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은 1998년 2월 뉴욕 제인 스트리트 시어터에서 정식 무대를 선보였다. 특정 장르로 지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뮤지컬인 <헤드윅>은 기존의 공연장을 대관하지 않고 작품의 특색에 맞는 공연장을 찾기로 했다. 인간의 불신과 자만으로 불러온 재앙 ‘타이타닉 침몰 사건’의 생존자가 묵었던 리버뷰 호텔의 폐쇄된 연회장을 <헤드윅>의 공연장으로 낙점하고, 재개관했다. 리버뷰 호텔은 세상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하는 ‘헤드윅’이 분노를 터뜨리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헤드윅>은 2001년 컬트 영화로 만들어져 소수의 마니아를 형성하며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영화감독이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존 카메론 미첼’은 뮤지컬 <헤드윅>의 원작자이자 초연 주인공이다. 뮤지컬 <헤드윅>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첼은 비행기에서 헤드윅의 음악감독 ‘스티븐 트래스크’를 만났고, 그가 일했던 클럽 스퀴즈 박스에서 드래그퀸 쇼를 보게 된다. 드래그 퀸 쇼는 남자가 화려한 여장을 하고 디바의 곡을 립싱크하거나 실제로 부르는 쇼를 일컫는다. 미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드래그 퀸 쇼 형식으로 들려주는 공연을 떠올린 것이 <헤드윅>의 시작이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정쩡한 살덩이가 남은 ‘헤드윅’과 그에게 영향을 받아 록스타로 성장하는 ‘토미’가 등장하고, 플라톤의 <향연>의 내용을 가사로 하는 곡 <사랑의 기원(The Origine of Love)>과 <미드나잇 라디오(Midnight Radio)>로 마무리되는 구조만 동일할 뿐, 극의 시작은 지금의 <헤드윅>과 아주 다르고 엉성했다. 공연을 거듭하며 내용과 곡을 더 했고 작품이 무르익으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미군 아버지를 두어 자주 이사를 했던 미첼은 유년 시절 동생의 보모였던 독일인 ‘잉가’를 모델로 헤드윅이라는 인물을 창조했다. 토미는 미첼의 유년 시절이 많이 반영된 캐릭터다.
뮤지컬 곡은 극 중 콘서트 곡이자 헤드윅의 삶을 들려준다. <슈가 대디(Sugar Daddy)>는 동독의 어린 소년 ‘한셀’이 미군 ‘루터’와의 첫 만남을, <앵그리 인치(Angry Inch>는 루터를 따라 미국에 가기 위해 불법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의 실패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정쩡한 성기를 갖게 된 분노를 보여준다. <위그 인 어 박스(Wig in a Box)>는 루터와 이별하고 혼자 버려진 후 위악한 세상에 과장된 화장과 가발로 위악한 모습으로 세상에 맞섰던 쓸쓸함을, <위키드 리틀 타운(Wicked Little Town)>은 자신의 새로운 반쪽 토미를 만나 그에게 바쳤던 곡을 들려준다. 뮤지컬 곡을 통해 굴곡진 헤드윅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과장된 화장과 탐미적인 음악을 추구했던 글램 록 스타일인 <헤드윅>의 음악은 음악 자체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헤드윅>은 뮤지컬 작곡가가 아닌 정통 록 예술가가 작곡한 첫 번째 록 뮤지컬이다. 작곡가 스티븐트래스크가 록밴드의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다. 극 중 드라마를 전개하는 일반적인 뮤지컬 곡과는 달리 콘서트 뮤지컬 형식인 <헤드윅>의 곡은 일반적인 록 음악과 다르지 않아 음악 자체를 즐기기에도 좋다. 1988년 오리지널 음반과 2014년 브로드웨이 데뷔 음반도 큰 인기를 끌었다.
남자와 여자, 동쪽과 서쪽 모든 경계에 서 있는 헤드윅은 존재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캐릭터만큼 인기를 끈 것은 공연의 형식이다. 일정한 극적 서사가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펼쳐진다. 정해진 대본이 있지만, 행동과 대사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헤드윅의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관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극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헤드윅은 빨대로 마시던 물을 관객에게 성수라며 뿌리는가 하면, <슈가 대디>를 부를 때는 ‘카 워시(Car Wash)’ 장면을 연출해 관객을 열광시킨다. 이 장면에서 헤드윅이 찰랑거리는 치마를 입고 관객 의자에 올라가 랩 댄스를 추는데 치마가 관객 얼굴을 훑는 모습이 마치 자동 세차 기계와 비슷하다고 해서 카 워시라고 한다. 카 워시가 이루어지는 통로 쪽 관객석은 관객들 사이 명당으로 불리며, 매표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배우가 관객들과 자유롭게 긴밀한 소통을 하고, 애드리브가 여느 작품에 비해 활발해 공연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헤드윅>은 거대한 팬덤을 형성했다. <헤드윅>에 열광적으로 지지하며 헤드윅처럼 샛노란 가발과 화장을 하고 공연장을 찾는 헤드윅 마니아 ‘헤드헤즈’가 전 세계적으로 산재해 있다. 공연 또는 영화를 통해 헤드윅의 마력에 빠져버린 전 세계 헤드헤즈들은 헤드윅을 마치 신앙처럼 받아들인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는 헤드윅 팬임을 자처했고 <헤드윅> 멤버들이 숭배하는 전설의 글램 록 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LA 공연의 공동 프로듀서로 나서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헤드윅>에 대한 열광은 뜨겁다. 200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공연될 때마다 이슈를 일으키며 높은 흥행 성적을 달성했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경계에 서 있는 헤드윅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헤드윅이 편을 갈라 경계 나누고, 입맛에 맞게 편입시키려는 세상에 희생당한 인물이자, 그런 세상에 맞서 자신의 본성 그대로를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친 투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롯이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헤드윅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시 2019.12.14.(토) 15:00, 19:00 / 12.15.(일) 14:00, 18:00
장소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
연령 15세 이상 관람가
좌석 R석 99,000원 / S석 77,000원
할인 김해시민 20%(동반 1인),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50% ※ 홈페이지 참조
문의 055-344-1800
뮤지컬 평론가 및 <더뮤지컬> 국장으로 뮤지컬 관련 문화 사업 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방송 뮤지컬 비평쇼 <스테이지 감동 정산>의 프로듀서이자 패널로 참여하였으며, 저서로는 <뮤지컬 탐독>(2019)이 있다. 한예종 음악극창작과에서 뮤지컬 분석을 강의하였다.
작성일. 2019. 1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