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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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술계 트렌드
비엔날레의 피로감, 미술가의 생계, ‘관객참여’라는 유행어

2017년 우리 미술계를 정리하려면, 올해가 세계 동시대 미술계에 각별한 해였음을 전제하고 시작해야 한다. 끝자리가 7인 연도는 국제 미술 축제 셋(격년 주기 베니스 비엔날레, 5년 주기 카셀 도큐멘타, 10년 주기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이 10년에 한번 겹쳐 열리는 해다. 국경 너머 미술축제지만 세계화로 연결된 오늘날, 국내 미술계도 이런 행사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끝없는 실험, 그리고 변화의 움직임

잇따른 매머드 급 `비엔날레`는 피로감을 남겼다. 작품마다 달라붙는 장문의 해설은 피로감을 가중시켰고 지역 공동체와 연대하며 ‘사회참여기능’을 내세우는 방향은 분명 철지난 느낌을 준다. 현재 동시대 미술은 스스로의 고립을 자초하는 감이 분명 있다. 비엔날레로 대변되는 대형 전시는 방대한 공간을 어떤 스토리로 채워야 한다는 중압감을 안고 출발한다.

이에 반해 베니스에서 비엔날레와 같은 기간에 열린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은 금적적인 지원이 보장될 때 실현 가능한 미적인 상상력과 조형적 완성도의 결말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의 전시를 위해 5천만 파운드(746억 원) 이상의 돈을 썼다. 난해함의 늪에 빠진 현대미술이라는 미로 안에서, 거금을 동원해 완성한 데미안 허스트의 허구적인 드라마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장식 욕구를 과시적으로 충족시킨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의 신작은 미술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올해 한국에서는 전업 미술가의 생존(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와 행사들이 연달아 열렸다. 약 10일 간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유니온 아트 페어>는 제도권 갤러리를 매개하지 않고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파는 직거래 장터의 가능성을 실험한 것으로 2회 째인 올해 전시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직거래 장터까지는 아니었지만,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소품을 판매하는 시험 무대 같은 전시도 열렸다. <Art369>는 해방촌과 남산 사이에 새로 문을 연 신생 갤러리 아트플레이스의 두 번째 전시로, 10명의 평론가들이 추천한 20명의 작가와 중견작가 10명을 결합한 기획전이다. 개막 첫날 곳곳에서 솔드 아웃을 기록하며 작가의 생계에 관한 대안을 찾았다.

<올해의 작가상 2017>에 오른 후보자 4명 가운데 백현진이 포함된 것도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그는 페리지 갤러리의 개인전에, 금호미술관의 그룹전에 각각 초대될 만큼 활동이 왕성하다. 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에 그를 소개하는 글은 다음과 같다. “음악, 미술, 문학, 영화를 오가며 가수, 작곡가, 화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시인, 배우, 감독으로 일하는 '전방위 예술가'이다.” 백현진이 후보에 오른 사건은, 다양한 장르를 결합시킨 다원예술과 장르적 사유를 뛰어넘는 종합 예술가가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한 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회째를 맞는 <2017 미술주간>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수도권 20개 미술관에서 열렸는데, 미술품 감상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했다. 특히 행사 중 ‘중견작가 포트폴리오 컨설팅’은 전례 없는 시도로 주목 받았다. 미대 졸업생이나 휴지기 작가들을 대상으로 작품에 대한 피드백과 컨설팅이 이루어줬다. 프로그램의 자문으로 참여하며 살펴본 작가들은 주로 40-50대가 다수였고, 더러 60대 작가도 보였다.

필자는 올해 부산 경남 지역 미술 행사 일부에 관여하면서 지금 동시대 미술을 좌우하는 유행과 향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부산의 <바다 미술제>에서 요청한 오픈 세미나의 주제는 ‘관객 참여형 미술과 놀이로서의 미술’이었다. 관객을 대상화시키지 않고 작품의 의미를 결정하는 주체로 간주하려는 미적 태도는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에 나타는 뚜렷한 흐름 중 하나다. 관객이 한명도 없는 황량한 전시장에 자기 작품이 걸린 모습을 바라보는 건 작가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한편, 하반기에는 부울경 지역 미대 재학생 및 졸업생의 작품을 전시하고 우수상을 선정하는 프로젝트 <아트 부산 2017>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수상을 뽑는 심사에 참여한 필자는 새삼 확인했다. 프로젝트 아트 부산에 응모한 미대생 작업의 규정하는 뚜렷한 경향 중 하나가 관객 참여란 사실을. 동시대 미술은 차츰 우리가 과거에 알던 외형에서 멀어지고 있다.



작성일. 2018. 01.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