처런스는 진례면 송정리 주택가 사이, 진례면을 가로지르는 화포천 강둑을 마주 보고 있다. 네이처런스 앞에 도착하자 화포천 안갈대숲에 있던 청둥오리들이 ‘꽥꽥’ 소리를 내며 환영한다. 지난해 문을 연 네이처런스는 고등학생 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대학에서는 커피바리스타·제과과를 전공한 사장님 운영한다.
카페 안 회색빛과 밤 갈색을 띄는 벽돌, 순백색으로 인테리어 돼 있다. 곳곳에 놓인 초록 식물들이 공간의 여백을 만들어준다. 통 창문을 밀고 카페 밖으로 나가면 두 사람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나온다. 카페 공간의 인테리어부터 판매하는 빵, 커피까지 네이처런스 유세진 사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게 없다. 네이처런스가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하는 시간 외에 유 사장은 손님에게 내놓을 빵 반죽을 준비하고, 로스팅 기계에 커피를 직접 볶는다. ‘먹는 음식을 만들 때는 위생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는 유 사장만의 신념 때문이다.
네이처런스의 대표 커피는 ‘클라우드’와 ‘솔라’다. ‘클라우드’는 콜롬비아, 콰테말라, 코스타리카산 커피를 섞어 만든 커피로 스모크한 맛이 난다. ‘솔라’는 콰테말라, 콜롬비아, 에티오피산 커피를 섞어 만들었다. 태양처럼 밝은 느낌의 커피로 산미가 있다. 커피와 함께 취향에 따라 프레즐과 시오빵(소금빵), 크로플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기를 추천한다.
유 사장이 꼼꼼히 재료를 준비하고, 커피와 빵을 만드는 정성 덕분에 네이처런스는 지역에서 뜨고 있는 카페로 자리매김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주로 진례면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많이 방문한다. 이외의 시간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찾아 조용히 담소를 나눈다. 주말에는 진례면을 찾는 방문객들이 지역 명소를 들른 뒤 꼭 한 번쯤 찾는 곳이 되고 있다. 유 사장은 “네이처런스를 찾는 고객들이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한다. 바쁜 일상 속 쉼이 필요할 때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