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의전당이 이 가을, 가야의 역사를 테마로 한 작품 〈불의 전설〉을 들고 돌아왔다. 작품은 창작 희곡 공모에 선정된 작가 정선옥과 경남이 자랑하는 연출가 이삼우가 함께한 연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을 만나 〈불의 전설〉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해의 부강한 역사, 미래까지 이어지도록
가야국에는 세 명의 아름다운 남성이 있었다. 그 이름은 하늘장수(세), 하늘선비(여의), 그리고 하늘왕자(진). 연극 〈불의 전설〉은 이 세 남성의 사랑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자 제목처럼 불의 전설을 품은 이야기다. 10월에 찾아올 이 작품은 벌써부터 고대 가야의 건국설화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 〈허왕후〉를 잇는 기대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연극은 정선옥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정 작가는 김해 봉황대에 얽힌 '황세장군과 여의낭자' 설화에 철기문화를 가진 가야국의 역사를 녹여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9년 전국 창작 희곡 공모에 당당히 선정됐다. “작품을 쓴다고 역사책을 몇 권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황세와 여의에 관한 설화는 단순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연극을 통해 김해가 누린 부강한 역사가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정선옥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이삼우 연출가의 마법 같은 연출로 꽃을 피웠다. 이 연출가는 그저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관객들을 고민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언제나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삶은 이런 것이야’라고 분명하게 말하기 보다는 ‘삶은 어떤 것일까요’ 하고 물어보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청춘들이 어떻게 운명 앞에서 각성하는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삼우
네 청춘의 아름다운 성장기
연극 〈불의 전설〉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여성임을 숨긴 채 남성인 척 연기해야 하는 여의, 여의를 마음에 품게 된 세와 진, 극을 미래로 연결시키는 유민공주다. 정 작가는 당시 여성이지만 주관을 가지고 행동하는 유민공주, 자신을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행동하는 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출정승을 주목해서 봐주길 주문했다.
“사람들이 슬프면 자살을 택하기도 하는데 유민공주는 의지를 가지고 메시지를 전하는 인물입니다. 김해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후대에 전하는 긍정적인 인물이죠. 진은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는 인물입니다.” 정선옥
연극 〈불의 전설〉은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 음악과 춤을 가미했다. 출연진들은 노래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화려한 검무로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의 가야금 연주가 배경에 깔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연극이라면 말 그대로 드라마만 있는데 저희 연극은 노래와 춤, 무술, 인형, 영상 등을 사용해 뮤지컬적인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소극장도 최대한 알차게 활용했습니다. 가야금연주단을 무대 위로 올려 가야시대의 궁중악사처럼 연주를 하도록 했죠.” 이삼우
연습 분위기 ‘최고’, 그 기세를 연극까지
출연진들은 지난 8월 24일부터 연습에 돌입, 인터뷰가 있었던 9월 둘째 주 역시 연습이 한창이었다. 12명의 남녀 출연진들은 소품용 칼을 내리치며 검무를 연습하기도 하고 절정에 이르는 장면의 대사를 맞춰보기도 했다. 기초부터 실전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었다.
“오디션에선 실력은 기본이고 태도가 좋은 사람을 뽑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이 에너지가 좋고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에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연습 때 둥글게 앉아서 대화를 하거든요. 그런데 둥글게 앉은 원의 모양이 점점 작아지는 겁니다.
배우들끼리도 유대가 생긴거죠. 분위기 최고입니다.” 이삼우
두 사람은 이번 연극의 관람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정 작가는 불의 여인의 운명과 그 속에서의 싹트는 사랑을, 이 연출가는 웃음에 감동을 더한 코미디를 관람 포인트로 꼽았다. 이 연출가는 마지막으로 많은 시간과 인력과 노력이 투자된 작품이기에 김해시민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김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대 많이 부탁드린다며 이야기를 마쳤다.